그리스도교의 전통적인 희년을 구성하는 세가지 중요한 요소는 회개와 순례, 그리고 은사이다. 이들은 그리스도인이 영적인 여정을 계속하고 성숙해지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종교적인 의미에서의 「회개」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는 이기주의적인 태도를 버리고, 하느님께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를 갖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와 같은 태도의 변화를 통해서 인간은 하느님께서 내려 주시는 평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
『수고하며 짐 진 여러분은 모두 나에게로 오시오. 내가 여러분을 쉬게 하겠습니다. 나는 온유하고 마음이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서 배우시오. 여러분의 영혼이 안식을 얻을 것입니다』(마태 11, 28∼29) 그러나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하느님께서 먼저 인간을 만나러 오시고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께로 돌아오도록 도와주시지 않는다면, 인간은 그분을 만날 수 없다. 우리가 하느님을 알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성령의 선물이다. 회개의 길을 걷는 첫째 단계는 하느님의 존재를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분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이다.
구약성서에서의 회개가 멀리했던 「토라」(혹은 「하느님의 가르침」)의 길을 다시 걷는 것을 뜻하는 반면, 신약성서에서의 회개는 마음을 완전히 새롭게 변화시키는 것을 가리킨다. 『마음을 돌이켜 어린이 같이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마태 18, 3).
이렇게 볼 때, 회개란 단순히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성령 안에서 어린이 같이 되는 것이며, 죄에 대한 승리일 뿐 아니라 옛 인간을 버리고 새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며,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스어 성서는 이러한 진로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동사 메타노에인(metanoein)과 명사 메타노이아(Metanoia)를 사용한다. 이 용어들은 자신의 죄에 대한 「뉘우침」을 의미하며, 이는 하느님과 화해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그래서 주님의 가르침에 충실한 교회는 『그리스도와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거룩하기는 하지만, 하느님과 인간 앞에서 언제나 자기 자녀들에게 죄가 많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교회는 『자기 자녀들이 참회를 통하여 과거의 과오와 불충한 사례들, 항구치 못한 자세와 구태의연한 행동으로부터 자신을 정화하도록 격려하지 않고는 새로운 천년기의 문턱을 넘어설 수 없다』(「제삼천년기」33항)고 가르친다.
이와 함께 회개는 지옥을 두려워하는 데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회개는 오히려 하느님을 뵙고자 하는 열렬하고 간절한 마음, 곧 신앙 안에서 시작되는 것이며, 이와 같은 방향에서 아버지의 집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의 출발점인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