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인류가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는 성탄. 바로 그날에 태어나 예수님과 생일이 같은 행운을 맞은 이들은 정작 자신의 생일은 성탄의 기쁨에 묻혀 반쯤밖에 축하 받지 못하는 기분이 든다는 데 더구나 사제라면 어떨까?
김정환 신부(서울 잠실 본당 보좌)는 예수님과 생일이 같다. 누구에게나 쉽게 기억되는 날이긴 하지만 생일이나 성탄 선물에 잔뜩 기대를 걸며 기다리는 어린 시절엔 좋지만은 않았단다.
『어릴 때 친구들이 생일 선물이랑 성탄 선물을 따로 받는 걸 보며 억울한 생각도 들었어요. 주일학교에서는 선생님 한테 선물 두 개 달라고 떼쓰기도 할만큼 개구쟁이였죠』
독실한 신앙을 가진 어머니 덕분에 어릴 때부터 사제가 되고 싶었던 김신부는 『제가 스스로 사제의 길을 가겠다고 말하기 전까지 아무 말씀도 않하셨던 어머니는 다만 생일 때마다 작지만 신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물을 주시며 기도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말했다.
김신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줄곧 복사를 하면서 교사들이나 수녀들로부터 『예수님과 생일이 같으니 꼭 신부님이 돼야한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또 많은 친구들이 생일을 기억해 줘 선물도 많이 받았다. 그럴 땐 왠지 으쓱해져 성탄에 태어난 것이 기분 좋기도 했단다.
그러나 신학교에 가고 사제가 된 후에는 축일을 축하해 주는 분위기와 판공성사와 전례 등으로 정신없이 바쁜 성탄시기 특성상 생일을 챙길 틈이 없었다는 김신부는 자신의 생일을 알고 찾아온 기자에게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며 『이제까지 생일을 챙기지 못한 것을 한꺼번에 축하 받는 것 같다』며 웃었다.
김신부는 특히 그를 신학교에 보낸 아버지 신부인 탁현수 신부(서울 수색본당 주임)와도 생일이 같은 인연을 맺고 있다. 언젠가 한번 성탄이 생일이란 말을 꺼냈다가 『신부가 생일에 연연한다』며 혼이 나기도 했단다.
예수님과 생일이 같아서일까? 사제라면 누구나 그리스도를 닮고 그 생애를 따라 살고자 하는 게 당연하지만 김신부는 특히 신학교 시절부터 예수의 생애와 영성, 강생의 신비에 관해 공부도 많이 했다. 또 가장 존경하는 성인인 프라도 사제회 창설자 슈브리에 신부가 성탄 때 강생의 신비를 체험하고 회심한 것도 성탄이 생일인 자신과의 인연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신부는 『기억될 수 있는 날 생명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 드리고 교회가 기억하는 날에 태어나 사제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것 또한 영광스런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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