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마음의 상태는 눈빛에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난다. 마음이 순결하면 눈빛도 순결하고 마음이 불결하면 눈빛도 불결하다. 마음이 가난하면 눈빛 도 가난하고 마음이 탐욕스러우면 눈빛도 탐욕스럽다. 마음이 겸손하면 눈빛도 겸손하고 마 음이 오만하면 눈빛도 오만하다. 마음이 온유하면 눈빛도 온유하고 마음이 냉혹하면 눈빛도 냉혹하다. 그러기에 사람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선한 눈으로 세상을 보고 악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악한 눈으로 세 상을 본다. 선한 눈으로 세상을 보면 선한 세상이 눈에 들어오고 악한 눈으로 세상을 보면 악 한 세상이 눈에 들어 온다. 그래서 사람은 자기자신을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게 된다. 솔직한 사람은 남도 솔직하다고 생각하고, 솔직하지 않은 사람은 남도 솔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겸손한 사람은 남도 겸손하다고 생각하고, 교만한 사람은 남도 교만하다고 생각한다.
사심이 없는 사람은 남도 사심이 없다고 생각하고, 탐욕스러운 사람은 남도 탐욕스럽다고 생각한다. 순결한 사람은 남도 순결하다고 생각하고, 불결한 사람은 남도 불결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람은 자기 마음에 비추어서 남을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끼 리 서로를 잘 알아본다. 겸손한 사람이 겸손하기 때문에 참으로 위대한 사람을 알아 보고, 마 음이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 마음을 지녔기에 참으로 부유한 사람을 알아 본다. 순결한 사람이 순결하기 때문에 참으로 고결한 사람을 알아 보고, 거룩한 사람이 거룩하기 때문에 피조물에 대한 일체의 집착에서 벗어나 참으로 자유로운 사람을 알아 본다.
지극히 거룩하신 하느님은 모든 피조물을 한없이 초월하시는 분이시다. 지극히 높으시고 무한 히 부유하신 하느님께서 당신을 한없이 낮추시고 비우시어 사람이 되셨다. 하느님께서는 참으 로 철저하고 완전하게 당신을 낮추고 비우기를 원하셨기에 탄생의 장소도 마구간을 선택하셨 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기 위하여 선택하신 가정도 가난한 가정이었고, 하느님께서 선택 하신 신분도 「목수의 아들」이라는 비천한 신분이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육체를 취하시기 위하여 선택하신 어머니는 지극히 순결한 동정녀인 성모님이셨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지극히 높은 영광을 지극히 비천하게 낮춘 겸손 속에 담으셨고, 당신의 무한한 부유함을 완전한 가난 속에 담으셨으며, 당신의 완전한 거룩함을 완전한 순결 속에 담으셨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것은 당신을 알아 보고 맞아 들이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생명과 사랑과 영광을 주시기 위해서이다. 가난하고 비천하고 순결한 모습을 통해 당신을 드러내어 알리 시는 하느님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은 마음이 겸손하고 가난하고 순결한 사람들 뿐이다. 예 수님께서 탄생하셨을 때 예수님을 하느님으로 알아 보고 경배를 드렸던 목동들이 그랬고 동방 박사들이 그랬다. 하느님께서는 교만하고 탐욕스럽고 불결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당신 의 모습을 감추시고 겸손하고 가난하고 순결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신다.
오늘 복음에서 동방 박사들이 별의 인도로 예수님을 찾아 뵙고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리며 경배한다. 예수님께서 탄생하실 때 하늘에 나타난 신비스러운 별은 하느님께서 세 상에 탄생하셨음을 알리는 징표였다. 동방 박사들은 고결한 영혼의 소유자들이었기에 은총 의 도움으로 그 별이 하느님이신 구세주의 탄생을 알리는 징표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느님께 서 세상에 탄생하셨다는 사실을 알게된 동방 박사들은 하느님을 뵙겠다는 열망만으로 마음 이 가득찬다. 그래서 고국과 고향과 가족과 자기들이 소유한 모든 것을 미련없이 버려두고 하 느님께서 계신곳을 향해 멀고 험난한 길을 떠난다. 길고 피로한 여행 끝에 이들이 만난 것은 초라한 시골 베들레헴의 가난하고 비천한 예수님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참으로 겸손 하고 순결하고 가난한 마음의 소유자들이었기에 그 가난하고 비천한 모습을 통해 당신을 드 러내어 알리시는 하느님을 알아볼 수 있었다. 동방 박사들은 하느님을 뵙는 기쁨과 감격에 떨 며 무한한 경의를 가지고 예수님께 합당한 예물을 드리며 경배한다.
왕을 상징하는 황금과 하느님을 상징하는 유향과 구속을 위한 고통을 상징하는 몰약이 그 것 이다. 하느님을 뵙는다는 것은 사람에게 지고의 기쁨이 된다. 동방 박사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났기에 하느님을 만날 수 있었다. 인생의 여정은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여행이다. 하느님과 만나는 지고의 기쁨에 이르기 위해서는 일체를 버리고 떠날 줄 알아야 한다. 피조물에 대한 일체의 무질서한 집착을 버리고 떠나는 사람들이 하느님을 만난다. 그리고 하느님께 순종하는 사랑이라는 황금과 기도의 향과 희생이라는 몰약을 예물로 준비하는 사람만이 하느님께 도달 하기 위해 일체를 버리고 떠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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