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인도로 편입되는 발크라는 왕국의 왕이 이름난 한 스승을 찾아가 도(道)를 청하였다. 『짐을 제자로 받아주시오. 짐은 왕보다도 당신의 제자 되기가 소원이오』 스승은 왕에게 시험에 통과하면 제자로 받아주겠노라며 말했다. 『첫 번째로 해야할 일은 마을의 쓰레기를 전부 다 모아서 마을 밖에 버리는 일이오』
스승의 제자들은 왕이 날마다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 있는 것을 보고 그를 동정했다. 한 제자가 스승에게 말했다. 『왕께 저렇게 오랫동안 쓰레기를 치우는 일만 시키실 건가요? 이제 그만 제자로 받아들여주시지요』 그러나 스승은 거절했다.
『그는 아직 입문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제자가 탄원을 그치지 않자 스승이 말했다. 『그럼 네가 좋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그를 시험해보아라. 그 시험에 합격하면 입문을 허락하지〔 시험을 허락받은 제자는 쓰레기 바구니를 들고 가는 왕의 등뒤로 돌아가서 그를 밀어버렸다. 바구니가 뒤집혀 쓰레기가 모두 쏟아졌다. 왕은 그 제자를 쏘아보며, 『내가 지금도 왕이라면 널 단단히 혼내주었을 것이다만, 지금은 왕이 아니니 내 성질대로 할 수가 없구나』라며 쓰레기를 주워담아 그곳을 떠났다. 제자가 그 말을 스승에게 전하니 스승이 말했다. 『그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얼마 후 다른 제자가 또 스승을 찾아가 왕에게 좀더 너그럽게 대해 달라고 간청했다. 스승은 이번 에도 『그럼 가서 네가 그를 시험해보거라』 라고 말했다. 그 제자도 쓰레기를 나르고 있는 왕에게 가서 등을 떠밀었다. 왕은 그를 잠시 쳐다보더니 말없이 쓰레기를 주워 담은 다음 자기 갈 길을 갔다. 이 말을 들은 스승은『아직도 안 되었다』라고 했다.
똑같은 일이 세 번째로 일어났다. 이번에 왕은 누가 자신을 밀었는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묵묵히 쓰레기를 주워담았다. 이 소식을 들은 스승이 말했다. 『이제 됐어. 이제 비로소 그가 입문할 때가 온 거야』 남을 탓하거나 불평하는 마음 없이 참으로 자유로운 내면이어야 비로소 도(道)에 입문할 자격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 범인(凡人)들은 하루 한순간도 불평불만을 벗어나지 못한다. 끊임없이 무언가가 불만스럽고 누군가가 못마땅하다.
하지만 진정한 자유인이 되려면 그로부터의 해방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남을 탓하거나 원망 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 내면은 참으로 자유로워진다.
이스라엘 사람들도 종의 신분에서 벗어나 참 자유인이 되기 위해 만만치 않은 입문 시험을 치른다. 그것은 목숨을 건 처절한 광야의 투쟁이었다. 출애굽기 15장, 격앙된 승리의 찬미가가 끝나자마자 마실 물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이스라엘인들의 못난 모습이 그려진다. 그들은 16~ 17장에서도 내내 먹을 것과 마실 것 때문에 불평불만을 일삼는다.
기본적인 생존권도 지키지 못할 지경의 사람에게 도(道)는 사치일지도 모른다. 굶주림을 참지 못해 빵을 훔치다가 평생 죄인으로 쫓겨다닌 「레미제라블」의 쟝발장 이야기가 아니어도 우리 주변에는 의식주 문제로 생존의 위협을 당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 이들에게 도(道)를 닦기 위해 인내하라거나 그 과정은 누구나 겪어야 하니 참으라고 할 수는 없다. 그들을 도울 수 있는 한 도와 그 어려움에서 해방시키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일 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러한 광야 체험도 결국은 하느님의 선하신 뜻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위대한 해방을 마련하신 하느님께서는 백성이 가는 길목에 음식과 물을 미리미리 마련해 놓으시지는 않으신다. 백성은 생존의 위기에서 지도자와 하느님께 불평하며 투덜거린다. 하느님 은 백성의 불평을 들으신다.
그 불평은 그들을 돌보시는 하느님께는 어쩌면 배신에 가까운 것일 수 있다. 하지만 하느님은 아직 참 자유와 참 해방을 모르는 이스라엘을 괘씸히 여기고 벌을 주시는 대신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은총을 체험하게 하신다. 그 은총은 지금도 시나이반도에서 양식으로 사용되는 만나와 메추라기로 구체화된다.
우리는 모든 것이 풍족할 때는 결코 하느님의 은총을 깨닫지 못한다. 역설적이게도 부족한 것, 결핍된 것이 없으면 하느님을 찾지 않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만 자족한 나머지 하느님 보다 더 위대해지려고 바벨탑을 쌓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무리 이상적 사회라도 하느님 없이는 결코 천국일 수 없다.
광야는 그래서 엄청난 시련의 때인 동시에 하느님을 체험하는 은총의 때이다. 누구의 삶에나 광야의 시기는 있게 마련이다. 이 광야, 우리를 삼켜버릴 것만 같은 시련의 때일수록 우리는 감춰져있는 하느님의 은총, 하느님의 얼굴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들 일상 안에서 쉽사리 터져 나오는 불평과 불만은 사실 많은 경우 하느님의 자애 깊은 사랑을 알지 못하고, 이집트를 나왔지만 그 종살이를 그리워하는 이스라엘처럼 아직 진정한 해방이 무엇인지 알지 못함을 드러내는 표지이기도 하다. 불평과 불만을 지성의 표지로, 그것을 일삼는 사람을 무조건 정의의 사도로 착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엄청난 시련에서도 하느님의 얼굴을 찾는 신앙의 자세가 그리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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