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세상에서 자기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이 없다. 세상 모든 것은 사람의 생명이 있고 난 다음에 필요한 것이지 생명을 잃고 난 다음에는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애착 중에 가장 강한 애착이 생명에 대한 애착이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갈망중에 가장 강한 갈망이 살고 싶다는 갈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다른 어떤 것을 잃는 것보다도 생명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아까워하지 않고 포기한다.
그러나 살기를 바라는 사람의 갈망은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찾아오는 병과 죽음 앞에서 여지없이 좌절하고 무너지게 된다. 병을 통해서 사람의 생명은 손상을 입게되고 병이 깊어지면 마침내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이 치명적인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가장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이 때 사람이 충격을 받는 이유는 병 때문에 겪어야 하는 고통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꺼져가는 생명 앞에서 살기를 바라는 갈망이 무참하게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
사람은 본래 생명과 기쁨을 누리도록 창조되었기에 고통을 거부하고 죽음에 저항하는 것은 인간 본성의 자연스러운 반응이기도 하다. 사람은 본래 죽음과 고통을 모르는 생명, 기쁨과 행복만을 누리는 축복받은 생명을 하느님께 선물받았었기 때문이다.
능력과 지혜와 사랑이 한없이 완전하신 분이 하느님이시고 따라서 하느님께서 하시는 모든 일은 결함이 없이 완전하다.
하느님께서 무한하신 사랑으로 사람을 창조하실 때도 결함이 없이 완전한 생명을 사람에게 주셨다. 고통과 죽음은 생명의 결함이고, 채워지지 않는 갈망을 지닌 생명도 결함이 있는 생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생명의 결함은 악을 원하고 행하는 의지의 결함에 있다. 그러기에 하느님께서는 고통과 죽음을 겪지 않을 생명, 살기를 바라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사람의 갈망이 충족하게 채워지는 축복받은 생명을 사람에게 선물하셨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도 정신도 결함이 없이 완전하게 하셨다. 사람의 마음은 모르는 것을 원할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의 정신에는 악을 모르는 거룩한 무지가 있게 하셨고, 사람의 마음에는 선을 향해서 이끌리는 사랑의 열정만이 있게 하셨다.
이렇게 사람은 알고 원하고 행하는 모든 것이 선한 완전한 생명을 하느님께 선물받았다. 그리고 이렇게 축복받은 완전한 생명을 가지고 세상에서도 고통이 없는 생애를 살면서 하느님께 받은 생명을 더 완전한 것으로 완성시켜 가게 하셨다.
그리고 일생을 마친 다음에는 지금처럼 고통스러운 죽음을 거쳐서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거치지 않고 하늘에 올라서 자기가 일생동안 완성시킨 생명에 어울리는 영원한 기쁨을 누리게 하셨다. 하느님은 인간을 불멸한 것으로 만드셨고 당신의 본성을 본따서 인간을 만드셨다. 죽음이 세상에 들어 온 것은 악마의 시기 때문이니 악마에게 편드는 자들이 죽음을 맛볼 것이다』( 지혜서 2, 23~24 )
하느님께 고통도 죽음도 없는 생명, 악을 알지도 원하지도 않는 완전한 생명을 선물받은 사람은 악을 알고 원하도록 권유하는 악마의 유혹에 빠져 죄를 지음으로써 자신의 생명을 비참하게 훼손시키고 만다. 이제 악해진 사람의 생명은 병고에 시달리며 세상을 살다가 죽음으로 일생을 마쳐야 하고, 저 세상에서도 하늘의 영원한 기쁨을 누릴 수 없는 비참한 생명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사람의 영혼은 교만과 탐욕과 육욕이라는 욕망의 사슬에 묶여 죄의 노예가 되고 말았다. 육체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보다 하느님을 상실하게 함으로써 영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죄가 비할 데 없이 더 심각하게 우리의 생명을 해친다.
육체의 죽음은 일시적인 고통을 줄 뿐이지만 영혼의 죽음은 영원한 고통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죄가 손상시킨 사람의 생명을 다시 완전한 것으로 회복시키기 위해서 세상 에 오셨다. 이제 죄를 버리고 회개하는 사람들의 생명이 예수님에 의해서 다시 완전한 것으로 회복된다.
예수님은 회개하는 사람의 정신과 마음에 하느님의 빛과 사랑을 다시 불에 넣으심으로써 그 사람의 생명을 하느님의 영원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완전한 생명으로 회복시키신다.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중풍병자 한 사람을 치유시켜 주신 기적을 전하고 있다.
예수님은 병의 치유를 청하는 이 사람에게 너는 죄를 용서 받았다고 말씀하신다. 그것은 육체의 병보다 영혼의 병이 더 비참한 것이고 따라서 병의 치유를 청하기 전에 먼저 죄의 용서를 청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키신 것이다.
사람이 육체의 건강만큼 영혼의 건강에 관심을 갖고, 육체의 병을 괴로워하는 만큼 영혼의 병을 괴로워하며, 육체의 죽음을 두려워 하는 만큼 영혼의 죽음을 두려워한다면 세상에는 회개하지 않을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회개하는 것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교만과 탐욕과 육욕을 버리고 겸손하고 가난하고 깨끗한 마음을 지니는 사람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선물하신다.
말씀 안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