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집트에서 나와 시나이산에 정착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들의 자손들로 하여금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 하느님의 계획을 완수할 것인데 15장은 이 후손들에게 내려진 말씀이다.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의 종교의식에 관한 것이다. 무엇보다 하느님과 그의 계명을 「늘 기억」해야하며 그것을 기억하기 위해서 옷자락에 술을 달라고 명하고 있다. 예수님 시대에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도 그들의 옷단에 길다란 술을 달고 다니면서도 무거운 짐을 꾸려서 남의 어깨에 메워주고 자기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고 예수님으로 부터 위선자라는 책망을 듣게되는 복음말씀이 떠오른다 ( 마태. 23장 ).
신앙생활에서 「기억함」은 너무나 중요하다. 『너희는 이 예를 행함으로써 나를 기억하여라』. 우리는 미사 때마다 주님의 이 말씀을 듣는다. 그리고 기억한다. 우리 전례의 핵심인 미사는 바로 세상 끝날 때까지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기억하며 이를 세상에 전하는 것이다. 상당히 오래 전부터 나는 태어나서부터 오늘 현재까지의 나의 삶에 대하여 좋으신 주님께서 나에게 베풀어주신 모든 은혜를 하나하나 기억하며 감사를 드리고 있다. 한가지 놀라운 것은 감사는 드리면 드릴수록 더욱 감사할 일이 생긴다는 체험이다. 신앙생활은 아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고 체험이다. 각자 체험해 보아야 알게될 것이다.
인간만이 기억하는 동물이요, 역사를 만들어가는 동물이다. 우리는 「기억하다」를 「마음에 두다」로 승화시켜야한다. 하느님의 은혜를 늘 마음에 두는 자는 감사가 저절로 나올 것이다. 기억하다 (즈카르)를 강화시켜 능동사역형 동사 「마즈키르」로 변형시키면 「찬송하다」, 「기념하다」, 「분향하다」 등으로 된다. 이것은 구약 종교의 중심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 : 이병렬, 구약 다시 보기). 좋은 기억에서 좋은 감정, 좋은 감정에서 좋은 행동, 좋은 행동에서 좋은 습관, 좋은 습관에서 좋은 인격이 형성된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마음에 새겨둘만하다.
▲ 아비람의 반역.
대사제는 자기가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께서 불러주셨고 그 부르심에 응답한 자들이다. 모세는 묵묵히 『땅에 엎드렸다』(16, 4). 백성들의 잘못을 용서 청하기 위해 모세는 엎드리기에 바쁜 사람이었다. 백성들의 무지한 잘못을 위해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며 엎드려 기도 드리는 새로운 모세가 현대를 살아가는 교회에 지도자로 많이 배출되길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