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성사와 교회의 관계를 생각할 때 많은 학자들이 이런 표현을 씁니다. 『교회는 성체성사를 이루고 성체성사는 교회를 이룬다.』 이런 표현은 인과론적으로 이 두 실제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많이 쓰이는 것으로 『교회가 성체를 이루리라는』말은 교회가 하느님의 백성을 거룩하게 만드는 존재로서 해야 하는 능동적인 역할을 설명하는 것이고, 『성체가 교회를 거룩하게 한다』는 말은 성체성사로 거룩하게 되는 하느님 백성의 수동적인 역할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만찬에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셨는데, 그 성체성사의 의미는 용서의 구원, 화해의 일치, 사랑과 나눔을 통해서 인간이 구원을 얻게 하려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이 화해의 이치를 제자들이 계속하도록 교회에 맡기셨습니다.
교회는 이 성체성사를 이룹니다. 즉, 희생제사인 성체를 제단에서 사제들이 이루고, 새로운 계약을 상기하며, 그 자리에 모인 백성들이 그것을 받아 먹으면서 신앙의 가장 중요한 신비를 체험하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성체를 받아 모신 이들이 교회에 머물며, 교회가 가지고 있는 신비를 실천하면서 성체성사적인 삶을 살아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될 힘을 얻는 것입니다.
이처럼 성체성사와 교회는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할 수 있는 원인이 되고, 결과가 되는 것입니다. 무엇이 먼저여서 다음에 무엇이 생겼다는 시간적인 인과관계가 아니라 영성의 차원에서 서로가 상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 두 실제의 관계에는 하나의 또다른 차원이 있습니다. 그것은 성체성사가 교회에 대해서 보다 원천적이고 근간이 되는 신비라는 것입니다. 즉, 성체성사 자체는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의 신비이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입니다. 그 안에 그리스도께서 현존하고 계십니다.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은 성체성사로 표현이 되었고, 그 안에 하느님의 은총의 표시와 상징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으면서 구원을 가져다주는 것입니다. 성체성사는 그런 이유로 완전히 하느님을 표현하는 신비입니다. 반면에 교회는 이 신비 안에서 생존하는 것이기에, 성체성사가 갖는 의미는 교회가 공동체로 갖는 의미보다 더욱 심오한 것입니다.
성체성사의 의미는 교회에서 드러나고, 교회는 성체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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