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율법주의라 하는 것은 그 옛날의 바리사이파처럼 어떤 법이나 규정의 정신은 망각하고 규정의 문자에만 얽매여 있는 태도를 말한다. 생활현장에서 몇가지 사례를 거론해 보고자 한다.
미사참례 의무에 관하여
교회법 1247조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신자들은 주일과 그밖의 의무축일에 미사에 참례할 의무가 있다. 이 조항의 신자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를 망라한 개념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예수 성탄대축일과 천주의 모친 마리아 대축일(1월 1일)과 성모승천대축일(8월 15일)이 의무축일이다.
주일과 의무축일에 거행되는 모든 미사 중에서 한번만 참례하면 의무를 채운다. 주일미사와 축일미사 뿐 아니고, 혹시 그날 집전되는 혼인미사나 장례미사나 성사미사에 참례해도 미사참례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사참례 계명은 주일이나 의무축일 당일이나 그 전날 저녁에 어디서든지 가톨릭 예식으로 거행하는 미사에 참례하는 것으로 이행된다(교회법 1248조 1항).
주일과 큰 축일은 전날 저녁부터 본날 자정까지 축제를 지내는 전통에 따라서 이 법이 성립되고, 한국에서는 소위 특전미사라 한다. 그러나 전례전통에서 보면 아무런 특전도 아니다. 모든 미사는 십자가상의 제사를 유혈(流血)이 없는 형식으로 기념하고 재현하는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한가지 미사 밖에 없다. 또 모든 미사는(비록 사제 혼자 드리는 경우에도) 교회의 공식예배이다. 그래서 모든 미사에서 산 이와 죽은 이를 기념하고, 천상과 지상과 연옥의 신자들이 함께 드리는 흠숭행위이다.
한국에서 흔히 생미사, 연미사라 하는 구별은 특별히 미사를 청한 사람의 지향(志向)을 나타내는 말이지 미사의 종류를 나타내는 말이 아니다. 모든 미사는 소위 생미사인 동시에 연미사이다. 그렇다면 미사를 청하는 사람이 지향을 밝힐 때에 김마티아를 위한 위령미사 또는 박베드로를 위한 청원미사 또는 감사미사 등으로 부르는 것이 좋겠다.
생미사, 연미사가 있다면, 반숙(半熟)미사는 왜 없는가? 한마디로 생미사, 연미사라는 호칭은 부당한 말이다.
흔히들 혼인미사, 장례미사라고 하지만 이런 호칭도 미사의 종류가 아니다. 혼인미사는 혼인절차를 삽입한 미사이고, 장례미사는 장례절차를 삽입한 미사란 말이므로 본질적으로 같은 미사이다. 그래서 이런 미사가 주일이나 의무축일에 거행되는 경우에, 혼인이나 장례와 직접 관련이 없는 신자가 참례해도 미사참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다
어떤 신부는 혼인이나 장례와 직접관련이 없는 신자가 이런 미사에 참례하면 기도는 되지만 미사참례 의무는 채우지 못한다거나, 본당소속 신자들은 반드시 본당미사에 참례해야 된다고 강조하는 모양인데-아마 주일헌금 때문에?-이런 요구는 교회법상 무효이므로 신자들은 따라야할 의무가 없다. 일반적으로 사목자들은 교회법 이상으로 신자들을 속박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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