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시기를 지내고 몇 주일을 성대한 대축일로 지내고 나서 우리는 다시 연중 주일로 돌아왔습니다. 연중 시기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특히 구약과 신약의 제사의 차이와 우리가 가진 성체의 신비를 잘 묵상하는 때로 지냈으면 합니다. 그래서 구약의 제사와 신약의 제사의 차이를 몇 가지만 기억했으면 합니다.
먼저 사제직입니다. 구약의 제사에 있어서 사제는 죄를 없애는 속죄의 제물을 잡아 바치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동물을 잡아 그 피로 백성을 씻고, 하느님과 인간의 일치를 위한 제사를 드리는 것이 그들이 가진 소임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그들은 법에 정해진 날에 정해진 방식으로 희생제물을 계속해서 바쳤습니다. 그러나 신약의 대사제인 그리스도는 이런 구약의 사제들과는 다르게 스스로 제사를 바치는 사제가 되시고, 제물이 되시고, 제단이 되셨습니다. 즉, 자신을 내어주신 제사를 한번 완전하게 하심으로 영원한 구원의 보증이 되신 것입니다. 교회는 예수님의 기억 안에서 이를 계속 미사 때에 반복합니다.
둘째로 희생제물입니다. 레위의 자손들인 사제들은 아론이 가졌던 사제직을 통해서 계속 반복적으로 백성을 위해 무엇인가를 잡아 바쳤습니다. 이 제사는 반복되어야 했기에 영원하거나 완전한 것이 아니며, 더구나 제물은 세상의 것이었습니다. 그리스도는 자신이 제물이 되심으로, 하느님의 것인 당신을 다시 하느님께 봉헌하는 참다운 제사의 정신을 가르쳐 주셨으며, 이 제물 때문에 다른 제물은 모두 의미를 잃게 된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만이 완전한 제물이 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생각할 것은 제사의 효과입니다. 예레미야 예언자는 이미 새로운 계약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8, 8∼12). 여기에서 가장 강조가 되는 효과는 용서입니다. 예수님의 제사는 단순히 그 제사에 참가했던 이들에게만 주어졌던 구약의 제사와는 전혀 다르게 이 세상 모든 사람을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에 놓기 위해 내어주신, 완전한 효과를 내는 제사인 것입니다. 이 효과를 믿는 사람이나 믿지 않는 사람이나 모두 다 얻은 것으로, 참으로 구원을 얻기 위해 구원으로 나아갈 결심을 하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연중시기에 이런 새로운 계약의 정신에 따라서, 구원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사는 것이 그리스도 신자의 정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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