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게 뭐예요" "응, 이건 고추란다" "그럼 이건요" 이게 바로 상추야"
땅에서 자라나는 농작물이 신기한 듯 연신 아빠에게 질문을 던지는 아이. 그런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 정성껏 대답하는 아버지.
이런 정겨운 모습들이 여기저기에서 심심찮게 목격된다. 아빠 엄마가 밭에서 채소들을 손질하고 있으면 호미를 든 4살난 아이도 한 몫 거들고 싶어 연신 땅을 파댄다.
경북 경산시 와촌면 상암2리에 위치한 대구대교구 진량본당(주임=이민락 신부) 주말농장. 지난해부터 진량본당에서 본당 한 신자로부터 땅을 제공받아 운영하고 있는 이 농장엔 사랑과 정겨움이 넘쳐 흐른다. 1300평의 밭 곳곳에는 저마다의 푯말이 세워져 있다. '주임신부님'을 1호로 해서 '바오로네' '우리 것(아오스딩+데레사)' 등. 희망하는 본당 신자들에게 10평씩 임대된 이 밭엔 고추, 오이, 가지, 상추, 고구마, 방울 토마토 등 다양한 종류의 채소류가 자라나고 있다. 이런 농작물이 자라나는 만큼 가족간의 사랑과 신자들간의 친교는 더욱 다져진다. 주일 미사를 마친 신자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가족과 함께 이 농장을 찾는다. 부인이 정성껏 준비한 풍성한 음식을 손에 들고서…. 농장에 도착하면 시간이 점심 때라 신자들은 모두가 둘러 앉아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모처럼 웃음꽃을 피운다.
이민락 신부는 "주말이라도 마땅히 갈 곳 없는 상황에서 이 농장은 신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든든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며 "특히 이 공간을 통해서 바쁜 일상으로 가족간의 소홀했던 점을 함께 땀흘리며 풀 수 있고 신자들간에도 친교와 화합을 다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본당에서 불과 15분 거리지만 답답한 도시생활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진량본당 주말농장. 인적이 드문 이곳은 자연경관도 수려하다. 사방이 울창한 산림으로 덮혀있고, 농장앞에 자리한 고요한 호수는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케 해준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는다는 올해 일흔네살의 고병호(다니엘).송상희(베로니카.64)씨 부부. 이들 노(老) 부부는 새로운 삶의 활력을 얻은 듯 누구보다 열심히 밭을 일궈나간다. 여기엔 이 부부의 기쁨과 사랑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고병호씨는 마치 친자식을 어루만지듯 하나 하나에 정성을 쏟아가며 미리 수확의 기쁨을 느껴보기도 한다.
고병호씨는 "그동안 마땅한 소일거리가 없어 우리 부부가 무료하던 차에 본당에서 주말농장을 한다고 해서 선뜻 신청했었다"면서 "운동도 되고 무엇보다 정성껏 가꾼 채소들을 수확할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아이들의 자연학습에 큰 도움이 된다는 성형철(노엘.39), 최경희(마리안나.36)씨 부부. 이들은 두 딸 민정(모니카.9), 재의(크리스티나.7)와 함께 이곳을 매주 찾는다. 한주 한주 달라지는 채소들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아이들. 이 부부는 아이들에게 자연학습을 시키기 위해 다양한 채소류를 모두 조금씩 심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정성껏 가꾸어 나간다.
최경희씨는 "좀처럼 흙을 밟을 기회가 없는 아이들에게 살아 숨쉬는 자연을 체험케 할 수 있어 너무나 기쁘다"며 "아울러 한 주일간 못다한 얘기도 함께 나누고 가족간의 사랑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친교.학습이 어우러지는 진량본당 주말농장. 아이들은 마냥 즐거운 듯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고, 어른들은 땀 흘린 뒤 정다운 얘기를 나누며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들은 주님께서 창조하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주님의 섭리와 사랑을 마음속 깊이 체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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