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되어도 보충수업, 학원, 과외 수강 등으로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청소년들에게 자원봉사활동은 또 하나의 방학숙제다.
자원봉사활동이 점수화되는 상황에서 방학 동안 학생들의 자원봉사활동 수요는 늘어나게 마련이지만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난 한 개인이 스스로 활동장소와 활동거리를 선정하고 관리하는 등 봉사활동에 관련된 모든 일을 알아서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식 위주의 학교교육을 개혁하고 체험을 통한 실천 위주의 인성교육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청소년 자원봉사활동이 제도화된 것은 95년 5월 31일 발표된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 방안」에 의해서다. 그러나 4년이 흐른 지금 당초 의도와 달리 집행과정에서 상당히 굴절된 측면을 보이고 있다.
현재 시도교육청별로 운영되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은 효율적인 관리가 안돼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중학교의 경우 연 20~40시간을 의무봉사시간으로 정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동사무소 등에서 시간 때우기 식으로 참여한 후 확인증만 받아 학교에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청소년자원봉사센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자원봉사활동 동기는 성적이나 취업에 반영되므로(38?%) 곤란한 사람을 돕고 싶어서(24.2%), 지역사회에 뭔가를 하고 싶어서(11.3%) 순으로 나타나 상당수의 학생들이 반강제적, 형식적으로 봉사활동에 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마땅히 봉사할 곳이 없다는 것도 문제시되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사회복지시설로 몰리고 있으나 시설입장에서는 일시에 많은 수의 학생들을 감당할 여력이 없을 뿐 아니라 자원봉사자 관리를 위한 새로운 업무 부담을 감당해야 할 형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청소년 자원봉사지도자들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교육적인 관심 없이는 학생봉사활동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각계의 관심과 제도의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동사무소, 고아원 등 「시설 중심」에서 벗어나 「프로그램 중심」 활동으로의 방향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활동내용도 단순한 노력봉사가 아니라 청소년의 능력과 특기를 활용한 새롭고 다채로운 내용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활동방법에 있어서도 한 개인이나 학교 차원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참여하는 소모임의 형태를 권장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컴퓨터 유해정보 감시단, 컴맹-넷맹 퇴치 정보화 봉사단, 춤과 노래 등 문화공연 봉사단, 청소년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청소년지킴이 봉사단 등 자신의 능력도 발휘하면서 사회에 보탬이 되는 다양한 활동들이 청소년에게 소개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어 봉사활동의 활성화에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
가톨릭대 부설 춘의복지관 내 청소년 동아리들의 경우 단지 취미가 동일한 아이들의 모임차원에서 벗어나 자원봉사동아리로 활동하고 있다. 허리케인(춤), 도린결(신문), 둥지(조사연구), 클리너(환경미화) 등 13개 동아리 100여명의 청소년들은 자신의 특기를 사회봉사로 연결해 능력이나 재능을 이웃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
춤동아리 회원들은 장애아동에게 춤을 가르쳐주고 어르신들의 경로잔치에 참여해 흥을 돋군다. 조사연구 동아리 학생들이 지역사회의 유해환경을 조사한 결과를 신문 동아리 학생들은 신문으로 발간, 지역사회에 배부함으로써 다양한 연대의 모습을 몸에 익히기도 한다. 이들은 평소 전문적인 자원봉사자 교육을 받고 있고 봉사활동을 스스로 계획, 평가함으로써 활동에 힘을 더한다.
춘의복지관의 최종복 사회복지사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남을 위한 헌신이나 봉사라는 개념보다는 자신에게 즐겁고 유익한 활동이면서 공동체에 보탬이 되는 활동이란 개념이 훨씬 더 잘 수용될 것』이라고 이런 활동방법의 장점을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또한 청소년들의 자원봉사활동이 활성화되기 위해서 부모의 적극적인 권유와 관심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이들은 『청소년기 자녀들의 활동에는 부모의 견해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우선 자원봉사의 의미를 깨우쳐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원봉사활동이 학과공부에 방해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일부 학부모들에게는 좬자원봉사활동이야말로 진정한 인성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좭고 밝히고 좬아이가 내성적이거나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경우 또는 이기적이거나 지나치게 소비지향적일 때 자원봉사활동은 어떤 심리교육보다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좭고 강조한다. 가정과 학교로 국한돼 있는 청소년들의 생활권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조성하기 위한 방편으로 학교와 지역사회의 만남의 장으로서의 역할 또한 요청되고 있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보다 긴밀한 연계를 맺어 각 복지관들이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학교가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운영하는 지역종합복지관 역시 인근 지역 학교와 연계해 교회의 자원을 청소년과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 또한 각 본당에서는 현재 행하고 있는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청소년들에게 소개하고 청소년에게 알맞는 봉사활동 개발, 여름 봉사캠프를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 자원봉사활동은 21세기의 좥열린 공동체좦 좥더불어 사는 사회좦를 조성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청소년들의 자원봉사활동이 아직까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학부모의 격려와 관심, 교회 내 자원의 활용은 봉사활동을 통한 청소년들의 인성교육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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