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자선냄비 종소리는 한해의 끝을 달릴수록 더욱 크게 귓전을 울린다. 지나온 천년을 마감하는 이즈음, 가톨릭신문사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말없이 실천해온 독자들의 사랑에 감사를 드리며 지난 수십년동안 펼쳐온 각종 「호소」란을 종합, 그 사랑의 결실을 소개한다. 가톨릭신문은 이번 호소종합을 통해 사랑을 주고 받은 이들이 이뤄낸 아름다운 기적들을 소개하고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이웃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한다.
사랑의 기적
쉽게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신문기사의 짧은 사연. 그러나 그 사연들로 인해 사랑의 기적은 쉼 없이 일어났다. 지난 96년 9월 8일자 신문에는 성당 지붕이 새는 것을 고치려고 지붕으로 올라갔다가 실족 으로 중태에 빠졌던 광주대교구 남평본당 고광우(베드로)씨의 호소기사가 실렸다. 당시 모금된 성금은 치료비를 내고도 무려 3000여만원이 남을 정도로 큰 금액 이였다.
이를 두고 당시 남평본당 주임이었던 백용수 신부는 『하느님의 은총이 아니면 도저히 불 가능한 일』이었다며 가톨릭신문을 통해 하느님의 기적이 일어났음을 강조한 바 있다. 가톨릭신문이 창간된지 올해로 72주년, 그 역사 가운데 수많은 사람들이 독자들의 사랑에 힘입어 생명을 건졌고 살아갈 용기마저 내기 어려웠던 처지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가톨릭신문이 창간 60주년부터 금년말까지 줄기차게 「이 미소한 형제에게 베푼 것이 곧 나에게 푼 것」이라는 복음정신에 따라 시도했던 사랑의 나눔은 줄잡아 400여건. 사례당 나눔에 참여한 독자수를 합할 경우 연인원 수십 만 명에 이르고 그 동안 전달됐던 사랑의 성금만도 줄잡아 십수억원에 이를 정도다.
그 가운데서 최근 들어 가장 뭉클한 감동을 준 사연 중 하나는 만성신부전증으로 고생하고 있던 전주교구 팔봉 선교본당의 손명자(율리아·38세)씨가 신장이식을 받고 새롭게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손명자씨는 99년 2월 14일자로 도움호소 기사가 나간 후 3주만에 수술과 입원치료에 필요한 성금이 모아졌고 신장을 기증하겠다는 사람도 7명이 나타났었다. 더욱 아름다운 사연은 자신에게 꼭 맞는 신장을 같은 본당신자인 연정웅(44세, 율리아노)씨로부터 기증 받아 이식 수술을 받은 것. 손씨는 은행통장에 빼곡이 찍힌 300여 은인들의 이름을 보며 기도로서 보답 하고 있다.
급한 도움 필요한 경우 많아
도움호소에 소개된 사람들은 대부분 질병과 사고 등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로 절박하고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주로 본당 사회복지분과나 빈첸시오회를 통해 도움 호소를 요청해 오거나 직접 애절한 사연을 담은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가톨릭신문 창간 이후부터 계속돼 왔으나 20여년 전인 지난 81년, 「사랑의 교차로」라는 제목으로 도움 호소란을 신설, 본격 운영해온 가톨릭신문은 그간 「사랑의 고리운동」「나눠줄 사랑 없나요」「사랑의 손잡기」또는 「도움호소」라는 이름으로 사랑의 가교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주로 도움을 요청해온 원인은 교통사고, 만성신부전증, 급성임파구성 백혈병, 각종 일반암, 뇌성 마비 등이 대부분을 차지 하고 있다. 한결같이 장기적인 치료를 요구하고 있고 치료비 부담도 엄청난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도 북한동포를 비롯 르완다와 소말리아, 베트남, 중국 조선족동포, 기타 저소득국가등 해외 여러나라도 포함돼 있다.
해외는 90년후 이후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특히 최근들어 북한동포돕기와 함께 IMF 한파가 몰아 치면서 실직자돕기운동에도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경제가 어려워진 탓인지 99년과 98년 2년사이 보도된 호소기사만 70여건에 달해 한달에 평균 3건이상씩 보도되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은 IMF로 인해 우리사회에 그늘진 곳이 많아졌다는 뜻이 아닐까.
끊이지 않는 사랑과 정성
그러나 이러한 나눔의 실천이 가능했던 것은 신문에 호소기사가 나갈때 마다 어김없이 자신의 가진 것을 나누며 사랑을 실천해온 독자들의 끊이지 않는 정성과 사랑이 있었기 때문. 초등학생의 코묻은 동전한닢에서부터 가난한 부인의 3년짜리 계돈에 이르기까지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지만 이웃의 아픔에 마음을 돌릴 줄 아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사랑의 고리는 쉼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고아가 될 두 아이가 불쌍해서 견딜수 없다』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던 오명옥(엘리사벳·서울 길음동본당)씨. 93년 6월 20일자에 보도됐던 오명옥씨에게는 전국의 독자 들이 십시일반의 정성으로 1400만원의 치료비를 전달해 주었다.
뇌성마비 중복장애아였던 송용덕군(당시 10세·93년 4월 18일자)은 성장정지 후유증까지 겹쳐 가족들의 애간장을 태웠으나 본사를 통해 504만원의 성금이 전달돼 성장호로몬제를 꾸준히 투여 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송군은 키가 10센치미터나 자라는 기쁨을 맛볼수 있었다. 중국교포로 들어와 식당에서 화상을 입고 입원해 있었으나 도와줄 연고자가 없어 안타까왔던 박영희씨(93년 1월)에게는 500여만원이 모아져 피부이식수술을 무난히 마치고 중국으로 되 돌아가게 할수 있었다.
95년 11월에는 아버지는 시각장애인, 어머니는 척추불구, 아들은 꼽추등 가족 4명중 3명이 장애 인인 조성식씨 가족이 소개된 적이 있었고 원인모를 병으로 세자녀가 모두 반신마비가 된 임택순씨 가족이 97년 10월에 보도된바 있다.
교통사고로 부인과 아들이 한꺼번에 다리를 절단하는 가슴아팠던 사연을 보내준 대구대교구 현풍본당의 신동춘(요셉·당시 33세·93년보도) 씨에게는 2000여만원이 답지, 비록 두사람의 다리는 잃었지만 가톨릭신문 독자들을 통해 세상을 디딜 수 있는 용기를 얻고 그리스도의 참사랑 을 깨우칠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92년 10월에는 『저는 고아로 자랐지만 우리 루치아노와 클레멘스는 고아로 만들고 싶지않다』는 절박하고도 애절한 백미숙씨(급성 백혈병)의 호소에는 1200만원의 성금이 모아졌다. 자신과 같은 인생역정을 두 아들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다며 삶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을 치던 백미숙씨의 울부짖음은 취재기자의 뇌리 속에 아직도 생생하다.
이와함께 강원도 사북 고한성당(86년 2월 9일자) 신축금으로 전국각지에서 1억3000여만원 공사비 중 1억여원이 가톨릭신문을 통해 모금되기도 했으며 이보다 훨씬전인 77년에는 광주대교구 함평 본당 문장공소를 위해서도 건축비의 거의 전부가 답지되기도 했다.
화재로 공소건물을 소실한 문장공소 신자들이 자신들의 잘못으로 성전을 잃었다는 생각에 망연자실해 있을 때 가톨릭신문에 실린 호소기사를 본 수많은 독자들이 자신의 성전을 짓는다는 정성으로 성금을 보내주어 성전 완공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공소신자들은 지금도 전국의 은인들을 위해 공소예절 후 감사기도를 바치며 그 고마움을 갚아가고 있다. 94년에는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구회씨가 신문을 통해 정상인의 아내를 평생의 반려자로 삼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독자들의 정성어린 기도와 정성에도 불구하고 만성 신장염으로 신장이식수술비와 신장 제공자를 애타게 찾았던 조명화양(18세·93년보도)과 급성백혈병으로 고통받던 이혜선(글로리아·13세)양은 끝내 우리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이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특히 이혜선양은 가톨릭신문이 모은 1200만원의 성금을 전해주는 날 오후, 끝내 그녀의 짧은 생을 마감해 더 할 수 없는 아쉬움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무엇보다 선천성 호흡기 면역결핍증으로 고생하던 이재구(라파엘·93년 11월 21일 보도)군을 위해 서울 청담동본당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대림절 동안 1백20만원을 모았으나 아쉽게도 어린 친구들의 인사도 받지 못한 채 하늘 나라로 떠나가 정성을 모았던 어린이들에게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비록 재구군은 이 세상을 떠나 가야 했지만 이 세상에서 받은 사랑의 의미를 아름답게 간직한채 우리를 위하여, 그 어린 청담동본당 어린이들을 위하여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지 않을까.
작은 나눔 큰사랑 계속
우리가 고통 속에 처한 이웃을 돕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며 사랑의 정신을 사는 것이다. 치료비가 없어 죽어가는 아들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는 예수님을 지켜보는 성모님의 마음이 아닐까. 작은 나눔이었지만 큰 사랑으로 모아져 끊어져 가는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적을 낳고 그 기적은 또다시 우리사회를 지탱해 가는 훈훈한 바탕이 되고 있다.
우리의 작은 나눔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바로 생명과 맞바꿀 수 있는 소중한 것임을 가톨릭신문에 나타난 도움호소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도움의 손길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했음을 아쉬워하며 가톨릭신문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아픔을 나누고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가톨릭신문사는 도움을 원하는 이들을 한명이라도 더 소개하고 성금의 투명성을 위하여 계좌를 신문사 계좌로 통일해 운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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