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장에서는 두 가지를 다루고 있다. 전반부에서는 「아들이 없는 경우의 유산 상속법」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는데 토지 분배시 토지를 소유할 상속인이 되는 아들이 없이 죽었을 경우의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때까지만 하여도 여자에게는 재산 상속을 인정하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 그때 요셉의 후손인 슬롭핫의 다섯 딸들이 모세에게 와서 이 문제를 두고 호소하였다. 모세는 이 문제를 야훼께 아뢰었고 야훼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청을 들어주셨다: 『누구든지 아들 없이 죽으면 그의 유산을 딸에게 상속시켜라. 딸마저 없으면 그의 유산을 친형제들에게 상속 시켜라. 형제도 없으면 그 유산을 삼촌들에게 상속시켜라. 삼촌도 없으면 문중에서 그와 가장 가까운 친척에게 그 유산을 상속시켜라』(27, 9~11). 이리하여 이 법이 상속법으로 공포되었다.
그러나 만일 딸이 같은 부족이 아닌 자에게 시집간다면 그녀가 받은 상속토지는 시집간 곳의 것이 된다. 이것을 상속 지를 이어 받을 딸들이 동족 안에서 시집가는 것을 규정한 것이라고도 보는 학자들도 있다.
27장 후반부는 여호수아가 모세의 후계자로 임명되는 여호수아의 임관식을 다루고있다. 모세는 단 한번의 실수로 약속의 땅에 들어 가지 못하리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괴로웠지만 불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당신 후계자를 위하여 야훼 하느님께서 뽑아 주시길 간청 한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게 숨을 불어넣어 주시는 하느님 야훼여, 회중을 거느릴 사람을 세워 주십시오. 야훼의 회중을 목자 없는 양떼 처럼 내버려두지 마십시오』(27, 15~17). 야훼께서는 모세의 청을 들어 주시어 여호수아를 목자로 세우도록 하셨다. 모세는 여호수아에게 손을 얹어 임관식을 치른다(27, 22~23).
▲ 히브리어 「하이」는 「산 것」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내가 존재하므로서 모든 의미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 아무 것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내 생명의 존귀함을 얼마나 깊이 깨닫고 있는가? 생명의 존엄성이 날로 쇠퇴되어 가는 요즘 우리 세상을 보면서 모세의 기도가 더욱 간절히 마음에 와 닿는다.
하느님의 입김이 없으면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다. 『주여 보내시는 당신 얼에 누리의 모습은 새롭게 되나이다. 그러나 당신께서 숨을 거두시면 우리는 당장 죽어 없어지오니, 주여 어서 당신 숨을, 당신 얼을 온 누리에 보내시어 모든 것을 새롭게 하소서』
20여년 전에 농장이 있는 시골 분원에서 일년간 지낸 적이 있다. 그곳에는 하얀 염소 한 마리가 있었는데 새끼를 두 마리 낳았다. 우리는 새끼 두 마리를 보고 좋아들 하였다. 그런데 농장관리 아저씨의 말씀은 나를 놀라게 하였다. 새끼는 어미의 입김을 마셔야 산다고 하면서 한 마리는 곧 죽게될 것이라고 하였다. 왜냐하면 어미는 오직 새끼 한 마리만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아닌게 아니라 어미 품 밖에 있던 새끼는 어미의 입김을 마시지 못하여 얼마 못 가서 결국 죽고 말았다.
이것을 보면서 크게 느낀 것은 바로 창세기 성서말씀이다. 『야훼 하느님께서 진흙으로 사람을 빚어 만드시고 코에 입김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창세기 2, 6 ). 짐승도 어미의 입김을 마시지 않으면 죽는데 하물며 우리 인간이야말로 창조주 하느님의 입김, 곧 성령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하다. 인간은 절대로 빵으로만 살 수 없다. 오늘 이 민수기에 나오는 '모세의 기도'B를 보면서 인간은 하느님의 성령과 하느님의 말씀 없이는 살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해준 그때 그 염소새끼의 죽음이 새삼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