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이 없는 교회, 그래서 누구나 쉬 넘나들 수 있는 교회의 상을 심고 있는 본당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대교구 답십리본당(주임=김경희 신부). 답십리본당 성전은 여느 평일도 주일만큼이나 붐빈다. 특히 월요일 저녁이면 주일 못지 않은 생동감이 넘친다. 오후 7시30분부터 열리는 지역강좌를 듣기 위해 찾아오는 20대 학생들부터 60대 노인에 이르는 다양한 계층의 이들이 본당의 활력을 만들어내고 있는 주역들이다.
답십리본당이 지난 9월초부터 지역사업의 일환으로 열고 있는 「천정연 답십리 지역강좌」는 매 강좌마다 130여명이 넘는 이들이 꾸준히 참석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미 지난 98년부터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강좌」를 수시로 열고 있는 답십리본당은 주민들의 일상에 다가가는 모습으로 성당의 문턱을 꾸준히 낮춰오고 있다. 지역강좌는 본당 안에서는 접하기 쉽지 않은 「호주제와 성차별」, 「인터넷 시대와 신앙인」, 「우리 교육의 현황과 대안」등 생활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주제를 다뤄 지역과 함께 하는 교회상의 또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0월 2일 「생태위기와 더불어 사는 삶」강좌. 이날 강사는 환경운동가인 불교환경교육원 유정길씨. 꼭 이런 자리가 아니더 라도 교회 내 인사가 아닌 이들이 성당에서 강연하고 신자들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은 이제 답십리본당에서 낯설지 않다. 이어 10월 9일 답십리본당 성전에서 열린 지역강좌의 주제는 「호주제 폐지의 당위성」. 천주교여성공동체 사무국장 신미영씨의 주제강연으로 시작된 이날 강좌는 10여명씩 10개 두레로 나뉘어진 수강자들 사이에 열띤 토론의 장을 만들어냈다. 어떤 두레들은 밤 10시가 넘도록 토론을 하며 호주제라는 일상적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현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날 강좌에 참석한 송재영(즈가리아·54)씨는 『생활적인 주제 이지만 새로움을 많이 느끼게 돼 빠지지 않고 찾게 된다』면서 『강좌를 통해 삶에 대한 고민이 다채로워지는 것 같다』며 주위에 대한 권고도 잊지 않았다.
송씨같이 강좌에 참가한 이들은 대개 『이런 다채로운 시각들이 교회의 입장에서 새롭게 읽힐 수 있다니 신기하다』며 한 목소리를 낸다. 이같은 모습은 답십리본당이 성당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지역주민들 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이 외에도 답십리본당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무료이발, 한글학교, 명화상영 등 다양한 문화공간으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답십리본당의 모습은 지난 98년부터 본당 주임을 맡고 있는 김경희 신부가 부임해오면서부터. 김신부가 부임해온 후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은 무료급식사업.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점심때면 100여 명이 넘는 이들이 성당을 찾아 허기를 지우고 돌아간다.
김경희 신부는 『바쁜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이 삶 속에 잃어버리고 사는 모습 중의 하나가 사회에 관심을 두고 세상을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답게 바꿔 나가는 역동적인 모습』이라며 『성당을 모든 이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곳으로 함께 가꿔 나간다면 선교는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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