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심은 무엇인가. 그리스도교 신앙심은 인간의 본능적 행위가 아니고, 하느님의 계시와 은총의 부르심에 대해 인간이 인격으로 계시와 은총에 응답하는 초자연적 믿음이다.
하느님의 부르심, 계시를 통하여 인간의 길을 제시하셨는데, 먼저 창조사업을 통하여 당신의 초월적 존재와 인간이 누구나 지켜야 할 양심의 법칙들을 계시하셨다. 그리고 인간의 역사에 직접 개입하시어 예언자들과 말씀을 통하여 인간 구원의 메시지를 보내셨다.
그리스도 이전에는 역사적 사건들과 예언자들의 설교를 통하여 당신의 뜻을 계시하셨고(구약), 그리스도와 사도들을 통하여 말씀과 기적적 사건과 그리스도의 생애를 통하여 구원의 길을 선포하셨다(신약). 이것을 초자연 계시라 한다.
다른 한편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이 계시를 자기 구원의 길로 받아들이도록 사람의 정신을 충동 격려하신다. 사람은 이 은총의 도움으로써 본능적으로는 알아들을 수 없는 계시를 승복하고 실천하기로 결심하고 신앙하는 것이다. 이런 것이 우리가 말하는 초자연적 신앙이다.
이렇게 하느님은 외적 계시와 내적 은총으로써 인간을 구원의 길로 부르신다. 이 부르심에 대한 인간의 긍정적 응답을 그리스도교적 신앙이라 한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인간은 본능적인 종교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리스도교는 그 종교심을 신앙심의 차원으로 승화시키기를 주문한다.
그러므로 초자연적 계시에 대한 초자연적 은총으로 수락하는 행위가 그리스도교 신앙이 타종교의 종교심과 다른 특색이다. 인간이 신앙에로 나아가기 위하여 반드시 은총이 선행하여야 한다.
예수께서는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어 주시지 않으면 아무도 내게 올 수 없다』(요한 6, 44)고 하셨고, 사도 바울로는 『여러분이 구원을 받은 것은 하느님의 은총을 입고 그리스도를 믿어서 된 것이지 여러분 자신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닙니다』(에페 2, 8)고 하였다.
인간의 자연적 능력만으로 더구나 원죄로 약화된 본성의 힘만으로 초자연적 계시진리를 제대로 인식하고 선행을 제대로 실천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하느님의 은총의 도우심이 없다면, 하느님께서 창조 목적으로 설정하신 영원한 생명에 도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은총은 신앙을 선행할 뿐 아니고 신앙행위에 동행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본능적인 종교심과 아울러 신앙에로 부르시는 은총을 받았지만,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들은 여러 가지 세속사물에 골몰하여 나쁜 욕망을 추구하기에 급급하거나, 나쁜 사상에 현혹되어서 하느님 은총의 충동을 식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현실을 보면서 혹자들은 하느님께서 누구는 끝내 구원되고 누구는 구원되지 못하도록 미리 결정하신다는 소위 『구원예정설』을 주장하였지만, 이런 예정설은 모든 인간의 구원을 바라시는 하느님의 보편적 사랑의 섭리를 부정하고,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무책임한 주장이고, 교회는 공식적으로 구원예정설을 배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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