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봉헌하는 참여: 이렇게 참으로 회심한 신자는 자신의 궁극 목표이신 하느님께 자신의 존재와 활동을 온전히 봉헌한다. 그는 모든 사건과 환경에서 언제나 하느님의 뜻을 찾고 따르며, 자신의 기쁨과 슬픔, 고난과 위로, 현세의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을 하느님의 섭리로 생각하고 감심으로 수락한다.
신앙인의 안심입명은 단념이나 실망에서 오는 결과가 아니고, 오히려 자신을 적극적으로 하느님께 봉헌하여 섭리에 순응함으로써 얻는 양심의 평화이다. 여러가지 세속사물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면 무절제한 욕망에서 해방되어 자기를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고, 따라서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누리게 된다. 신앙인은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했다고 수동적으로 살지 않는다. 그에게는 이제 가야할 목적지가 분명하고 주변 사물의 의미가 확실해졌으므로 현세적 일이든지 영생에 관한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발전시킨다. 신앙인이 현세 사물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동참하는 것이며, 그러한 참여가 자신과 이웃에게 영생의 길을 잘 닦아주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인생의 궁극목적은 영원의 세계에 있지만, 이 목표에 이르는 길은 현세에 있다는 것을 잘 아는 신앙인은 결코 현실 참여를 주저하거나 기피하지 않는다. 주어진 자연현상의 존재론적(存在論的) 가치는 조물주께서 정하셨지만, 그것들의 기능론적(技能論的) 의미는 인간의 이용여하에 달린 것이므로 인간이 선용하거나 악용함에 따라서 인간구원에 이바지하거나 방해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우기 인간들이 이룩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기술 등은 윤리성이 개재되어 있으므로 인간구원에 순기능 이나 역기능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신앙인은 이러한 인간적 사물 앞에서 완전한 중립적 태도를 견지할 수 없다. 이러한 인간적 사물들은 무엇이든지 인간구원에 필연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에, 신앙인은 각자의 능력에 따라서 인간적 사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역기능을 배제하고 순기능을 조장 발전시켜야 한다. 신앙인의 참여를 논하면서 절대로 누락시킬 수 없는 것이 복음선포에 참여하는 일이다. 하느님의 계시는 특정 개인의 구원만을 위하여 주신 것이 아니고 모든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주신 것이므로, 먼저 이 계시를 수락하여 신앙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이 계시를 전달해주어야 한다.
구세주 예수께서도 승천하시기 직전에 제자들에게 분부하셨다. 『너희는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모든 사람에게 이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 15),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마태 28, 19-20). 주님의 이러한 복음선포 명령은 사도들에게만 하신 것이 아니고, 문맥으로 보아서 모든 신자들에게 하신 명령이다. 복음 선포야말로 성숙한 신앙의 가장 명백한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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