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10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12~22절이다. 즉 '마음의 할례' 이다. 이는 「마음의 껍질을 벗기는 일」이라고 했다. 다시는 고집을 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야훼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라고 모세는 묻고있다.
「오늘」나에게 명령하시는 야훼의 계명과 규정을 지키는 일이다. 그리고 「오늘」 이 모든 것을 자손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루지 말고 바로 「오늘」이다! 오늘 본문에서 「오늘」이 여러 번 나온다. 야훼 하느님께서는 당신께서 일러주신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고 골수에 새겨두라고 명하시며 신명기 6장 4~9절에 나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되풀이 하고 있다(11, 18~21).
그러면서 축복과 저주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보아라. 오늘 너희 앞에 축복과 저주를 내놓는다. 내가 오늘 너희에게 내리는 하느님 야훼의 명령에 복종하여 복을 받겠느냐? 아니면 너희 하느님 야훼의 명령에 불복하여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령하는 길에서 벗어나 알지도 못하던 다른 신들을 따라 가서 저주를 받겠느냐?』(11, 26~29).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셔서 불의하고 악한 자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길을 가게 하시고, 선하고 의로운 자들은 또한 그들이 원하는 길을 가도록 하신다. 즉 인간에게 축복과 저주, 생명과 죽음에 대하여 양자 택일 할 수 있는 자유를 주신 것이다.
축복과 저주, 생명과 죽음의 길에 대해서는 신명기 30장 1절과 15절, 그리고 19절에도 나온다. 복을 받는 길은 우선 유일하신 야훼 하느님께만 속해야한다.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하느님을 닮는 삶을 살아야 한다.
반대로 저주의 길은 하느님께 속하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도 듣지 않으며 (불순종) 이탈되어 다른 신을 따라서 사는 삶이다. 야훼 하느님께 있어서는 절대로 양다리 걸친 삶은 있을 수 없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수 없다』.
29절에서 30절에 나오는 두군데의 산 이름, 「그리짐산」과 「에발산」은 사마리아 지방에 있는 산으로 같은 산맥에 같이 있으며, 하나의 산맥에 두 봉우리가 마주보고 있는 산이다.
이스라엘 12지파중에서 시메온, 레위, 유다, 이사갈, 요셉, 벤자민 지파는 그리짐산에 서고, 루벤, 갓, 아셀, 즈불론, 단, 납달리 지파는 에발산에 서게 하여 그리짐산에 선 지파의 대표들은 이스라엘 백성을 축복하는 말을 선포하면 백성들은 아멘 아멘 하게 했고 반면 에발산에 선 지파의 대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어기는 자들은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하면 백성들은 아멘 하고 화답하게 하였다.
그리짐산은 하느님을 섬기고 그 말씀을 순종하는 신앙생활을 하는 자들의 길을 상징하고, 에발산은 인간이 하느님을 떠나 이방인 신이나 우상숭배를 하여 하느님 앞에 불의하고 악한 인생이 되는 길을 상징하는 것이다. 성서에는 두 가지 대립 되는 상징적 명칭들이 많다. 빛과 어두움, 축복과 저주, 생명과 죽음, 성령과 악령, 거룩함과 속됨 등등.
신명기 11장은 10장의 내용을 다시 요약하여 소개하고있다. 신명기 저자는 끈질기게, 그야말로 귀가 따갑도록 같은 내용을 되풀이 하며 유일하신 하느님만을 섬기고, 사랑하고, 그분의 가르침을 따라야 복이 온다고 강조하고있다.
반대로 제 멋대로 설치는 사람, 배은망덕한 자는 절대로 복을 받을 수 없고 망할 것이라고 단호히 선포하고있다. 여기서 하느님께서 요구하시는 것은 하느님을 경외하는 이, 두려워 하는 일이다. 잠언서에서는 『야훼를 두려워하여 섬기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다』라고 되어있고 (1, 7)
또 『야훼를 두려워하여 섬기면 수명이 길어진다』라고 되어있다 (10, 27). 같은 잠언서에서 야훼를 두려워하여 섬기고 악을 멀리 하는 것은 「건강의 비결」로 되어있다: 『네 몸이 튼튼해지고 뼈마디가 시원해지리라』( 3, 7~8).
『야훼를 두려워하여 섬기는 것은 「생명의 샘」이라, 사람을 죽음의 올가미에서 빼내준다』(잠언 14, 27). 그리고 시편 34장에서는 이렇게 읊고있다: 『야훼의 천사가 야훼를 경외하는 자들 둘레에 진을 치고 그들을 구해 주셨다』(시편. 34, 7). 『야훼의 거룩한 백성아, 두려운 마음으로 그를 섬겨라. 두려운 마음으로 그를 섬기면 아쉬울 것 없으리라. 야훼를 찾는 사람은 온갖 복을 받아 부족함이 없으리라』(시편 34, 9~10).
「오늘」그리스도인으로서의 나의 현주소는 어디에 속해있는가? 그리짐산 위에 있는가 아니면 에발산 위에 있는가? 진정으로 내가 갈망하고, 또 두려워하고 있는 대상은 누구인가? 내가 생명의 길을, 복된 길을 선택하고 있다면 구체적으로 나의 어떤 면이 변화되어야 하겠는가?
이제 우리나라 국민들도 세계 어느 나라에 못지 않은 바캉스 붐을 일으키고 있다. 바캉스를 즐긴다는 것은 좋다. 그런데 금년처럼 대희년의 바캉스는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 한번쯤 생각해 볼만하다. 여유가 된다면 국내외 성지순례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교황 바오로 6세께서 돌아가시기 일년 전에 바캉스에 대하여 하신 말씀을 잊지 못하고 있다. 『가장 보람있고 훌륭한 바캉스는 한적한 곳으로 가서 주님과 함께 하는 피정』이라고 하신 말씀이다. 그렇다. 모두가 적어도 하루 만이라도 「한적한 곳으로 가서 주님과 함께 하는 피정」의 시간을 갖고 위의 문제들을 주님과 함께 생각해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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