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신덕에 관한 둘째 의무는 말이나 행동으로 신앙을 고백하는 것이다. 이 의무는 하느님의 영광이나 자신 또는 타인의 구원이 관련되는 경우에는 분명한 태도로 신앙을 고백해야 된다는 말이다. 참된 신앙은 생각만으로 믿는 것이 아니고 행동으로 그 신앙을 증거하여야 성립된다. 성서는 이 의무를 엄중하게 강조한다.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모른다고 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모른다고 하겠다』(마태 10, 33 마르 8, 38 루가 9, 26 2디모 2, 12). 로마서에서 사도 바울로는『마음으로 믿어서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에 놓이게 되고 입으로 고백하여 구원을 얻게 된다』(로마 10, 10)고 분명히 가르치고 있다.

그러므로 공식적인 권위를 가진 자가 신자에게 『네가 그리스도교인이냐』고 질문하면 신자는 분명하게 『그렇다』고 대답할 의무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침묵이나 핑계나 위장으로 대답할 수 없다. 비록 나의 명시적인 대답이 생활상의 불이익이나 직접적인 박해가 따를지라도 얼버무리는 대답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박해 때에는 신자는 숨거나 도망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동네에서 너희를 박해하거든 저 동네로 피하여라』 (마태 10, 23). 그러나 체포되어 심문을 받으면 정확하게 자신의 신앙을 고백해야 한다. 혹자는 말하기를 이런 때에 마음으로는 굳게 믿으면서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일시적인 거짓말로 『아니다』고 대답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절대로 그럴 수 없다. 신앙을 부인하는 것은 방법 여하를 막론하고 언제나 배교죄(背敎罪)가 된다.

신앙을 고백할 의무는 진실을 밝혀야할 경우와 남에게 악한 표양을 주는 위험이 있을 경우에는 명시적인 신앙고백이 필요하지만 평소 생활에서는 묵시적인 신앙고백으로 충분하다. 즉 신앙인답게 처신하는 것으로 간접적인 신앙고백을 할 수도 있다. 일요일에 친구끼리 놀러 갈 때에 나는 먼저 성당에 다녀와서 가겠다하는 말은 간접적인 신앙고백이고 회식때에 성호를 긋고 음식을 드는 것도 신앙고백이다. 물론 식사전후에 성호를 긋지 않아도 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신앙을 고백하는 의무에는 신앙고백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반신앙적인 기회나 행사를 피하는 것도 포함 된다. 직접적인 우상 숭배는 물론이고 온갖 점복술 (占卜術)에 참여하거나 비과학적인 관상술에 의지하거나 무당 판수 관상쟁이 점쟁이 노릇을 하는 것은 직접으로 신앙을 거스리는 행위이다. 이 모든 미신 행위에 직접 간접으로 가담하는 것은 바로 하느님의 섭리를 부인하는 반신앙적 행위이다. 근자에 민속(民俗)이라는 이름으로 굿판이 방영되는 것을 자주 보는데 이런 짓은 문명국의 수치이고 참된 교육을 방해하고 신앙인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한 야만적 행위이다. 그리스도교인들은 종파를 초월하여 이런 방송을 금지하도록 투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