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신덕에 관한 셋째 의무는 신앙을 전파하는 일이다.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 19~20 마르 16, 15~16 루가 24, 47~49 요한 20, 21~ 23 사도 1, 8).
예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맡기신 사명은 만민에게 구원의 복된 소식을 선포하는 사명이고, 이 사명은 일시적인 조처가 아니고 세상 종말까지 계속되어야 할 것이며 일부 사람을 상대로 하는 사명이 아니고 모든 시대의 사람을 상대로 하는 교회의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사명이다. 따라서 신약의 하느님 백성인 교회 전체의 복음선포 의무는 교회 구성원 모두에게 예외없이 해당된다. 물론 일차적으로 선교의무는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과 그들의 보조자요 협력자인 성직자들에게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성직자 아닌 다른 신자들에게 복음선포 의무가 면제될 수 없다. 실제로 신자들의 선교활동이 전제되지 아니하고서는 성직자들의 선교노력은 극히 미미한 결과밖에 얻을 수 없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교회 안팎에서 적극적인 선교활동을 부당한 「종파 개종주의」(Proselytism)라고 비난하면서 종파간의 평화 유지를 위하여 선교활동을 금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경향도 있지만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광신적 종파들의 과잉 경쟁으로 야기된 사회적 혼란과 정치적 불안이라는 악재가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교회가 말하는 선교는 구원의 진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하느님의 은총이 그의 마음을 움직여 주시기를 기도하고 신자 스스로가 조용히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복음을 듣는 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권유하는 선교이다. 이러한 선교활동을 종파 개종주의라고 비난하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다. 선교활동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선량한 신자들에게 한마디 참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 신자 각자에게 부과된 선교 의무의 골자가 무엇인가? 어떤 미신자를 가르쳐서 세례성사를 받게 해야 선교한 것인가? 아니면 어떤 사람에게 신앙을 가질 수 있게 확실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선교인가? 미신자가 세례성사를 받기까지 안내하고 지도했으면 최상급의 선교활동을 하였다고 평가한다.
그렇게까지 못해도 미신자에게 복음을 들을 수 있게 안내하는 것도 선교활동이다. 사실상 세례성사를 받는 것은 하느님 은총의 부르심이라 본인의 자유로운 회심(回心)의 합작으로 되는 것이니 안내자가 책임질 한계를 넘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교회가 신자 일반에게 선교의무를 강조하는 골자는 미신자들에게 구원의 진리를 들을 기회를 찾아 주라는 말이지 꼭 누구를 영세시켜야 된다는 강요가 아니다. 그러므로 신자들은 홀가분하게 선교활동을 전개하고 결과는 하느님께 맡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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