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말한 바와 같이 신덕과 망덕과 애덕은 하느님께로 우리를 직접 향하게 하는 덕(對神德)이라 한다. 올바른 신앙을 가지게 되면 필연적으로 하느님께 대한 견고한 희망을 가지게 된다. 신앙행위를 분석하면서 올바른 신앙은 하느님께 대한 기본적인 신뢰심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하느님께 대한 신뢰심은 하느님께 대한 희망으로 구체화된다.
일반적으로 무엇을 희망한다는 것은 그 대상이 좋은 것이면서 아직 소유하고 있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소유할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그것을 원하는 것을 희망이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신덕과 결부된 희망을 논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 희망 이라는 막연한 용어를 제쳐 놓고 망덕(望德)이라는 고유한 용어를 사용한다. 망덕이 대신덕의 하나이므로 망덕의 직접대상은 하느님 자신이다. 우리가 망덕으로 바라는 것은 어떤 현세적 이득이나 대가(代價)가 아니고 하느님을 차지하는 것이다.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마태 25, 21. 23). 하느님을 차지한다는 말은 바로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것이다. 따라서 망덕의 대상은 하느님과 그분이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이다.
망덕의 동기는 하느님의 전능하심과 전선하심이다. 하느님은 전능하시기 때문에 우리가 바라는 대상을 우리에게 주실 수 있고, 전선(全善)하시기 때문에 약속하신 대상을 우리가 차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이다. 우리가 하느님께 바란다는 것은 전능하시고 자비하신 하느님의 약속에 전적인 신뢰를 가지고 하느님께 나아간다는 말이다.
우리 망덕을 보증하는 분은 그리스도이시다. 하느님은 인간 구원에 관한 약속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구현하셨다. 구약에서는 구세주를 파견하시 겠다고 여러번 약속하셨고 신약에서는 구세주의 강생과 수난을 통하여 인간의 죄악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와 정의가 구현되게 하셨고 예수의 부활로써 하느님의 권능과 인간 구원의 확실한 보증을 주셨다. 에페소 서간에서 사도 바울로는 이렇게 말한다. "지난 날에 여러분은…약속의 계약에서 제외된 채 이 세상에서 희망도 하느님도 없이 살아온 사람들이 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에 오셔서 하느님과 멀리 떨어져 있던 여러분에게나 가까이 있던 유다인 에게나 다 같이 평화의 기쁜 소식을 전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방인 여러분과 우리 유다인들은 모두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같은 성령을 받아서 아버지께로 가까이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에페 2, 12. 17~18). 『우리의 희망이신 그리스도 예수』(1디모 1, 1)라는 말은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다 구원을 받게 되고 진리를 알게 되기를 바라시고…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중개자도 한분뿐이신…그리스도 예수』(1디모 2, 4~5)이시라는 말이다. 우리 신앙인이 감히 영원한 생명이신 하느님께 나아가기를 희망하는 마지막 보증인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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