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이 제 아무리 견고한 망덕을 가지고 있을지라고 현세에서는 순례자이고 항상 불확실한 인간 조건하에 살고 있으므로 우리의 희망이 언제나 요지부동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성서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여러분 자신의 구원을 위해서 힘쓰십시오』(필립 2, 12)라고 하였다.
얼른 듣기에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은 망덕이 약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인간의 약한 본성은 평소에 원칙대로 잘 하다가도 때로는 유혹에 져서 범죄할 수도 있고 견고한 신앙과 희망으로 열심하게 살다가도 고통과 시련을 만나서 흔들릴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성서는 『끝까지 참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이다』(마태 10, 22 24, 13) 하여 항구한 믿음을 촉구하였다.
우리가 신앙과 희망에 항구하기 위하여 항구함의 은총을 간단없이 기도할뿐아니라 성령의 일곱가지 은사 중에서 두려움의 은사(Donum timoris)를 간구해야 한다. 이 두려움은 종이 상전을 무서워 하는 것이 아니고 자녀가 사랑하는 어버이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 염려하는 두려움이다. 성숙한 신앙인은 신앙생활을 기쁘게 하면서도 거룩한 두려움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하면 그의 망덕은 흔들리지 아니 한다. 거룩한 두려움으로 지탱되는 망덕은 항구한 신덕을 보강 하면서 더 완전한 애덕에로 사람을 자극하고 인도한다. 미구에 차지할 영생의 하느님을 간절히 바라는 망덕이라면 이 목적에 조금이라도 접근하려고 그 목적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신앙인의 망덕이 커질수록 애덕은 더 열렬해지는 법이다.
역사에서 루터 칸트 얀세니오파들은 인간이 하느님을 흠숭 하는 것은 피조물인 인간의 기본적인 의무를 수행하는 것인데 하느님의 어떤 보상을 - 그것이 영생일지라도 - 기대하면서 흠숭하는 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하였지만 이런 주장은 하느님의 계시와 인간의 본성에 어긋나는 위선적 주장이다. 하느님께서 당신을 믿고 흠숭하는 사람에게 영생을 약속 하셨기 때문에 그 하느님께 영생을 바라는 것이지, 그리고 하느님께서 바라라고 하시기 때문에 바라는 것이지, 우리의 보잘 것 없는 선행의 대가를 요구하면서 하느님과 영생을 바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의 주장은 그리스도교 망덕의 본질을 모르는 소리이다. 그래서 트렌토 공의회는 위의 주장을 단죄하였다(6차 회의, 31항 참조).
그러므로 망덕의 필요성은 은총과 신덕의 필요성처럼 구원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망덕은 신덕을 선행(先行)할 수 없고 후속(後續)하는 덕이다. 그러나 애덕에 대해서는 선행하는 덕이다. 신덕과 망덕은 애덕을 선행하지만 덕행의 완전성에 있어서 애덕을 능가하지 못한다. 신덕과 망덕은 현세에서 구원을 위해서 필요하지만 애덕은 현세와 영생에서 계속되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신덕 망덕 애덕으로 구성된 대신덕은 그리스도교의 고유하고 기본적인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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