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우리는 2001년에 한국교회 초기 박해였던 신유박해 순교 200주년을 맞이한다. 이 뜻깊은 해를 맞이하면서 신유박해 순교자들의 신앙과 삶을 얼마나 본받고 따르고자 노력했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신유박해 순교 200주년이 오늘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에게 들려주는 가르침이 무엇인가를 조명해보고 신앙선조들의 참다운 후손의 길이 어떠한 것인가를 묵상해 보아야 하겠다.
신유박해의 발생
서학은 조선왕조가 지니고 있었던 전근대적인 사회질서의 해체와 함께 조선사회에 널리 유포됐다. 신분질서 체제의 무시와 같은 서학도들의 행위는 전근대적인 사회에 있어서 반체제적 요소로 인정됐다.
사회구조 변혁이라는 이념을 지닌 서학도와 조선정부 사이에 야기된 긴장과 대립관계가 당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 신유박해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신유년 1년 동안 처참했던 박해로 약 100명이 처형됐고 약 400명이 유배됐다.
신유박해로 교회의 지도급 인물들이 거의 순교하고 남은 교인들마저도 유배당하거나 산간벽지로 피신하게돼 빈사상태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교회는 신유박해 이후 크고 작은 박해를 받으면서도 신앙을 굳게 유지하며, 교회재건운동에 눈을 돌리게 된다.
순교자 현양운동의 과오
한국 교회는 1984년 5월 6일 교황 요한바오로 2세에 의해 103위 한국 성인을 모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쉽게도 103위 성인들의 부모이고 스승이었던 신유박해 순교자들은 단 한 분도 성인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신유박해 순교자들을 성인의 반열에 올리지 못했던 부족함과 그 분들을 현양, 시복시성함에 있어 간과해서는 안될 몇 가지가 있다.
1801년 신유박해는 토사교문(討邪敎文) 반포로 공식적으로 종료됐으나, 폐허가 된 교회는 교회재건운동과 성직자 영입운동에 눈을 돌리게 된다. 외국인 선교사들은 자생적으로 탄생된 교회와 그 교회가 받았던 박해를 생각하며 순교자들의 신앙과 삶, 박해와 순교의 내용을 기록으로 정리하고자 했다.
이 일은 기해박해(1839년), 병오박해(1846년), 병인박해(1866년) 등 크고 작은 박해의 과정을 소상히 밝힐 수 있는 교회측 문서로 남아 한국 교회 103위 성인의 탄생을 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신유박해 순교자에 관련된 교회측 자료로는 다블뤼 문서 외에는 별로 없었다.
안타깝게도 1925년 시복식에서 교회측 자료만으로 신유박해 순교자들의 시복대상자 조사가 진행되고 승정원 일기, 일성록, 비변사등록 등 관변측 자료의 미비로 복자품에 오르지 못한 일이 있었다.
우리가 신유박해 순교자들을 현양하고자 하는 커다란 이유는 한국 교회의 중요한 핵심인 순교신심의 근원이 무엇인가를 깨닫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 열의와 정성은 시들어가고 있다. 그것은 우리 교회 초기 신앙선조들에 대한 현양운동부터 시작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유박해 순교 200주년을 맞이해 단절된 현양운동의 고귀한 고리를 연결해야만 한다.
순교 200주년의 과제
서울대교구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는 1996년 김대건 신부 순교 150주년 기념 신앙대회를 마치며 2001년 신유박해 200주년 기념사업 준비를 결의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신유박해 순교자들에 대한 방대한 관변측 자료들을 검토하여 그 중에서 순교자들에 관한 내용을 발췌.번역하여 시복시성을 위한 기초자료인『한국 순교자 연구』자료집을 발간하고 있다.
또 1999년부터 2000년 동안 매월 신유박해 특강을 실시하며 신유박해 200주년을 뜻깊게 맞이하고자 준비했다. 내년에 서울대교구 순교자 현양위원회는 다채로운 신유박해 순교 200주년 기념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출판, 성지순례 안내, 특별 전시회, 학술회의, 기도운동 등의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2001년 9월에는 신자 3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앙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신앙대회는 일회성 행사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신유박해 순교자들의 시복시성을 위한 노력과 다짐 그리고 실천을 통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 복음화를 이룰 수 있는 씨 뿌리는 사람들의 잔치요, 결정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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