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두 대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율법학자들의 잘못된 태도를 조심하라는 경고의 말씀이고, 다른 하나는 「가난한 과부의 정성」을 칭찬하는 말씀인데, 전체적으로 보아 율법학자의 태도와 가난한 과부의 태도가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먼저 율법학자들을 조심하라』는 내용의 말씀을 살펴보겠다. 사람들이 율법학자들에 대하여 조심하여야 할 내용은 크게 보아 명예욕과 재물욕이다. 예수님은 먼저 장터와 회당과 잔치 자리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자신을 과시하고자 하는 그들의 명예욕을 비판하신다. 둘째로는 두 가지 예를 통해 율법 학자들의 위선을 들추어내신다. 「과부들」은 구약성서에서 「고아」와 「떠돌이」와 함께 동체의 보호가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의 대표격으로 자주 언급되는데, 예수님은 율법학자들이 이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먹는다는 날카로운 비판의 말씀을 하신다. 율법학자들이 어떤 식으로 과부들의 재산을 등쳐먹는 일이 일어 나는지에 관하여는 복음말씀을 통해 알 수는 없지만, 율법학자들은 과부들의 재산을 관리하는 변호사의 역할을 하면서 과부들을 속여 먹는 경우들이 있지 않았을까 추정해 볼 수는 있겠다. 율법학자들은 이렇게 옳지 못한 행동을 하면서 남들에게는 거룩한 듯이 보이려고 기도는 길게 한다며, 예수님은 그들의 위선을 비판하신다. 그러면서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신다.
이제는 「가난한 과부의 헌금」에 관한 대목을 살펴보자. 이 대목은 예수께서 「헌금함」이 놓여 있던 성전 앞마당에서 앉아서 가르 치고 계셨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앞의 대목에서는 율법학자들의 태도가 본받지 말아야 할 예로서 제시되었다면, 과부의 헌금에 대한 칭찬의 대목에서는 과부의 태도가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모범으로 제시되어 있다. 매우 대조적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이 대목에 나오는 과부에 관하여는 그가 나이가 많은지, 병중에 있는지, 가족들은 있는지 등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이 없다. 예수님은 부자들이 헌금 하는 것을 『바라보고』계시다가 어느 가난한 과부가 가장 작은 화폐단위였던 렙톤 두 닢을 헌금하는 것을 보시고 말씀하신다. 예수님의 말씀은 『진실히 여러분에게 말합니다』하며 매우 장중 하게 표현되어 있는데 사람들의 일반적인 가치평가가 잘못 되어 있음을 가르치신다. 헌금의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헌금으로 표현되는 자세의 질이 중요한 것이라고 가르치신다. 그리고 외양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가르치신다 (참조: 야고 2, 1~13).
그리고 바로 앞 대목에서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먹는 율법학자들』에 관한 말이 있었는데, 다시 이 대목에서 과부가 언급되면서 그의 「가난한」 처지가 매우 강조되어 있다. 「가난한」과부들을 도와 주어야 할 율법학자들이 오히려 그들을 「등쳐먹어」그들의 가난의 골을 더욱 깊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판단은 준엄 하다. 예수님은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더 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 이다』라고 말씀하신다. 종교지도자들의 그릇된 태도의 책임이 얼마나 큰지 말해준다. 율법학자들에 대하여 예수님께서 그토록 날카로운 비판의 말씀을 하신 이유는 그들이 유다인 사회에서 영향 력이 매우 큰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과부는 일반적으로 성서의 유다인들의 사회에서 너무 가난하여 아무런 영향력도 없고, 무시받기 쉬운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예수님은 바로 가난한 과부를 본받아야 할 예로 제시하신다.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에 대한 예수님의 각별한 관심과 애정이 여기에서도 드러난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율법학자들은 당시의 사회에서 볼 때 종교 지도자들이었고,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었다. 오늘날에는 어떠 한가?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을 말하기 전에 우선 종교의 지도자들은 어떠한가? 종교가 가난한 사람들을 돕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피해를 주는 경우들도 더러 있음을 생각할 때, -그것이 어찌 사이비 종교들 에게서만 보인다고 할 수 있겠는가?- 예수님의 말씀이 『찌르듯이』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오늘 우리 그리스도신자들은 복음 말씀을 통하여 한편으로는 율법 학자들의 명예욕과 재물욕이 뒤섞인 위선을 본받아서는 안된다는 경고를 받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난하지만 온 정성을 다해 헌금하는 과부의 정성어린 「하느님 공경」의 태도를 본받으라는 초대를 받는다. 또한 복음 말씀은 오늘의 신앙인들에게, 특히 교회안에서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에게, 자신들이 혹시라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으로 부터 심하게 비판받는 율법학자들의 태도에 떨어져 있지는 않은지 철저하게 자기 성찰을 하라고 요청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오늘 복음 말씀을 듣거나 읽으면서, 교회 공동체 전체는 교회 안에서 가난한 과부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무시 당하는 일이 결코 없도록 하고, 그들이 교회를 따뜻한 공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각별히 배려한다고 깨우쳐 준다. 날은 이제 점점 추워지는데, 「경제한파」속에 수많은 실직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교회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적어도 「신앙 공동체」안에서만은 「하느님의 사랑」과 「이웃 형제자매들의 사랑」을 따뜻하게 느낄 수 있도록 급히 구체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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