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제1부(1~12장)를 마무리하면서 가나안 땅을 정복한 사건을 통해 야훼께서 역사 안에서 움직이신다는 것과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을 향해 가는 그 의미를 찾고자 합니다.
남부 점령이 끝나고 이야기는 간결하게 북방 정복으로 옮겨진다. 북부의 정복전쟁에 관한 기사는 남부의 정복전쟁에 관한 기사와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 북부의 정복전쟁을 다루고 있는 11장의 첫 부분은 가나안의 북부 왕들이 동맹을 맺고 갈릴리의 메롬 샘터에서 이스라엘을 대적하여 공격하는 내용이다(1~15절).
그런데 이스라엘이 하솔 임금의 주도하에 있는 북부 동맹군을 정복한 11장의 내용은 10장과는 달리 평화로이 팔레스티나를 정복하였음을 (13절)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이스라엘은 그들을 격파한다는 단순한 요약형태(6~9절)로 북부 정복기사를 끝맺는다. 가나안 땅 전체가 정복되었다는 내용의 기사는 11장 16~23절에 나타나 있다.
가나안 땅을 정복한 복잡한 사건들과 정복한 요르단 동편의 왕들의 명단과 서편 왕들의 명단이 열거되고 있다(12장). 그러나 많은 지역이 그의 군사력으로써 격파시키기에는 너무 힘들 정도로 굳건한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고고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그 때에 가나안의 성읍들은 무척이나 견고히 방비되어 있었으며 그들의 문화도 찬란했던 것으로 본다. 반면에 이스라엘은 광야생활에 무기도 빈약하고 양식도 넉넉치 못한 형편이었다. 이러한 군대를 이끌고 여호수아가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번 공격한 뒤에도 계속적인 군사 행동이 필요했을 것이고 때로는 여러 지역에서 여러 부족들이 개별적으로 추진했을 것이다. 더욱이 가나안 정복이 가능했던 것은 군사적 공격 외에도 조약, 혼혼(混婚)동맹에 의한 성읍 국가들의 흡수 등이 크게 힘을 덜어 준 것이다. 여기서 하나의 정착 이론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의 백성들은 세 가지 방법으로 약속의 땅을 점령했다.
첫째방법은 침투이다. 광야를 빠져 나온 일부 집단들이 광야 가장자리에 위치한 주민수가 적은 지역 (남부지역)이나 도시국가의 영토들 사이에 있는 지역, 또는 역시 인구밀도가 희박한 중부 산간지대 등지에 쉽게 정착하였다.
둘째방법은 개종과 조약이다. 하느님백성들은 그 곳에 사는 사람들과 친분을 맺거나 타협을 이루었다. 이전부터 이들 지역에 살고 있던 소수의 사람들은 도시국가의 가혹한 지배에 시달려 온 희생자들일 가능성도 있다. 이들 가나안 원주민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계약에 참여함으로써 '개종' 하여 하느님백성이 되었을 것이다(여호24장). 그런가 하면 어떤 원주민 집단들은 협정에 의해, 상호간이 평화공조의 약속에 의해 정복되기도 했다(여호9장).
셋째방법은 도시국가들과의 전투이다. 여호수아와 그의 부하들은 몇몇 도시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 그것들을 점령하였다. 최초로 점령된 도시로 기억되는 예리고의 정복은 대대로 지방 성소들의 전례에서 경축되었다. 여타의 도시국가들도 후대의 여러 세대에 걸쳐 점령되어 오다가, 결국 마지막 도시국가 예루살렘이 다윗에 의해 함락되게 이른다.
이렇게 그들은 침투, 개종과 조약, 투쟁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그 약속의 땅에 이르렀다. 그들이 약속의 땅을 향해 가는 것은 두가지 차원의 의미를 지닌다. 그들은 약속의 땅 가나안을 향해감과 동시에 하느님을 향해 가는 것이다. 이러한 두가지 차원은 하느님의 모든 약속에 존재하는 성격과 부합된다.
여호수아 제1부( 1장~12장)에서 편집자의 의도는 역사적 사실을 나열, 전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사건을 통해 야훼께서 역사 안에서 움직이신다는 것과 정복은 그분의 권능의 가장 중요한 행위 중의 하나임을 증명하려는 데 있다.
우리 역시 하느님으로부터 영원히 머무를 곳, 하느님 나라를 약속 받았다. 우리가 하느님나라를 얻는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하느님 자신을 얻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하느님 나라를 얻기 위해 우리의 삶을 하느님 안에 침투시키고, 개종과 조약을 통해 그리스도화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그러한 과정에 장애물들을 제거해 가는 투쟁의 단계들을 거쳐야한다. 지금 나의 장애물은? 우리 사회의 장애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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