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 오전 11시40분 경. 원주교구 제천 남천동본당(주임=김영진신부) 몇몇 신자들의 눈가에는 작은 이슬이 맺혔다. 눈물, 기쁨의 눈물, 감사의 눈물, 벅찬 감격의 눈물을 애써 감춰야했다. 마감을 하루 앞두고 예비신자 모집 300명을 돌파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7일, 부임 한 달도 채 안된 김영진 신부는 「예비신자 300명 목표」를 제시했고 그나마도 석 달 뒤인 6월 9일 입교식을 갖자고 했다. 일부 신자는 그냥 흘려버렸고, 일부 신자는 「물정 모르는 소리」 「어림없는 소리」로 치부했다. 일부 신자는 황당함(?)에 혀를 찼고, 일부 신자는 「열정만 앞선 신부님 덕에 신자들 고생 꽤나 하겠구나」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년이면 60주년을 자랑하는 본당에서 그런 기적 같은 일은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고 당연히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조용히 혼자서 잘해오던 신앙생활이라 선교에 대한 인식은 더더구나 미비했다. 게다가 두 주 전 교리반을 열어 90명에 가까운 예비신자를 확보한 상황에서 또다시 300이란 숫자는 무모하게만 들렸던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도 매년 100~400명 정도의 새 신자를 배출한 전력(?)이 있는 김영진 신부가 막무가내로 밀어부칠 리는 없었다. 우선 교육에 나섰다. 선교의 당위성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설득력 있는 호소에 60년간 잠자던 신자들의 마음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외적으로는 예비신자 학교를 설립하고 교리교사를 양성했다. 신자들이 능동적으로 선교하고 예비신자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기존 학교제도와 같이 이사장과 학교장, 교감, 교무, 서무를 임명하고 29개 반조직에서 1명씩 교리교사를 뽑아 교육시켰다. 300명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회를 가르치고 교회에 뿌리내리게 하는 유지 관리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비신자학교를 중심으로 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작업이 하나씩 하나씩 이뤄졌다. 선교의식을 심화시키기 위해 각종 프로그램이 도입됐다. 형제들만을 위한 피정, 자매들만을 위한 피정, 구역피정, 가두선교단.선교왕 초청 세미나, 선교기금 조성을 위한 단식…. 기도운동도 빠질 수 없었다. 전 신자들이 동참한 40일 단식 고리기도, 21일 성체조배, 모든 미사와 회합은 전교를 위한 기도와 노래로 시작하고 마감했다.
이렇듯 정신무장을 했지만 막상 선교일선에 나서기에는 쉽지 않았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조심스럽게 성당 울타리를 나섰다. 비지땀을 흘려가며 한사람 한사람에게 다가가면서 의외의 호응에 굳었던 마음이 풀리고 「이게 선교구나」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하는 희열을 맛보게 됐다. 사람을 만나면 자신있게 성당에 나오라는 말이 나왔고 기대이상의 결실이 보였다.
6월 9일 오후 8시. 목표치를 훌쩍 넘어선 324명의 예비신자를 봉헌했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선교방법을 동원해 거둔 기적같은 성과였다. 가두선교를 통해 받은 자기소개서 499장의 결실도 기대된다.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에 스스로를 대견해하고 새로운 신앙의 맛을 들이게 된 신자들에게서는 생기가 감돌았다. 김영진 신부는 『300이라는 목표 달성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선교활동을 통해 신자 스스로가 커 가는데 더 큰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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