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하느님의 아드님이 사람 되심
예수님은 회당에서 성경을 읽으셨고(루가 4, 16-30) 땅바닥에 글을 쓰셨다는 기록 외에는 그분의 교육 정도에 대해서 성서는 침묵을 지킬 뿐이다.
또 어떤 이들은 예수님을 석가나 공자 또는 소크라테스처럼 위대한 인물이나 지도자로 보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한 그들과 비교하여 그분의 교육 수준을 들먹이기도 하지만 성서는 그분의 신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여기에 대해서는 인간적인 방법으로 접근할 성질이 아니라고 본다.
2)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심
그리스도교의 영성은 다른 말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의 신비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성생활이란 그 신비를 깊이 고찰한 후 그것에 참여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첫 번째 임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그분의 신비는 강생의 신비이다. 즉 혈육을 취하여 우리 가운데 거하시는 말씀(요한 1, 14)으로써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신비이다. 구약성서에서 하느님은 인간을 부르사 당신의 정체를 드러내시고 인간의 역사에 개입하셨으나 그분의 존재는 인간과 함께 살 수 있도록 외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실 만큼 친숙한 분으로는 드러나지 않으셨다. 이런 점에서 강생의 신비는 하느님께서 초월적이고 위엄있는 분일 뿐 아니라, 「우리를 위한 하느님」, 즉 사랑이신 하느님이심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달리 표현한다면, 하느님 아들의 강생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찾아 나서신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느님은 바로 사랑 그 자체이시기 때문에 불완전한 인간을 끝까지 찾아 나서신다. 그리하여 하나도 잃지 않고 모두 구원하려 하신다. 이는 「완전한 신성」(골로 2, 9)을 지니신 그 아드님 안에서 하느님은 매우 친밀하고 명확하게 인간과 이 세계와 결합하신다는 뜻이다. 그분이 목자를 잘 따라다니는 양 아흔 아홉을 제쳐놓고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는 비유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는 타락한 인간을 치유하고 고양시키기 위한 하느님의 보편적인 구원의지의 표현이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새로운 표명으로써 그분의 교회를 통하여 끊임없이 지속될 것이다.
또한 강생의 신비는 인간이 그리스도의 신비에 참여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그분의 신비에 어떤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는가? 말씀이신 그분이 자신을 무한정 낮추어 인간의 본성을 지님으로써 인간이 하느님의 위격과 일치하게 되어 마침내 인간성을 신격화하여 초자연적 상태로 상승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사랑의 사도인 사도 성 요한이 간단히 제시한다. 아버지께서 『당신의 외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주셔서 우리는 그분을 통하여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1요한 4, 9). 바로 이것이다. 예수님은 『아버지께서 생명의 근원이신 것처럼 아들도 생명의 근원이 되게 하셨다』(요한 5, 26)라고 하셨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신비에 참여한다는 것은 신인(神人)이신 그리스도의 생명, 즉 강생하신 말씀이 성부와 성령과 함께 공유하시는 그 생명에 참여하는 것이며, 이 생명을 통하여 인간은 재생되어 초자연적 상태로 들어 높여지는 것이다. 이리하여 자연적인 것과 초자연적인 것이 혼합되며 자연적인 것이 파괴되지 않고 완성되고 고양되어 새 생명이 되는 것이다.
이 새로운 생명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의 힘에 의해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강렬하게 체험한 사도 성 바오로는 이렇게 고백한다. 『성령의 감화를 받은 사람은 누구나 하느님의 자녀가 됩니다. 여러분이 받은 성령은…여러분을 하느님의 자녀로 만들어 주십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 성령에 힘입어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릅니다. 바로 성령께서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는 것을 증명해 주십니다. 자녀가 되면 또한 상속자도 됩니다』(로마 8, 14-17). 우리가 하느님 자녀의 신분이라면 강생하신 그리스도와 공동 상속자가 되는 것이다.
이보다 더 크고 놀라운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영성생활의 중요한 요소는 바로 이것을 묵상하고 여기에 맞도록 사는 것이리라. 현 교황님은 「제삼천년기」에서 구속적 강생의 신비에 염원을 두고 사는 종교는 「하느님의 마음 안에서 사는」 종교이며, 하느님의 참 생명에 동참하는 종교라고 하였다. 그것은 그리스도와 공동 상속자가 된다는 의미이며 하느님의 심오함을 살피시는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그 신비를 깨닫게 된다는 뜻이리라.
3)예수님의 가르침
예수님의 가르침은 단적으로 말해서 경천애인(敬天愛人 또는 愛主愛人)에 있다. 율법 중에 어느 계명이 제일 크냐는 질문을 받으신 예수님은 『첫째 가는 계명은 이것이다. 이스라엘은 들어라. 우리 하느님은 유일한 주님이시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라. 또 둘째가는 계명은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것이다』(마르12, 28-31)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의 수많은 가르침, 사도 성 요한의 말씀에 의하면 『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요한 21, 25) 그 말씀들을 한 마디로 종합하면 바로 하느님을 섬기고 사랑하며 이웃을 사랑하는 그것이다. 그리스도교 영성이란 이를 잘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이 주제와 더불어 예수님에 관하여 간략하게 언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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