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원시교회와 사도들의 활동
사도 성 바오로가 에페소에서 전도할 때 세례자 요한의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성령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바오로가 그들에게 세례를 주고 안수하자 그들은 모두 성령을 받고 『여러 언어를 말하고 또 예언을 하였다』(사도 19, 6). 바로 그 신령한 기운이, 즉 성령이 그들을 그렇게 하게 한 것이다. 따라서 그 기운을 입으면 누구든지 역동적인 힘(dynamis)을 내기 마련이다.
인간은 원죄의 결과로 인해 악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을 쉽게 극복하지 못하지만 그 영의 능력을 입으면 육체를 지닌 인간이라도 육체의 욕정에 따라 살지 않게 된다. 그 신령한 기운은 그런 힘까지도 내는 것이다.
활기찬 삶의 원동력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자연적인 본능에 따라 살 것이 아니라 그 영의 기운을 받아 살아야 한다. 그 영이 지배하는 곳에는 진정한 자유가 있어(2고린 3, 17) 악을 이길 수 있는 자유까지도 누릴 수 있다. 진정으로 이런 자유를 누리는 자는 윤리적으로 부정한 행위들(갈라 5, 20-21)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상적인 그리스도인의 삶인 성령의 열매를 맺으면서 살아간다(갈라 5, 22-25).
또한 그 기운은 생명을 주는 영이므로 이 영에 따라 사는 이는 생명력을 상실한 법조문에 집착하기보다는 오히려 법의 근본 정신을 따라 살게 된다. 왜냐하면 문자는 죽이고 영은 살리기 때문이다(2고린 3, 61베드4, 6). 또한 그 기운은 인간으로 하여금 진리와 오류의 영을 식별하여(1요한 4, 6) 성화의 길을 걷게 한다. 그 영의 인도를 받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성전이 되어(1고린 3, 1616,9 ) 주님과 하나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1고린 6, 17). 이는 마치 뱃속에 있는 태아가 어미로부터 끊임없이 영양을 공급받듯이 그 영과 하나되어 사는 그리스도인도 끊임없이 그 영의 생명력을 받아 활기찬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삶은 그리스도 예수를 통한 삶이며(1요한 4, 9) 그분의 도움을 받아 더욱 더 풍성해지는 삶으로써(요한 10, 10)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로마 8, 15갈라 4, 6)로 부르며 그분의 자녀다운 삶을 성실히 살아갈 뿐 아니라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 예수님을 인생의 유일한 길잡이와 스승으로 모시고 그분의 삶을 본받는 수덕생활에 정진하게 된다.
또한 그영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세 번째 위격인 성령이시므로 성화의 원동력이시다. 그러므로 수덕생활에 정진하는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노력과 더불어 성령의 도움을 받아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고(2고린 2,15 이하) 성덕의 열매를 맺어 하느님께 참다운 예배를 드리게 된다. 이런 영혼은 영적인 인간이 되어 사도 성 바오로처럼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20)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성령께서는 교회의 주춧돌인 사도들의 삶을 주관하셨다. 성령의 은사와 그들의 생활과는 상호 밀접한 관계가 있다.
초대 교회는 항상 쇄신되어야 하는 교회(Ecclesia semper reformanda)의 이상적인 모습이자 신앙 공동체의 귀감이다. 그러므로 쇄신을 부르짖는 이들은 누구나 초대 교회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 그러면 무엇이 우리를 초대 교회로 부르고 있는가? 초대 교회가 어떠했기에 교회 쇄신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인가? 단적으로 말해서 그 교회는 성령의 인도를 받아 운영되는 교회였다.
그러므로 이상적인 교회의 모습은 성령의 인도를 받아 운영되는 교회인 것이다. 성령은 성화의 원동력이시므로 교회가 성령의 인도를 받아 운영되고 그 구성원들이 영으로 충만할 때 교회는 진정으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교회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유명한 아테나고라 대주교의 가르침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성령이 안 계시면 하느님은 멀리 계시고, 그리스도는 과거에 머무시며, 교회는 단지 조직체에 불과하고 복음은 죽은 문자이며 교회의 선교는 선전이고 전례(의식)는 고풍에 불과하며 윤리적 행위는 노예적 행위에 불과하다』
성령과 함께 한 원시교회
이와 같이 원시교회는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운영되었다. 우선 교회의 탄생은 승천 직전에 하신 주 예수님의 말씀이다. 『너희는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내가 전에 일러 준 아버지의 약속을 기다려라…성령이 너희에게 오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뿐 아니라 땅 끝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 4-9). 과연 오순절에 위로부터 성령이 강림하시어 『혀 같은 것들이 나타나 불길처럼 갈라지며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사도 2, 3). 그리고 그 교회의 성장 과정을 보면 성령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신자들은 부활하신 주 예수님께 대한 믿음과 성령의 은사로 충만한 삶을 살았으며 그 공동체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사도행전은 교회의 성장을 주님께 돌리고 있다. 『주께서는 구원받을 사람을 날마다 늘려 주셔서 신도의 모임이 커 갔다』(사도 2, 47).
그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 소유로 내어놓고 재산과 물건을 팔아서 모든 사람에게 서로 나누어주면서 살았다. 또한 그들은 한 마음이 되어 성전에 모였고 집집마다 돌아가며 빵을 나누고 음식을 함께 먹으며 하느님을 찬양하였다(사도 2, 43-474,32-37 참조). 여기서는 특별히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이루어진 다음의 몇 가지 사항을 중요하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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