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원시교회와 사도들의 활동
(6) 사도단 결정에 함께 하신 성령
신도들이 많아지자 유다교 그리스도인들과 이방인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모세의 율법이 명하는 할례」로 인해 「격렬한 의견 충돌과 논쟁이 벌어졌다」(사도 15, 1-2). 더구나 바리사이파에 속했다가 신도가 된 몇 사람도 이방인들에게 할례를 베풀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래서 오랜 토론 끝에 베드로가 일어서서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할례를 베풀지 않도록 결정하고 야고보 사도의 의견을 받아들여 우상에게 바쳤던 제물과 피나 목졸라 죽인 짐승도 먹지 말 것과 음란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결정하여 편지를 써보냈다. 이것이 「성령과 우리의 결정입니다」(사도 15, 28)라고 한 사도회의는 우리에게 중요한 내용을 제시한다.
이는 사도들의 결정에 성령께서 함께 하셨다는 뜻이다. 성령의 강림 사건으로 창립된 교회는 언제나 성령의 인도를 받아 운영된다. 교회 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열린 첫 번째 사도들의 회의에서 성령의 놀라운 작용으로 인해 모든 분쟁의 소지가 일소되고 좋은 결정들이 나왔으며 선교사들은 열심히 전도에 힘쓰게 되었다.
3) 사도 성 베드로의 서간
(1) 첫째 서간
사도단의 으뜸이었던 베드로는 원시 교회의 최고 지도자였다. 특히 주님의 승천 후에는 으뜸 사도로서의 권위를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마티아 사도의 선발과 성령을 받은 오순절에 행한 설교와 사도들의 회의 등에서 그의 역할이 돋보인다. 여기서는 그가 보낸 서간들을 중심으로 간단하게 그의 영성적 가르침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소아시아의 신자들을 대상으로 두 통의 편지를 보냈는데, 우리는 이를 목자가 신도들에게 보내는 사목서한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집필 연대는 네로 황제 박해 이전인 것으로 보이며 장소를 바빌론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로마에서 썼을 것이다. 이는 그 당시 독자들이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표현법이기도 하다. 종합적으로 사도 성 베드로의 서간은 신자가 된지 얼마 되지 않는 이들에게 올바른 신앙생활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고 있으며 중요한 교리(세례, 부활절 성찬식, 재림)와 건전한 윤리생활을 제시한 교과서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서간에 나타난 몇 가지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① 그리스도인의 희망
하느님 아버지의 영원한 계획에 따라 믿음을 가지게 된 그리스도인은 세례를 통해 성령으로 거룩하게 되었고 구세주의 피로 죄에서 씻겨진 사람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영생을 향한 인생 여정에서, 더구나 비신자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시련을 당하더라도 십자가를 통하여 영광스럽게 되신 그분을 본받아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하느님은 당신께 희망을 두는 자들에게 썩지 않고 더러워지지 않으며 시들지 않는 유산을 하늘에 마련해 놓으셨다. 이것은 그리스도인에게 희망이 아닐 수 없다. 그 희망은 자신의 구원을 위협하는 온갖 위험에서 벗어나 「마지막 때에 나타나기로 되어 있는」 보이지 않는 참 행복에 이르게 한다. 믿음에 바탕을 둔 이 희망은 그리스도인다운 참된 기쁨의 원천이다. 그러므로 그는 『기뻐하십시오』라고 힘있게 권고한 것이다.
②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는 삶, 인내
인생을 음미하면서 사는 사람은 누구나 인내를 중시한다. 특히 박해를 당하는 그리스도인은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는데, 그 자체가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는 인내이다. 황금이 불로 달구어져 불순물이 제거되듯이 그리스도인은 시련을 당함으로써 믿음이 시험되고 완성되어 앙금이 없는 순금처럼 더 값진 것이 된다. 시련을 이겨낸 그리스도인의 믿음은 주 예수님이 나타나시는 그 날에 착한 사람들에게 약속된 상급을 받을 근거가 된다. 인내를 통한 상급! 그것은 수난을 통하여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주 예수님을 본받는 것이다. 이것은 그리스도인에게 믿음을 전제한다. 믿음은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진리를 받아들이는 지성적인 승인이자 동의이므로 은총을 통하여 예수님을 그리스도와 주님으로 믿고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은 구원을 받는다.
③ 성덕에 대한 권고
세속적 삶의 양식을 버리고 그리스도인이 된 사람은 누구나 예전에 살던 대로 자기의 욕심을 따라서 살아서는 안된다.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잘 순종하는 하느님의 자녀다운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복음을 받아들여 거룩하신 하느님을 본받아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게 되어라」는 권고는 산상수훈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것이다(마태 5, 48). 구체적으로 모든 악의와 기만, 위선과 시기와 비방을 버리고 형제를 사랑하며 순수한 마음으로 복음을 받아들여 그리스도의 고귀한 피로 구속된 자들처럼 살아야 한다. 이렇게 살아감으로써 「영혼을 거슬러 싸움을 벌이는」 육체의 욕정과 여러 악한 것들로부터 해방되어 하느님의 자녀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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