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원시교회와 사도들의 활동
4) 사도 성요한
⑮ 성모 마리아
요한 복음에는 가나 혼인 잔치에서 성모님이 처음 등장하신다(2, 1~11). 물이 포도주로 변화된 그 기적은 표징으로서 제자들에게 믿음을 준 사건이었으나 그 내용을 깊게 묵상해보면 성모님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아직 예수님의 때(죽음과 부활을 통한 영광 받으심)가 오지 않았지만 성 모님의 부탁으로 기적을 행하시어 영광을 드러내셨다. 이 사건 이후로 성모님은 전혀 등장하지 않으시다가 아드님의 십자가 죽음 직전에 나타나신다(19, 25~27).
어머니가 서 계시더라(Mater stabat). 너무나도 처절한 아들과 어머니의 상봉! 인간의 삶에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 특별히 모자 (母子) 관계를 생각해 볼 때 - 어머니는 아이를 아홉 달 동안이나 품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것이다
아들의 기쁨은 어머니의 기쁨이고 아들의 고통은 어머니의 고통이다. 필설로는 차마 다 표현할 수 없는 무지무지한 고통과 치욕,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그 비참한 고통, 인류의 죄악을 두 어깨에 짊어지시고 세 번이나 쓰러지면서도 끝까지 수난의 길을 걸어가신 아드님의 뒤를 묵묵히 따라가신 어머님의 그 참혹한 고통, 해골산이라고 불리던 골고타의 그 사형장으로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신 죄인의 어머니가 되시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과 조소를 받으시고…
그래서 아드님과 함께 당하시고 또 당하시고…그러나 고통 중에서도 한 마디 불평도 없이 끝까지 하느님 아버지를 찾으신 성모님. 그러나 결코 실신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아드님과 함께 수난하신 장하신 성모님. 아드님이 고통받는 야훼의 종이 되셨듯이 성모님도 바로 고통의 여인이 되셨다.
시므온의 예언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졌다. 예수님은 그 극심한 고통 중에서도 효성지극한 한 마디 말씀을 남 기셨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사랑하는 제자 요한에게 맡기신 것이다.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하시고 그 제자에게는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하고 말씀하셨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사랑하는 제자에게 맡기신 예수님의 효성심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 때부터 그 제자는 마리아를 자기 집에 모셨다(19, 27). 스승으로부터 사랑받던 제자 한 사람을 제외하고 다른 제자들은 모두 도 망쳐 버렸다.
스승을 위해서는 목숨까지도 바치겠다고 장담하던 베드로 이하 다른 제자들은 어디로 갔는가? 세상과 제자들, 심지어는 아버지로부터도 버림받은 것처럼 보인 그 비참한 죽음 직전에 사랑하는 어머니와 제자가 함께 한 것이다. 이보다 더 극적이고 사랑의 장면이 있을 수 있을까?
이런 의미에서 사도 성 요한이 성모님을 모시고 살았다는 전승은 충분히 믿을만하며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일 먼저 성모님을 방문하셨을 것이라는 묵상 안내(참조 : 영신 수련 218, 220, 299번)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2) 첫째 서간
서간의 주요 가르침은 사랑이다. 그것은 형제적 사랑이 일상의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바탕으로 하여 사랑의 참된 신 학이 전개되어 있다. 빛 속에서 걷는 것과 형제를 사랑하는 것은 같은 것이다.
사도 성 요한은 이를 구체적으로 이렇게 가르친다. 누구든지 세상의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기의 형제가 궁핍한 것을 보고도 마음의 문을 닫고 그를 동정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에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겠습니까?(1요한 4, 20~21).
우리는 눈에 보이는 형제 자매들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 없지만 우리의 이웃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하느님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1요한 5, 1~4 4, 10~12). 한 마디로 말해서 그 핵심적인 내용은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에 우리도 사랑을 합니다(1요한 4,19)이다.
그 사랑은 궁극적으로 아가페적 사랑 이다.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 내놓으신 십자가의 죽음까지도 당한 그 사랑! 그 사랑은 고별사에서 하신 주님의 말씀 그대로이다.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요한 15, 13 1요한 1요한 3, 16).
바로 그분을 통해서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1요한 4, 7 ~9).사도 성 요한이 전한 복음과 서간의 가르침은 세례와 성체, 그리고 공동체 생활, 즉 형제적 사랑의 실현 안에서 드러난다. 이는 교회의 성사생활을 현실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을 강조한 그의 영성은 우리를 신비사상으로까지 인도한다. 이런 의미에서 관상적 영성은 복음 안에서 시작되어 초대 교회의 수도자들을 거쳐 중세기에서 꽃피고 열매 맺었으며 세상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그 은혜를 받은 주님의 자녀들에 의해 불완전하게나마 지속되다가 영원한 당신과 함께 하는 그 나라에서는 얼굴을 맞대고 바라보는 영원한 즐거움으로 변화될 것이다.
그 때는 성 아우구 스띠노처럼 님 위해 우리를 내시었기에 님 안에 쉬기까지는 우리 마음이 찹찹하지 않습나이다라는 기도는 드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분을 누리게(frui Deo) 될 바로 그것이 만족할 줄 모르는 만족(insatiabilis satisfactio)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 복된 상태를 우리는 지복직관(visio beatifica)이라 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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