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원시교회와 사도들의 활동
4) 사도 엉요한
아브라함의 자손들은 유다인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신앙의 자손들이다. 그들은 어린 양과 함께 서 있었는데(묵시 14, 1) 수많은 무리를 지어 있었으므로 온 교회로부터 온 신도들이 그분과 함께 영광을 누리는 것이다. 또한 그 숫자는 구약의 열두 지파와 신약의 열두 사도, 그리고 1000으로 인수분해된다. 그러므로 그들은 그 당시 로마제국의 거짓 신들에게 경배를 드리지 않은 충실한 신도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들은 목숨을 바쳐 신앙을 증거한 자들이다. 그러므로 상징적인 숫자를 글자 그대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그 숫자를 영적으로 수없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어떤 종교인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신흥종교 중의 하나인 「하나님의 교회 안상홍증인회」는 『88년에 세상 종말이 온다고 주장하였고 인침을 받은 14만4000명 이외에는 모두 멸망한다』고 주장하여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할 수 없는 표현이 성서에 그대로 나와 있다.
『그들은 모든 나라와 백성과 언어에서 나온 자들이다』(7, 9). 이들은 모두 환난을 슬기롭게 견디어 낸 자들로서 구원을 주시는 그분을 밤낮으로 찬미할 신도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마에는 하느님의 도장이 찍혀져 있었다. 그 도장이란 무엇인가? 에제키엘서에는 한 천사가 하느님의 명을 받아 『발칙한 짓을 역겨워하여 탄식하며 우는 사람들의 이마』에 표시를 한다(9, 4). 그 발칙한 짓이란 우상숭배이다. 그들은 우상숭배를 하지 않고 하느님께 충성과 효성을 다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화를 당하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묵시록에 나오는 그 표시는 화를 당하지 않게 한 것이 아니라 화를 당해도 구원을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 표시는 하느님의 이름과 같은 것이다(묵시 3, 12 22, 4). 또한 그 도장은 어원적으로 보아 세례와 견진성사에서 받는 인호로도 볼 수 있다. 그리스어 스프라기스(sphragis)는 도장이나 인장 또는 무엇을 확인하는 표시이다. 그리스도인이 세례, 견진, 성품성사를 통하여 보이지 않는 인호를 받는 것 역시 스프라기스이다. 이 표시를 받는 자는 누구나 하느님께 속한다. 지상에 사는 동안 그 표시를 얼룩지게 하지 않을 때 그 도장은 주님의 나라에서 영광스럽게 빛날 것이다. 또한 인호는 다른 성사를 받을 수 있는 자격과 권리를 준다.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 영성생활을 풍부하게 하는 성사생활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상을 성화시키고 구원을 받는 좋은 도구가 아니겠는가? 일곱째 봉인, 불과 연기와 유황을 내뿜어 사람들의 삼분의 일을 죽이고 말았다. 이러한 큰 재앙들은 모두 범한 죄를 뉘우치지 않고 우상숭배와 도둑질을 하는 자들에게 내리는 징벌이었다. 이런 끔찍한 재앙들을 보고도 뉘우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10) 진노의 날을 맞는 하느님 백성
위에서 언급된 여섯 봉인들은 이 세상에 일어날 끔찍한 재앙들을 나타낸다. 그 재앙들은 죄악에 물든 인류에 죄의 결과를 보여주는 동시에 하느님의 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음을 제시한다. 14만 4000명은 닥쳐올 환난과 재앙을 받지 않고 온전히 보호된다. 그들은 하느님의 종들이자 그분께 순종하는 하느님의 백성이자 교회의 구성원들이다.
『그들은 여자들과 더불어 몸을 더럽힌 일이 없는 사람들이며 숫총각들입니다. 그들은 어린 양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 다닙니다』(14, 4). 그러므로 14만 4000명은 하느님과 그분의 길에 충실한 이들을 상징한다. 이들은 영적으로 동정을 지킨 자들이다. 그들은 신앙적으로나 사상적으로 사악한 이론에 빠지지 않아 영적 간음에 빠지지 않은 이들이다. 그들은 하느님답지 않은 길을 가지 않으며 하느님의 완전한 길에 충실하여 풍성한 수확을 거둘 것이다.
사도 성 바울로는 부활의 희망을 믿고있는 자기에게 재판을 행한 로마의 관리들에게 『우리 열 두 지파는 밤낮으로 오로지 하느님을 섬기면서 그 언약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바로 그 희망 때문에 유다인들에게 고발을 당하고 있습니다』(사도 26, 7)라고 하였다.
묵시록에서 강조하는 것은 하느님의 영적인 백성과 그분의 교회이다. 그러므로 14만 4000명은 세상 종말에 닥칠 하느님의 진노에 의한 환난과 고통 속에서도 영적으로 안전하게 보호될 충실한 신도들이다(9, 4). 그들은 모든 민족에게서 온 사람들로서 흰옷을 입은 자들이었다(7, 9). 그들은 모두 환난을 겪어낸 이들이다(7, 14). 이는 일찍이 주 예수님께서 언급하신 것과 일치한다(마태 24, 21). 하느님의 봉인을 받은 이들은 그러한 환난 속에서도 보호되는 것이다.
하느님의 진노는 나팔 소리에 의해 시작된다. 나팔 소리는 축제를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였고 왕의 대관식에도 사용되었으나 성서에는 경고의 표시로도 사용되었다(스바 1, 14~16). 천사가 나팔을 불자 천둥과 요란한 소리와 번개와 지진이 일어났다(8, 5). 이 재앙들은 인류의 죄악 때문에 일어났다. 그러므로 그 징벌들은 인류에게 회개하도록 경고한다. 그러나 묵시록에 의하면 인류의 대부분은 회개하기를 거부한다(9, 20). 이것이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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