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레사의 기도단계
데레사는 하느님이 보여주신 신비 체험에 따라 기도의 단계를 저서 「영혼의 성」에서 설명한다. 그녀는 영혼을 금강석이나 맑은 수정으로 이루어진 궁성에 비유한다. 그 궁성엔 여러 방들이 있는데 그 중 제일 가운데 방에 하느님이 왕으로 좌정하고 계시다. 각자는 기도와 묵상을 통해 이 영혼의 성에 들어 갈 수 있으며 기도의 진보에 따라 한 방에서 다른 방으로 옮겨갈 수 있고 6개의 방을 통과한 후 마침내 가장 중앙에 있는 제 7궁방에 도달하게 된다.
데레사의 체계적인 기도와 완성의 단계의 묘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신학자들도 있다. 그리스도교 전통의 신비가들이 가르쳐온 기도의 성숙과 성성의 상승적 발전을 인정하면서도 그렇게 인위적으로 위계질서를 엄밀히 구분할 순 없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데레사는 저서들을 그녀의 시대에 봉쇄수도원의 수녀들을 위해서 상징적인 용어들을 사용하며 썼다. 그러므로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며 성소가 각기 다른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언제든지 제기된다. 분명한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완성에 불렸으며 이 완성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삶의 최종 목표로서 최고의 사랑인 「하느님과의 일치」이다. 데레사는 그것을 상징적 용어로 영적 결혼이라 일컬은 것이다.
제1궁방의 영혼은 은총 지위에서 살지만 아직 세속적인 것에 집착하며 착한 열망을 버릴 위험에 있는 기도의 초보 상태에 있다. 그는 아직 세속적인 것에서 이탈하지 못했으므로 물질적인 세계로부터 오는 유혹에 약하다. 세속적 유혹에서 오는 분심은 영혼의 중심에서 비추이는 빛을 약하게 만든다.
제2궁방에 들어가면 영혼으로 하여금 노력을 포기하도록 유혹하는 무미 건조함과 고난이 닥쳐온다. 사탄의 간계에 대항하기 위해 데레사는 이성, 기억, 믿음 등 영혼의 기능과 힘을 사용하라고 권한다. 주님은 이성의 빛 안에서 영혼에게 빛을 주신다. 명확하고 철저하며 선한 사고는 사탄의 거짓을 쫓아 버린다. 여기서 영혼은 묵상기도를 열심히 해야한다. 그러므로 이 단계의 기도의 특성은 추리적 묵상이다. 추리적 기도가 반성적인 기도의 형태이긴 하지만 그것은 추론이 아니라 사랑으로 끝나야 한다. 묵상기도란 하느님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그 하느님과 둘이서 자주 이야기하며 사귀는 친밀한 우정의 나눔이다. 지성을 많이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는 이들에게 데레사는 그리스도께 관해 묵상하고 그분과 대화할 것을 제안한다.
성실한 영혼은 세 번째 궁방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여기에 들어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궁방에서 그들의 전 생애를 보낸다. 이 궁방으로 만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공간이 넓어서 미지근한 영혼부터 용감한 영혼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거처할 수 있다. 사람들이 더 깊이 들어 들어가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은 복음서에 나오는 부자청년(마태 19, 16~26 참조)같이 계명을 지키고 의무를 다 하지만 예수님의 부르심을 귀담아 들을 만큼 마음을 비우지 않기 때문이다.
제3궁방에서 영혼은 습득적 잠심기도라 부르는 수덕적 기도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간다. 이 단계에서 영혼은 일상적인 은총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노력으로 마음을 한 곳에 모은 상태에서 기도를 드리게 된다. 이 기도는 모든 기능이 집중 상태에서 하느님과 결합하는 매우 분명한 현존의식이다.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에도 영혼이 자기 안에 하느님의 현존의식을 기르고 전적으로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살려고 습관적으로 노력한다면 이런 유형의 기도는 발전될 수 있다고 데레사는 조언한다. 이 단계는 수덕적 단계에서 신비적 단계로 넘어가는 전환점으로, 묵상에서 사용된 추리는 이제 단순한 지적 응시와 사랑에 가득 찬 주의력으로 바뀌게 된다.
제4궁방의 영혼은 신비적 기도의 첫 유형인 고요의 기도의 단계에 이른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지성과 하느님과의 친밀한 결합에 있는 주입적 또는 수동적 잠심 기도로서 영혼은 하느님의 현존을 생생하게 인식한다. 데레사는 기도의 진보를 위해 중요한 것은 많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많이 사랑하는 일이라고 가르친다. 고요의 기도는 의지가 하느님의 사랑으로 흠뻑 젖어 최고선으로서의 하느님과 일치하는 기도의 유형이다.
이러한 기도 중에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눈이 감겨지고 고요가 그리워지며 감각이나 바깥 사물들에 대한 관심은 약화되어 가는 반면에 영혼은 잃어 버렸던 힘을 되찾게 된다. 기억과 상상은 아직도 자유롭거나 해방된 상태이므로 그것들은 때때로 영혼을 산란케 하려고 위협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데레사는 하느님 앞에서 조용히 잠심해야 하며 자신을 그 사랑의 품속에 완전히 맡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제5궁방에서 영혼은 일치의 기도로 들어가게 되는데 여기에 여러 정도의 차이가 있다. 단순 일치 기도에서 영혼의 모든 기능은 하느님 안에 잠심한다. 그리고 영혼이 자기 자신으로 향할 때 자신이 하느님 안에 있으며 하느님이 자기 안에 계심을 의심할 수 없을 만큼 하느님의 현존을 깨닫는다. 데레사가 말하는 일치는 온전히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으로서 이것이 그녀가 평생토록 소망했던 일이며 하느님께 간구했던 은총이다.
하느님과 일치에 이르게 되면 고행과 고독에 대한 열망은 강해지고 하느님을 거스르는 것이 눈에 띌 때 못 견디게 슬퍼지며 혈육, 친구, 재산 등에 대한 애착에서 자유로워지고 영혼은 아주 큰 평화를 누리게 된다. 이러한 일치에 도달하기 위하여 하느님께서 요구하시는 일은 두 가지로서, 하느님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다. 이러한 일치의 상태에 도달한 이가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은 절대 자신을 믿지 말고 자신의 영혼을 살펴 이웃 사랑과 겸손, 나날의 의무에 있어서 전진 혹은 퇴보했는지 주의 깊게 성찰해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느님이 영혼을 더욱 온전히 지배하게 되어 그것을 당신의 빛과 위로로 넘쳐흐르게 할 때 영혼은 탈혼적 일치의 기도를 체험하는데 이것은 제6궁방의 시작이고 「신비적 약혼」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하느님과 일치하고 싶어하던 데레사는 자신의 갈망과 그 상태를 「약혼」이란 말로 표현하고 있다. 「신비적 약혼」이란 한 영혼이 하느님과 결정적인 일치인 「신비적 결혼」에 도달하기 전에 그분께 대한 갈망과 고독 중에 겪게 되는 다양한 신비적 체험(시현, 말씀, 탈혼 등)에 대한 표현이다. 이러한 최고의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영혼이 신비적이고 수동적인 정화로서 큰 시련과 고통을 겪는다. 이러한 고통과 시련 중에도 영혼이 초자연적 신앙을 견지하면서 그것들을 극복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신비적 결혼」이라는 행복에의 확신과 징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며 오히려 하느님께 감사드리게 된다.
영혼이 제 7궁방에 들어가면 그리스도께서 성부께 『이 사람들이 하나되게 하여 주십시오.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이 사람들도 우리들 안에 있게 하여 주십시오』(요한 17, 21)라고 하신 청원을 깨닫게 된다. 이것은 「신비적 결혼」또는 「변형일치의 상태」이다. 데레사가 말하는 기도의 최고 단계인 「신비적 결혼」은 신앙으로 믿은 것을 영혼이 온몸으로 깨쳐 「본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이제부터 성삼위가 이 차원에 도달한 영혼을 떠나지 않고 그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계시다는 사실을 뚜렷이 의식할 수 있다.
이 단계의 영혼은 하느님과의 일치의 경지에 머무르게 된다. 이러한 은총을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영혼은 구원에 대한 확신을 갖게되며 앞으로 다시는 아래의 차원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이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하느님을 떠나자마자 그 크나큰 은총을 잃게 되므로 작은 일에도 하느님을 거스르지 않도록 꾸준히 조심해야 한다. 이러한 신비적 결혼의 은총은 세상에 살고 있는 동안에는 완전하게 실현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변형일치 안에서 영혼은 완전히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게 되고 하느님의 영광만을 찾으며 고독과 고통받기를 열망하고 하느님의 뜻이 자신 안에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또한 다른 이들의 구원을 위한 큰 열의를 갖게 된다. 따라서 신비적 관상 기도의 절정은 사도적 열정으로 마무리된다. 데레사는 그것을 「마르타와 마리아가 함께 일하게 된다」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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