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초기 교부시대의 영성
5) 영성의 한 형태인 순교
순교자는 크리스토포로스(그리스도를 지니고 다니는 사람)라는 칭호를 받았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와의 일치는 완전한 순교에 의하여 완전하게 된다는 믿음이 두루 퍼져있었던 것이다. 치쁘리아노는 세례에 의하여 하느님과 일치되는 그리스도인은 세속적인 삶을 포기하였으나 가끔 떨어질 때가 있지만 피 흘리는 세례인 순교를 하면 더 이상 떨어질 위험이 없다고 가르쳤다. 따라서 순교는 완성에 이르는 가장 훌륭한 길로 제시되었다. 이런 정신이 초대 교회에 두루 퍼져있었으므로 그 당시에 나온 서적들은 대부분 이런 주제를 다루고 있었고 교회의 설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순교하였으나 순교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데치오 황제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배교를 하였는데, 그들은 관리들에게 교회의 책을 갖다 바치거나 이교신들에게 향을 피우고 제물을 바치기도 하였다. 그러나 박해가 끝난 다음 교회가 자유를 누릴 때 그 일은 교회 안에서 상당한 문제가 되기도 하였다.
6) 독신·정결·은수의 영성
예수·사도 생활 본받아
혼인포기하고 공동생활
순교의 영성이 교회 전체 분위기를 좌우하자 순교의 대용품도 등장하였다.
여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 면에서 볼 수 있다. 순교를 할 수 없는 이들이 순교의 대용품으로 윤리적 완성을 지향하는 삶을 살았을 뿐 아니라 초창기부터 주님의 말씀에 따라 자기를 버리고 십자가를 지는 삶을 산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쿰란 공동체로부터 그런 삶을 배운 이들일 수도 있고 주님의 말씀에 따라 세상을 등지고 사막과 산으로 피해가서 수도에 힘쓴 이들일 수도 있다. 오리게네스는 주님을 위하여 피를 흘릴 각오가 되어있는 이들이 자신들의 십자가를 받아들이고 주님을 따라나선 이들의 공동체가 있었다는 것을 전하고 있다. 그들은 존경받았고 순교자들과 같은 대우를 받았다. 치쁘리아노 성인도 이 점에 있어서는 예외는 아니다. 그는 피 흘리는 순교와 피는 흘리지 않지만 순교의 삶을 산 수행자들을 구별하면서도 그들을 높게 평가하였다. 그리하여 사욕편정을 이기고 엄격한 방법으로 주님을 따라나서는 무리들이 있었으니 이들은 세속을 끊고 동정을 지키면서 그리스도를 모방하는 삶을 철처하게 사는 이들이었다.
우선 그들은 혼인을 포기하고 함께 모여서 공동생활을 하거나 가정에 살면서도 독신과 정결의 삶을 살았다. 이러한 삶의 양식은 충분히 성서적인 배경을 깔고 있었다. 우선 완덕의 모범이신 주 예수님께서 정결과 독신의 삶을 사셨고 사도 성 바오로 역시 그렇게 살았다. 또한 열두 사도들의 가르침인 디다케에도 선교사로 일하던 떠돌이 사도들과 예언자들에 관한 언급이 있는데, 그들 모두나 적어도 몇 사람은 혼인을 포기하고 주님의 일을 하는 이들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11,3~1213,1~2). 로마의 성 끌레멘스가 보낸 첫 번째 편지에도 혼인을 포기한 이들에 관한 언급이 있고 위끌레멘스 서간인 동정녀들에게 보낸 편지에도 이런 언급이 있다.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 성인과 헤르마스의 목자도 신앙 공동체 안에서 평판이 높은 동정녀들의 단체를 언급하고 있다. 그 당시 호교론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높은 윤리생활을 한 그리스도인 수행자들의 삶이 외교인들에게까지 깊은 영향을 주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개인 집에 살거나 함께 살면서 한시적으로 독신 서약을 하였고 선교사나 자선 사업에 종사하기도 하였다. 그들의 서약은 교회의 지도를 받았으며 서약을 어길 경우에는 벌을 받기도 하였다. 종신 서약을 할 수 없는 이들은 중도에 포기하고 혼인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끝까지 독신과 정결 생활을 하면서 수행에 힘쓴 이들은 신도들로부터 크게 존경을 받았다. 알렉산드리아의 끌레멘스는 이들을 뽑힌 이들 중의 뽑힌 이들이라고 평하였고 치쁘리아노는 그리스도의 양떼 중에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라고 칭찬하였다.
그들 중에서도 수행에 힘쓴 동정녀들이 더 존경을 받았다. 그들은 그리스도와 약혼한 사람들로 여겨졌다. 떼르뚤리아노는 그들을 그리스도의 신부(新婦)라고 칭하였다. 이들은 구약성서 아가의 내용을 자기들의 것으로 받아들였고 그리스도의 신부란 칭호는 수세기 동안 교회의 공식 용어가 되었다. 이들의 생활 양식은 피 흘리는 순교의 가장 가치있는 대용품으로 인정되었다.
치쁘리아노 성인은 수행자들은 순교의 정신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다른 저술가들에 의하면, 순교자들은 백 배의 열매를 맺고, 수행자들은 육십 배, 혼인한 신도들은 삼십 배의 열매를 맺는다고 보았다. 마치 순교자들이 좥순교의 하관좦을 받는 것처럼 동정 수행자들은 좥동정의 화관좦을 받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대한 경고도 없지 않았다. 수행을 통하여 교회 공동체로부터 존경을 받게 되자 그들 중 일부는 교만과 허영심에 들뜬 생활을 하였다. 그러므로 교회의 지도자들은 독신과 정결의 삶은 성화(聖化)의 도구 임을 강조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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