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내린 비로 성큼 다가선 겨울의 한기도 이웃을 위해 피운 사랑의 열기를 재우진 못했다.
서울대교구 수유1동본당(주임=이종남 신부)이 기독교장로회 송암교회(당회장=박승화 목사), 조계종 화계사(주지=성광 스님)와 손잡고 난치병 어린이를 돕기 위해 11월11일 오전 10시 서울 수유5동 한신대학원 운동장에서 펼친 「종교연합 바자」는 다가온 겨울의 위세를 꺾기에 충분한 화합과 나눔의 장이었다.
안동 사과부터 완도 김, 경기 햅쌀, 제주 갈치 등 전국으로부터 모여든 특산물과 각 종교 신자들이 만들어내는 장터국수 국밥 파전 등 수백여 종의 물품들에 밴 따뜻한 정은 이들의 사랑의 손길과 어우러져 추위를 녹여 냈다. 성당과 교회 신자들은 떡볶이 김밥 어묵 등을, 화계사 불자들은 국수 호박죽 식혜 차 등을 내며 연신 웃음을 주고받았다. 각기 다른 세 종교가 엮어낸 이날 사랑의 나눔은 이종남 신부가 지난 9월 송암교회와 화계사에 종교의 벽을 넘어 이웃과 사랑을 나누자는 뜻을 전하면서 결실을 맺게 됐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수유1동본당과 송암 교회간의 오랜 우정이 바탕이 됐다.
지난 1983년 수유1동본당이 새 성전 건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송암교회에서 신축기금을 보태오면서부터 두 종교간에 믿음은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두 교회는 이후 본당의 주보 성인인 성김대건 안드레아와 송암교회 이름의 이름을 딴 「대송회」를 만들어 분기별로 친목을 도모하는 등 지속적인 교류를 펼쳐왔다. 행사를 준비하며 교회를 드나들던 스님들이 난생 처음 교회에서 박수를 받는가 하면, 수유1동본당이 마련한 닭갈비 재료로 들어간 50마리의 닭을 송암교회 신자가, 주점의 막걸리를 화계사 신자가 기증해 사랑으로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화계사 성광 스님은 『공히 모든 사람을 위한다는 종교간에 오히려 갈등과 반목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이 행사를 통해 종교간 화합은 물론 모든 민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종교적 합의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세 종파는 이 바자의 뜻을 살려 행사수익금 전액을 백혈병, 심장병 등을 앓고 있는 지역사회의 어린이 21명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이종남 신부는 『이 행사를 계기로 이웃간의 사랑이 모든 이들의 마음에 강물처럼 흘러가길 기원한다』며 『우리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이웃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울 때 세상은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 종교는 이 행사를 계기로 매년 주변 이웃들을 위한 정례적인 교류의 장을 만들어 사랑나눔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