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들의 삶을 방향지워주는 복음적 권고들이다. 현대 세계의 가치 기준과 극도로 세속화된 세상의 지배적인 문화적 경향에 젖어있는 우리들에게 이 덕목들은 얼마나 설득력 있게 우리들을 거룩한 삶으로 이끌어줄 수 있을까. 교회는 교회이고 세상은 세상일뿐이며, 거룩한 삶과 정신은 초월적인 은총을 입은 극소수 성인(聖人)들의 전유물인가.
교회의 가르침은 이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수도자는 『복음적 권고의 서약을 통한 봉헌 생활을 함으로써 하느님의 영광과 교회으 건설과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하느님 나라에 봉사하며, 교회 안에서 사랑의 완성을 추구하는 빛나는 징표가 되어 천상의 영광을 예고하는 사람』이다.
수도자의 삶은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이라면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기꺼이 선물을 받아들일 때 누구라도 도달할 수 있는 경지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수도자의 삶과 영성을 배우고 익히며 각자 처한 환경과 위치에서 그 모범을 따르기 위해 애쓴다면 우리는 누구나 성화의 은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룩하게 봉헌된 삶으로서 수도자의 신분은 「교회 생활에 있어 특수한 은혜를 받은 부르심의 가치 있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온전히 봉헌된 삶으로서 수도자들은 「각자의 성소 형태에 따라 기도와 활동으로 그리스도의 나라를 인간들 안에 건설」한다.
사실 교회사를 일별하기만 해도 수도회와 수도자들이 교회 생활에 기여한 바는 절대적이다. 특별히 수도회들의 심오한 영성과 하느님과의 친교는 그리스도교 영성을 풍요하게 해주었다. 수도회는 그야말로 교회의 「영성의 샘」이었다.
이제 우리는 깊고 아름다운 그 샘물을 길어올려준 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자 한다. 복음적 권고를 서약하고 공동체 생활을 하며 기도 또는 사도직 활동을 한다는 면에서 모든 수도회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실상 그 창립 목적과 창립자에 따른 고유한 은사를 지니고 있다. 이는 창립자의 영성, 그리고 그것이 수도회 안에서 발전해온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알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 200주년 사목회의 의안 제2안 수도자 의안은 『고유하고 귀중한 수도회의 은사를 보전하고 성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수도회들이 비슷한 사업, 사도직에 종사함으로써 그 고유한 은사를 흐리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31항).
아울러 우리는 여기서 또 하나의 중요한 시각, 즉 그것이 오늘날 우리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보고자 한다. 즉 수도회의 창립자이거나 수도자로서 높은 성덕과 고귀한 인품으로 그리스도인들의 모범이 된 이들의 영성을 지금 이곳의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수용하고 실천해야 하는지에 관심을 갖자는 취지이다.
사목회의 의안은 수도회가 『이 땅의 문화와 전통, 역사와 환경, 한국인의 심성과 종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구가 요청된다』(30항)며 『수도자의 이상상은 수도자로 하여금 계속적인 쇄신을 요구하며 시대와 지역의 특수성에 따른 적응』(29항)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멀리는 5세기 성 베네딕도부터 1990년대 초 선종한 알로이시오 슈월츠 몬시뇰까지, 신분으로는 주교를 포함한 교회 고위 성직자부터 5명의 자녀를 둔 어머니까지, 시대와 신분이 달랐던 수도회 창립자들의 영성을 살펴본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