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신앙교리성이 발표한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의 유일성과 구원 보편성」에 관한 선언 「주님이신 예수님(Dominus Iesus)」 은 종교적 다원주의와 상대주의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모든 종교가 동등하게 구원에 이르는 유효한 길이라는 잘못된 주장에 대해 명백하게 교회의 가르침을 재천명하고 있다. 36쪽에 이르는 이 문헌은 신앙교리성 장관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서명하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인준 했다.
문헌은 비그리스도인들 역시 그리스도로부터의 특별한 은총으로 구원될 수 있음을 인정하지만 가톨릭 교회는 단순히 다른 종교와 같이 구원으로 향하는 하나의 길로 간주될 수 없다고 강조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와 가톨릭 교회의 유일성과 구원 보편성을 확고한 진리로 확인했다.
문헌 발표의 배경
「주님이신 예수님」은 주교와 신학자를 포함한 모든 가톨릭 신자들, 특별히 아시아의 일부 신학자 들이 주장하는 신학 이론들에 대한 응답으로 보인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그리스도교 일치와 타종교와의 대화가 활발하게 이뤄져왔으며 그러한 분위기와 함께 종교적 상대주의와 다원주의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가톨릭 교회를 포함한 모든 종교가 동등하게 구원에 이르는 길이라는 인식이 신학 뿐만 아니라 교회 안의 일반적 인식으로까지 확산될 위험성을 드러냄에 따라 「국제신학위원회」가 지난 97년 「그리스도교와 세계 종교들(Christianity and the World Religions)」를 발표해 그리스도와 교회 신비의 유일성과 구원 보편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주의와 다원주의가 급속하게 확산됨에 따라 신앙교리성은 신앙 진리에 대한 가르침을 명백히 하기 위해 이번 문헌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문헌의 내용
7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36쪽으로 작성, 발표된 문헌은 서문과 6개장의 본론, 결론으로 이뤄져 있다. 신앙교리성은 문헌 작성을 위해 인도 주교회의를 포함한 여러 지역교회 주교회의 교리위원회와 깊은 대화를 나눴다.
제1장 「예수 그리스도 계시의 충만함과 최종성」에서는 신적 진리의 완전한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를 통해 실현되며 따라서 가톨릭 교회가 다른 종교들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는 주장은 잘못임을 강조한다.
제2장 「구원 업적 안에서 강생하신 말씀과 성령」에서는 교회 밖에서도 가능한, 영원한 말씀의 구원 계획과 그리스도인들에게만 국한된, 강생한 말씀의 구원 계획이라는 이중적인 구원 계획의 이론을 거부 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 죽음과 부활의 신비는 모든 인류를 위한 유일하고 보편적인 구원의 원천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성령의 활동 역시 그리스도의 구원 업적의 외부에 있거나 동등한 것이 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제3장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신비의 유일성과 보편성」은 구원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충만하게 이뤄진다고 강조한다. 그리스도의 유일한 중재를 넘어서는 하느님의 구원행위를 주장하는 것은 가톨릭의 교리와 어긋난다.
제4장 「교회의 유일성과 일치」와 제5장 「교회, 하느님의 왕국과 그리스도의 왕국」은 그리스도가 약속한 구원은 그의 신부이자 신비체의 몸인 가톨릭 교회로부터 온다는 것을 강조한다. 문헌은 이어 모든 종교가 하느님의 구원의 메시지를 지니고 있으며 어떤 제도적인 종교도 결코 인류를 위한 하느님의 뜻을 완전하게 대표할 수는 없다는 주장을 거부한다. 오직 사도적 계승을 이어온 가톨릭 교회만이 하나인 참된 교회라고 강조한다. 마지막 제6장 「구원에 있어서 교회와 다른 종교들」은 일치 대화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들을 설명한다. 즉 『구원을 위해 교회가 필요하다』는 고대로부터의 가르침을 확인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인류를 위한 구원의 길을 열었는데 그 구원을 향한 가장 완전한 수단은 오직 가톨릭 교회 안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톨릭교회는 가톨릭이 아닌 이들을 향한 복음 선포의 사명을 갖는다. 그러므로 일치 대화에 있어서 하나의 종교가 다른 종교와 동등하다고 주장 하는 것은 잘못이며 대화의 상대를 존중하는 것은 동등한 인격적 존엄성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지 결코 교의적 내용을 동등한 것으로 존중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주의 이론과 그 전제들
문헌은 특히 상대주의 이론들을 배격하면서 이러한 이론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의 완전성, 성서의 영감, 영원한 말씀과 나자렛 예수의 인격적 단일성,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수난.죽음과 부활 신비의 유일성과 구원 보편성, 교회의 보편적인 구원의 중재, 하느님 나라와 그리스도의 왕국 및 교회의 불가분리성, 그리고 가톨릭 교회 안에 하나인 그리스도 교회의 현존 등 가톨릭 신앙의 근본 진리들을 부정하거나 대체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문헌은 이러한 상대주의들은 몇가지 공통적인 철학적 .신학적 전제들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그리스도의 계시에 의해서도 하느님의 진리는 완전히 드러나고 표시될 수 없다는 주장, 누구에게는 진리일지라도 다른 이에게는 진리가 아닐 수 있다는, 진리 자체에 대한 상대주의적 태도, 서구의 논리적 사고와 동양의 상징적 사고의 극단적 대립, 이성을 지식의 유일한 원천으로서 간주하는 주관주의, 성서를 교회의 교도권이 성전 밖에서 읽고 해석하는 경향 등이 그것들이다.
파장과 전망
가톨릭 교회의 유일성과 정통성을 확인한 이번 문헌이 발표되자 영국 성공회와 개신교를 비롯한 타그리스도교 종파와 일부 타종교 지도자들은 거부감을 내보였고 일반 언론들도 그간의 일치 노력을 무위로 되돌리는 시도로 폄하했다. 영국 성공회의 조지 캐리 캔터베리 대주교는 『개신교와 가톨릭, 정교회 간의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지난 30여년 간 기울여온 노력에 정당한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이번 문헌이 일치 운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면서 만일 이 같은 부작용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비극」이라고 말했다. 만프레드 콕 독일 복음주의 교회협 의장은 이번 문헌이 『일치 운동을 한 걸음 되돌린 처사』라고 말했다. 이번 문헌은 교리적으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가톨릭 교회가 이미 오래전부터 견지해온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일 뿐이다.
이 문헌은 타종교나 다른 그리스도교를 겨냥한 것이라기 보다는 교회 안에서 확산되고 있는 신학적 오류에 대해 경고하는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종교 혼합주의, 상대주의와 다원주의적 사고는 신학 뿐만 아니라 일반 신자들의 신앙에 대한 인식에서도 위험한 요소들을 발견 할 수 있다. 특히 다종교 사회인 아시아 지역에서 이 같은 위험성이 더욱 농후하게 발견된다. 인류복음화성 차관 마르첼로 자고 대주교는 특별히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이같은 위험이 높다고 지적하고 『심각한 종교적 긴장과 갈등 상태에서도 그리스도를 모든 이들에게 선포하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주교회의 의장 요셉 A. 피오렌자 주교는 이번 문헌이 『교회의 가르침을 명확하게 해준 가치 있는 문헌』이라고 말했으며 보스톤의 버나드 F. 로 추기경은 이 문헌이 『결코 교회 일치 운동이나 종교간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신호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문헌 작성에 관여한 안젤로 아마토 신부는『일치 대화는 가톨릭 교회의 참된 정체성을 바탕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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