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구장 정명조 주교가 혼인의 근본 유효화를 통해 조당상태에 있던 신자들을 구제키로 한 것은 우선 그 내용 이전에 대희년의 의미를 신자들의 삶 안에서 제대로 구현해 보고자 하는 교구의 적극적인 사목 의지가 돋보인다. 현행 교회법은 혼인의 유효화를 단순 유효화와 근본 유효화로 구분하고 있다.
교회법은 우선 혼인의 형식에 관해 교구 직권자나 본당 사목구 주임 또는 이 두사람중 한사람으로부터 위임받은 사제나 부제가 주례하고 2명의 증인들 앞에서 교회법 조문들에 명시된 규칙에 따라 맺어지는 혼인만이 유효하다(1108조 1항)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위배될 경우 즉 관면없이 사회혼만 했을 경우, 소위 혼인조당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이를 구제하기 위한 조치, 즉 혼인조당을 풀기 위해 당초의 혼인이 무효였음을 당사자가 인지하고, 교회법상 형식으로 합의를 의지적으로 갱신하는 것이 바로 혼인의 유효화이다(교회법 1156~1165조 참조).
한 쪽이 신자인 경우 사회혼을 한 이후 비신자인 배우자와 교회에 나와서 교회법상 형식으로 합의를 표명하는 단순 유효화는 그동안 교회안에서 널리 활용되어 왔다. 이것은 본당신부에게 위임된 사항이다.
그러나 비신자 배우자의 거부로 혼인유효화 형식을 취하지 못한 경우, 지금까지 사목자나 당사자 모두 배우자를 설득해 교회로 인도할 것을 종용했을뿐 별 다른 대책없이 조당상태를 그냥 유지해 온 것이 현실이다.
혼인의 근본 유효화 조치는 다종교 사회인 국내 상황 하에서 그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자가 예상외로 많다는 점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자들은 물론, 일선 사목자들의 이해 부족으로 그동안 사목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왔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근본 유효화 청원자는 교구장이 요구하는 진술서와 세례증명서, 호적등본, 사제 건의서, 혼인장애관면서 등 서류를 갖춰 교구 사무처에 제출하면 교구장이 해당 내용들을 검토한 후 근본 유효화를 시행하고 그 결과는 본당을 통해 당사자에게 통보된다.
구비할 서류 가운데 청원자는 세례증명서와 혼인신고가 된 호적등본만 준비해 가면 된다. 진술서는 본당신부의 안내를 받아 작성하면 되고 나머지 절차는 본당에서 알아서 준비해준다.
교회법 전문가인 권지호 신부(중앙본당 주임)는 근본 소급 유효화에 대한 일선 사목자들의 이해가 부족했던게 사실이라면서 이번 조치는 주교님께서 이 점을 깨우치시고 이를 활용해 신자들 사목에 관심을 쏟으라는 권고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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