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모어는 뛰어난 인문 학자, 출중한 법률가, 한 가정의 훌륭한 가장으로서 그리고 나라의 대법관이며 수상으로서 세상사에 적극 관여하면서 살았던 인물이다.
완덕의 길이 세상을 떠나 실천할 수 있는 철저한 복음 권고 덕에 있다고 이해하는 우리에게 이러한 인물은 흔히 성인이라 일컬어지는 이들과 너무나 이질적인 존재로 여겨지지 않는가? 그에게 완덕의 길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는 그의 성소에 충실하면서 하느님의 은총으로 자유로웠기에 세상 한 가운데에서도 세상을 소유하거나 그에 소유됨이 없이 참되게 그리고 열렬히 사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참된 사랑은 그에게 곧 하느님께 대한 사랑 으로 연결되었다.
2. 영성사 안에서의 위치
1) 모어는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을 성실히 믿고 열렬히 옹호하던 적극적인 평신도 신학자 및 호교론자였다.
그는 유럽 전역에 큰 영향을 미치며 교회에 도전하고 있던 마르틴 루터에 반대하는 글들을 쓰며 교회의 가르침을 옹호하였다. 헨리 8세가 루터에 대항하여 칠성사 옹호론(1521)이라는 글을 발표하자 루터는 그것을 공박하였다.
이때 모어는 헨리 8세의 논문을 지지하면서 마르틴 루터의 공박에 대한 응답(1523)이란 글로 반격했다. 모어가 대법관을 사임한 후에는 루터파의 주장에 반대하여 교회의 가르침을 옹호하는 저술에 몰두하였다. 그는 영국 루터파 틴 데일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교회의 가르침을 변호하였다.
특히 성체 안에 그리스도의 현존에 대한 두 저서는 그의 놀라운 성체 신심과 가톨릭 교회의 뛰어난 신앙 자세를 드러내 준다.
하나는 요한 프리트에게 보내는 편지이며 다른 하나는 성사적, 실제적으로 우리 주님의 복된 몸을 배령하는 법이다.모어는 글과 말로써 호교했을 뿐 아니라 목숨을 바치면서 결혼의 불가 해소성과 교황의 수위권을 옹호하였다.
2) 모어는 성체 안에 그리스도의 현존을 굳게 믿고 강력히 옹호한 성체의 성인들 중의 하나이다.
개신교로 개종한 젊은 사제 요한 프리트가 한 논문에서 성체 안에 그리스도의 현존을 부정하며 성체는 단지 그리스도의 희생을 기억하고 기리는 음식이라고 주장하자, 토마스 모어는 공개 편지 형식을 통해 조목 별로 자세히 반박하였다.
그는 성서 말씀에 입각하여 성체 안에 그리스도의 현존의 사실을 설명한 후 예수께서 성체성사에 관해 말씀하실 때 그 제자들 중에도 알아듣기 어려워하던 이들이 있었으며 그 때부터 많은 이들이 떠나갔다(요한 6, 48~66 참조)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그리스도의 말씀에 대한 그러한 거부반응이 계속 되풀이 되고 있음을 유감스러워 했다. 이어 프리트에게 충고한다. 『당신은 주님을 떠났던 사람들처럼 되지 말고 영원한 생명을 따르는 사람들이 되도록 다른 이들을 이끌어야 할 것이오』
그리고 그를 위한 기도로 끝맺는다.
『하느님, 청하오니, 길 잃은 양의 마음 속에서 이단을 몰아 내시고 그를 다시 당신의 충실한 종으로 만드소서』
그 후 죠오지 조이라는 사람이 다시 성체성사를 공격하는 글인 「주의 만찬」을 발표하자, 모어는 『「주의 만찬」이라는 이름의 독이 들어있는 책에 대한 답변』이란 논문을 썼다.
모어는 그가 죽기 얾바 전 런던 탑에서 「성사적, 실제적으로 우리 주님의 복된 몸을 배령하는 법」이란 논문을 썼다. 그는 이 마지막 논문에서 성체 배령을 세 가지 방법으로 구별하여 설명하였다. 그것은 성사적 배령, 영적 배령 그리고 실제적 배령이다. 성사적 배형은 그리스도의 실체적인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것이다. 이 경우 때론 정신적, 영적으로 성체를 받아 모시지 않을 경우도 있다. 은총지위에 있지 않은 채 합당하지 못하게 성체를 모시지 못하더라도 신령한 방법으로 성체 안의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것이다. 실제적 배령은 주님의 몸을 성사적 및 영적으로 모시는 것이다. 성체성사의 생활인이며 증인인 모어가 감옥에서 바치면서 쓴 영적 배령의 기도는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주님, 당신의 거룩한 성체를 갈망하는 은총을 허락하소서. 특히 성체 안에서 당신의 거룩한 몸이 함께 하심에 기쁨이 넘치나이다. 오 주님, 우리 모두가 오늘도 역시 이 성사의 완전하고 축소되지 않은 현존을 누리고 매일 당신의 보편 교회인 신비체의 살아있는 지체가 되게 하여 주소서』
3) 모어는 사회의 정의와 불의 앞에서 그리스도인이 취해야 할 자세를 삶으로 보여준 신앙인이다.
그는 나라와 법질서를 위하여 성실히 몸바친 사람이었다. 그는 법관으로서 소송보다는 화해를 종용했으며 오늘까지도 명 법관으로 추모되고 있다. 영국 역사상 그가 대법관으로 있었을때 만큼 모든 송사가 공정하고 신속하게 판결된 유례가 업었다고 평가된다. 그는 정당들이 주는 선물을 거부했으며 몰염치한 부자들을 부끄럽게 했고 가난하고 억울한 이들에게 법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있도록 판결하였다. 그가 사위에세 보낸 편지에서 표현한 그의 공정성에 대한 소신 피력은 유명하다.
『이 점 하나만은 자네에게 사나이의 일언으로 밝혀두고 싶네. 가령 어느 소송에서 옳은 판결을 바라고 법정에 온 사람 중 한편은 나의 부친이고 다른 한편은 악마라고 할 때 악마측이 옳다면 악마에게 승소 판결을 내리겠네』
모어는 그의 유모어와 함께 법관으로서의 훌륭한 업적으로 국민들에게 큰 신뢰와 명성을 지녔다.
4) 모어는 세상 안에서 완덕의 길을 걸을 수 있는 평신도의 영성을 모범적으로 살았다.
교회역사 안에서 오랜동안 완덕의 길이 세상을 떠나 실천할 수 있는 철자한 복음 권고덕에 있다는 전통적 사고 중에, 세상에서 열정적으로 속사(俗事)에 관여하면서 적극적으로 사는 평신도의 삶에 완덕의 길이 있다는 것은 회의적이었다. 즉 평신도의 영성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제2 바티칸 공의회는 성소에 따른 영성의 다양성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하느님의 거룩하심(聖性)에 참여하는 표현의 다양성 즉 완성에의 길의 다양성을 천명하였다.(교회 헌장 5장 참조). 평신도도 그의 성소 안에서 당연히 완덕에 불렸으며 그에 나아가는 삶은 세상에 대한 부정적 관념이나 모호한 자세를 버리고 그것에 대한 개방적 자세를 취하며 도전적인 전망 중에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수행하는 것이다. 평신도는 가정과 직업 그리고 사회 생활 안에서 하느님의 뜻에 따라 현세사물을 관리하고 발전시키면서 성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공의회가 개최되기 다섯 세기 전, 평신도의 신원과 영성이 아직 모호하고 과소 평가되고 있을 때 모어는 이미 세상에서 완덕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는 세상 한가운데서 속사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도 언제나 하느님을 향해 있었으며 그분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용의로 살았던 것이다.
5) 모어는 르네상스 시대에 가장 특출한 그리스도교 인문주의 학자 및 작가였다.
그의 유명한 저서 「유토피아」(1516)는 후대에까지 많은 영향을 끼친 고전이다. 「어디에도 없는 곳」이란 뜻의 「유토피아」(utopia)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理想鄕)이다. 이러한 새로운 말을 유행시킨 이 저작은 초기 자본주의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다는 점에 서 주목을 끌며 인류의 염원, 자유와 평등이 실현될 행복한 사회 생활을 하고 싶다는 인류의 염원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모어는 이 책에서 당시의 유럽 특히 영국사회 상태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비판했으며 신세계의 한 섬에서 행해지고 있는 이상적 사회생활을 기술하였다. 이 사회에서 모든 시민은 식량, 의복, 주택, 교육, 행정, 종교 등에서 완전한 평등권을 가지고 참여하며 모든 재산은 전 시민이 공유한다. 이 풍자적인 책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지만 당시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였음은 틀림없다. 「유토피아」의 본질적 바탕은 그리스도교 윤리에 입각한 도덕철학이다. 재산의 공유제도 또한 종교적, 도덕적 신앙에 근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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