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12일 지구촌은 60억 인구를 돌파했다. 일찍이 영국의 고전학파 경제학자 로버트 맬서스가 세계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면서 인구 증가의 한계점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그 때가 1798년, 세계 인구가 겨우 10억에 불과한 때였다. 오늘날 세계는 그의 예측이 크게 빗나갔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는 또 다른 면에서 비극적인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인류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 굶주림에 직면해 있는 세계는 여러 통계치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비극적인 이 문제에 무관심한 듯 하다.유엔의 추정 집계에 따르면 오늘날 굶주리고있는 사람들은 약 10억. 지난해 유엔개발계획(UNDP)가 계산한 수치가 8억4000을 넘어서므로 2000년 현재 기아 상태에 있는 인류의 수는 10억에 달한다.
그리고 20억의 인구가 극도로 빈곤한 삶을 살고 있다. 60억 인구의 절반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조금 더 구체적인 수치를 보자. UNDP가 지난 98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분에 34명(그중 24명은 어린이), 하루에 5만명, 1년에 1800만명이 단지 먹을 것이 없어서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어간다.
지난 5년 동안 굶주림으로 죽은 사람이 150년 동안 전쟁과 혁명으로 죽은 사람보다 더 많다.1억5000만명의 어린이가 학교 가야할 시간에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하고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1달러도 안되는 돈으로 하루를 산다. 기아의 발생은 부의 편중에서 그 큰 원인을 찾을 수 있다.같은 통계를 보면 이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세계 최고 부자 3인의 재산 합계가 가장 가난한 나라 48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 친 것보다 많다. 부자 15인을 합치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중남 아프리카 전체 국가의 GDP를 넘는다. 84명 재산을 모으면 12억 인구를 가진 중국의 GDP보다 많다. 부자 나라 상위 20%가 전세계 재화의 86%를 소비하지만 하위 20%의 가난한 나라는 단 1.3% 만을 소비할 뿐이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월드워치 연구소의 보고서 2000년 세계 상황에 따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오늘날 영양 부족 상태에 있는 인구는 사상 최고치인 12억. 다른 한 편에는 또 다른 12억 인구가 너무 많이 먹어 영양 과다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이 불평등 구조는 개선은 커녕 가면 갈수록 더 심화되고 있다.
기아의 원인은 근본적이고 만성적이며 구조적인 문제이다. 특히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미 지역에 집중된 빈곤의 악순환을 겪고 있는 기아민들은 가난의 구조에 더해 홍수 와 지진, 태풍 등 온갖 자 연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여기에 빈발한 민족간, 인종간 분쟁과 내전 등 인위적 재해는 그나마 확보돼 있는 사 회적 인프라를 파괴하고 사람들간의 협력과 협조 체제 마저 무너뜨린다. 가난한 나라 들이 한결같이 짊어진 외채의 부담과 최근 들어 몰아 닥쳐온 세계화의 바람은 이러한 빈국들이 가난을 극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미래의 전망마저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난이 호소력을 얻어왔다.
세계의 기아 상황에 직면해 가톨릭 교회는 그리스도의 복음적 가르침에 따라 가난한 사람들을 굶주림의 상황에서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면서 나눔의 정신을 가르쳐왔다.
교회는 본성상 보편교회로서 국경과 인종, 민족을 넘어서 세계 모든 나라의 가난하고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의 참다운 인간 복지에 기여해야 한다는 소명을 받고 이에 따라 교황청을 비롯해 선진국 교회들을 중심으로 오랫 동안 해외 원조를 실시해왔다.특히 각국 교회에 설치된 까리따스 기구들은 로마에 설치된 국제 본부와의 협력, 조정을 통해 다양한 교회 원조 기구들과 함께 기아민들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교회도 이같은 추세에 따라그동안의 경제적 발전과 교회 성장에 걸맞는 해외원조의 소명에 응답해왔다.
주교회의 산하 사회복지위원회는 지난 1992년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의 결정에 따라 이듬해부터 해외원조를 실시해왔다. 이후 지난해 말까지 한국교회에서는 71개국 250개사업에 70억4000만원을 지원했다. 그중 가장 많은 원조가 이뤄진 곳은 아프리카로 34 개국 133개 사업에 35억이 지원됐고아시아에는 23개국 90개 사업에 32억원이 지원됐다아시아에서는 특별히 북한의 식량난과 관련된 지원이 많았다. 그외에 중동과 동유럽, 남미 등에 지원됐다.
한국교회는 매년 사회복지주일을 기해 모금된 2차 헌금 전액을 해외원조로 활용함으로써 기아 퇴치를 위한 세계 교회의 노력에 일조하고 있다. 매년 지원되는 평균 해외원 조금은 약 10억으로 상당한 액수이다. 하지만 신자수로 평균액을 나누면 한국 교회의 신자들이 외국의 가난한 이들에게 지원하는 성금은 1인당 300원 미만이다.
대희년 정신을 삶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말이나 구호로써가 아니라 행동으로 살아가 야 할 것이다. 물론 국내에도 소외되고 가난한 이웃들이 여전히 남아있고 이들을 위한교회의 따뜻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와 함께 1달러도 채 안되는 돈으로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10억의 지구촌 이웃들을 향한 우리들의 관심과 사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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