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최고 기온을 기록하던 더위가 계속되던 날, 정강이까지 푹푹 빠져드는 논에서 김매기에 여념이 없는 청년들이 보인다. 몇 발자국 걸어가 잡초 한 뿌리를 뽑는데도 연신 땀이 흐른다. 둥그런 밀짚모자 속 얼굴들은 그러나 아직 농부의 검붉은 살갗을 따라가지 못한 터. 유기농 지역에서 생태농활 중인 서울 가톨릭대 2학년 신학생들 이다.(사진)
여름방학이면 다른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농촌일손돕기를 떠나는 신학생들이지만 올해는 특별히 「생태농활」을 준비했다. 우리 농촌과 농업의 소중함과 함께 생명운동을 통한 창조질서 보전의 중요함을 체험하기 위해서다.
7월 3일부터 5박6일간 신학생 43명이 머문 원주교구 광격리 공소는 10여전부터 유기농을 실천해온 대표 지역.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와 꾸준히 연계해 온 이 지역은 현재 마을 농토의 60%선에서 벼, 복숭아, 감자, 대추 등 작물을 유기농법 또는 무농약으로 재배하고 있다.
신학생들의 「생태농활」은 서울에서의 사전교육부터 시작됐다. 농촌문제와 생태농활의 의미, 생명운동의 현황과 과제, 생명-공동체 운동의 신학적 근거와 생태영성 등을 주제로 한 강의로 이론적 지식을 배웠고 일정 중에는 가톨릭농민회 관계자들의 강의와 체험담을 통해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키울 수 있었다.
막상 논에 들어가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제초제로 단번에 사라질 잡초지만 오리와 우렁이 농법을 이용하더라도 숱한 손길이 요구되는 것이 유기농의 어려움. 위에서 내려다 볼 때는 손바닥만한 논에 들어가서 김매기를 하자니 끝이 보이질 않는다.
예상했던 것보다 일이 힘들다며 웃음짓는 이동환(베드로) 신학생은 『지금껏 안락한 환경에서만 살았지만 농민이나 노동자와 같이 땀흘리는 이들의 삶을 모르고서는 그리스도의 삶을 제대로 따를 수 없음을 느꼈다』며 한편 『유기농을 단순한 인체 건강 차원에서가 아니라 창조질서 보존 문제로 넓게 생각해야 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광격리 공소회장 이진선(루가)씨는 『체험을 통해 농촌을 제대로 알고 관심을 쏟게 될 때 교회 내 환경운동, 도농직거래 등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학생, 일반인들이 이곳을 견학하고 다녀가지만 사제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신학생들이 생태농활에 나선 것을 보니 새로운 희망과 기대가 생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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