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비롯한 전세계의 반대와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에서 23년만에 사형이 집행됐다. 의붓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 97년 2월 15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레오 에체가라이(38)는 2월 5일 마닐라 교외의 문틴루파 교도소에서 독약 주입으로 결국 사형에 처해졌다. 그는 사형 직전 자신이 지금까지 주장한대로 "나의 사형 집행은 정의를 사형시키는 것이며 나는 무죄다"라고 말했다.
에체가라이의 사형이 집행되기 수시간전 변호인단은 사형 집행 연기를 다시한번 탄원했으며 유럽 연합과 국제 앰네스티 등 전세계 인권 단체들도 성명을 발표해 자비를 촉구했다. 하지만 조셉 에스트라다 필리핀 대통령은 "나는 교황에게 한해에 4000여건 이상의 강간사건이 발생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설명할 것"이며 "전체 국민을 위해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해 사형제도를 계속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이날 사형이 집행된 에체가라이는 지난 94년 의붓딸을 강간한 혐의로 체포돼 사형을 언도받고 지난달 4일 형이 집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형제도 실시에 대한 반대 여론과 교회의 비난이 거세짐에 따라 대법원이 6개월 집행 연기 판결을 내려 사형제도 존속에 대한 의회의 판단을 기다리기로 했으나 결국 의회에서 이 판결을 부결시킴으로써 사형에 처해지게 됐다.
에체가라이의 사형이 집행된 후 필리핀 주교회의 대표 오스카 크루즈대주교는 성명을 발표해 "사형제도가 잠재적인 모든 범죄의 예방책이 될 수는 없다"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필리핀은 87년 사형제도를 완전히 폐지했으나 범죄가 급증함에 따라 94년에 다시 부활시켜 현재 사형을 선고받고 집행을 기다리는 사람만 915명이고 그중 21명은 18개월 이내에 형이 집행될 예정이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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