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억압과 고통의 땅 동티모르에 대량 학살에 이어 굶주림이 시작됐다.
하비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9월 12일 국제 평화유지군 파병 수용을 결정함에 따라 일단 연일 계속된 폭력과 강제 이주가 수습될 계기는 마련됐다. 하지만 이제 동티모르인들은 폭력에 희생될 뿐만 아니라 극심한 혼란 속에서 식량을 구할 수 없어 굶주림으로 죽어갈 것이 우려되고 있다.
B. J. 하비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전국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긴급성명을 발표, 『너무나 많은 인명이 희생됐다』며 『평화유지군이 동티모르의 치안을 유지하는 것을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엔 안보리 회의를 거쳐 지난달 30일 압도적인 독립 찬성으로 나타난 주민투표 결과를 지지하고 동티모르 질서 회복을 위한 평화유지군 임무 수행에 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하비비 대통령이 평화유지군 파병을 수용한 것은 파병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독립지지파들을 섬멸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독립을 저지하려는 민병대가 동티모르인들을 대량 학살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어 동티모르의 정황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만치 어두운 상태다.
이와는 별도로 이미 산악지대로 피신한 난민을 포함해 동티모르 전역의 난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 1주일 후면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대거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동티모르 긴급 구호를 책임지고 있는 호주 까리따스 톰 스토리 회장은 7일 인터넷을 통해 각국 까리따스에 이같은 우려를 전하고 구호요원들의 신변 위험으로 구호팀이 호주와 서티모르 지역으로 철수했다고 말했다. 톰 스토리 회장은 『호주 까리따스가 24시간 이내에 식량과 의약품을 딜리에 수송할 수 있지만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굶주리는 이들에게 이를 분배할 길이 없다』고 전했다.
동티모르에는 가톨릭이 운영하던 의료시설이 26개소나 있었지만 현재 대부분이 파괴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많은 구호요원들이 살해됐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또 철수한 구호요원들이 다시 동티모르로 들어간다 해도 구호사업 조직이 모두 파괴돼 이를 복구하는데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까리따스 부책임자 임마 여사를 단장으로 한 현지 방문단은 13일 현재 서티모르를 방문 중이고 이미 미화 2만달러 어치의 식량과 의약품을 구매해 수송 계획이 마련되는대로 각국 교회의 지원에 따라 제2차 긴급 구호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캐나다 까리따스는 인터넷을 통해 동티모르 언어로 된 「주의 기도」를 바칠 것을 호소했다. 아시아 지역 가톨릭 원조 기구인 「아시아 인간발전협력체(APHD)」는 회원 기구들에게 자국 정부가 동티모르 사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유엔 사무총장과 안보리 의장에게 평화유지군 파병과 더불어 정부 제재 조치를 취하고 인도네시아 정부에 강력 항의할 것을 아울러 요청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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