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입니다. 어제 저녁 6시경 미국 텍사스주의 한 연구소에서 복제인간들의 폭동이 발생, 무서운 속도로 파급돼 나가고 있습니다…』
가을빛이 완연한 2020년 9월3일, 아침 뉴스는 미국 텍사스주에서 발생한 복제인간과 인간과의 치열한 전투를 전세계에 실시간으로 생중계했다.
현재의 인류보다 우수한 인종을 만들고자 사람과 동물의 유전자를 합성 조작해 탄생한 반인반수의 복제인간들이 인간을 공격해 연구소를 장악하고 출동한 주 방위군까지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는 소식에 세계는 일순간 공포의 도가니에 빠졌다.
불과 몇년 전 사람들의 환호 속에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기 위해 지구상에 태어난 복제인간들이 스스로 DNA를 조작해 대량복제하는데 성공한데 이어 연구소가 보관하고 있던 우수한 인간들의 게놈지도를 입수, 이들의 유전정보를 담은 생체칩을 계속 자신들의 몸에 이식하며 반란을 준비해온 사실에 인류는 경악했다.
일주일간의 전투를 거치며 정부군도 수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연구소 정보망을 이용해 정부군 사령관과 군수뇌부의 게놈지도를 입수, 군의 전술, 전투성향까지 파악한 반란군에 정부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다.
복제인간들의 반란이 있고 몇 주가 안돼 언론은 텍사스주를 비롯한 인근의 멕시코 일부까지 복제인간들의 손아귀에 장악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뉴스는 또 복제인간들이 장소가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합성고릴라 합성개 합성소 합성코끼리 등의 복제동물을 대량생산, 이 동물부대가 인간을 공격 순식간에 세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어 군이 복제동물 생산지 파악에 부심 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복제인간들이 전세계에 있는 복제인간들을 규합하고 있어 이들의 인간에 대한 반란이 전지구 차원으로 번지고 있다고 숨가쁘게 타전했다.
문명비평 소설 「모로 박사의 섬」을 바탕으로 한 인류와 복제인간간의 가상전투는 우려의 수준을 넘어 이미 현실의 영역에 부쩍 다가서 있다.
생명공학의 발전현황 - 쉬운 길만을 찾는 인간
언제부터인가 우리 생활에서 게놈프로젝트, 인간복제, 유전자 조작식품(GMO) 등 생명공학 관련 소식은 일상이 되어버렸고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생명공학 관련 용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근래에는 국내 의료진이 세계에서 세번째로 배아에서 줄기세포(간세포,stem cell)를 배양하는데 성공하는가 하면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이 당뇨병, 백혈병, 치매, 암 등의 질병 치료를 위한 인간배아 복제기술을 개발, 세계 15개국에 특허를 출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생명공학분야에서 세계 선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며 환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 가운데서 과학의 도덕 윤리는 별개의 문제인 양 멀리 내팽개쳐지고 있는 듯하다. 생명공학자들은 인간배아 복제 등 생명공학기술이 무병장수를 꿈꾸는 인류에게 불치병을 정복할 수 있는 손쉬운 길이라고 주장한다.
인간배아 복제 연구의 핵심은 배아줄기세포(간세포, stem cell)에 있다. 1998년 11월 미국 위스콘신대와 존스홉킨스대의 연구팀에 의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배아줄기세포는 체세포 복제를 한 수정란을 시험관에서 배양하여 태아로 자라지 못하게 분화를 억제한 것으로 뇌, 심장, 근육, 간 등 태아의 여러 장기로 발전하기 바로 전단계의 세포다.
이를 시험관 내에서 배양하면 불치병을 앓는 환자에게 필요한 세포와 조직을 만들어낼 수 있어 '꿈의 세포' 로 불린다. 인간배아 복제 연구에서는 미국이 단연 앞서 있다. 미국의 생명공학 관련 회사는 99년 현재 1283개, 연간 수입은 180억6000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한해동안 연평균의 4배에 달하는 40여개의 생명공학 관련 벤처기업이 설립됐다. 일본 생명공학협회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생명공학 관련 벤처기업은 약 150개. 이중 첨단 기술을 이용한 벤처는 60개 정도다.
한국도 높은 연구 수준
지난 8월 30일 마리아산부인과 기초의학연구소가 냉동 보관한 지 5년이 지난 수정란을 녹여 50일동안 줄기세포 형태로 배양하는데 성공한 것은 세계에서 세번째이지만 냉동된 배아를 사용한 것은 세계 최초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인간복제와 관련된 생명공학에 있어 상당한 기술력을 갖게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지난 8월24일에는 한 생명공학 벤처기업이 알코올 발효균 미생물의 염기서열을 해독해냈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일본,영국, 브라질 등에 이어 8번째로 생명체 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한 국가 대열에 올라서게 됐다.
과학의 이름으로 神 영역 도전
20여년 전 올챙이 복제만 가능하던 때 생명윤리학자들은 과학자들이 인간을 복제하는 기술도 연구해 낼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시 과학자들은 이를 기우라고 일축했다.
영화 「주라기 공원」이 나올 당시만 해도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동물의 세포를 이용한 복제는 1997년 영국 로슬린 연구소의 복제양 「돌리」탄생으로 현실이 됐으며 미국을 비롯한 일본, 뉴질랜드, 프랑스, 한국에서 복제소가 잇따라 탄생한 것은 불과 2년만의 일이다.
오히려 인간을 복제하는 것이 소를 복제하는 것보다 더 쉽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고 보면 기술적으로 복제인간은 걸어다닐 일만 앞두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생명공학은 그 기술 자체가 불완전하다는 데 1차적인 문제가 있다. 아직까지 체세포를 이용한 복제 기술은 기술적으로 대단히 어렵다. 또 연구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간 배아의 희생은 수정란 보다 훨씬 더 성숙한 생명체인 배아를 희생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윤리적인 문제가 크다.또한 철저한 고려가 따르지 않는 인간복제는 사회체제 자체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결혼을 하거나 남녀가 결합하지 않아도 아기를 가질 수 있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등장하게 될 것이며, 부모가 되려는 이들은 우수한 유전형질을 가진 아기를 낳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우생학적 차별과 이에 따른 사회계급이 생겨날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생명공학의 발전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생명공학계에서는 향후 5~10년 안에 약 3000억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생명공학 회사가 배아줄기세포에 달려드는 이유나 영국 정부가 지난 8월18일 인간배아 복제 연구를 허용하는 법안을 국회에 상정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유전자 관련 특허만 95년 4000여개에서 98년에는 9000여개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이같은 움직임은 생명공학 관련 특허를 독점함으로써 새로운 '유전자 제국주의' 를 탄생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생명복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교회는 1987년 2월 교황청 신앙교리성에서 반포한 훈령 「생명의 선물」에서 사람의 생명은 수태된 순간부터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인간 배아를 가지고 하는 모든 실험은 그 자체로 비윤리적이며 부부간의 결합에 의거하지 않은 모든 수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유전자조작을 통해 생명체를 복제하는 실험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이를 금지하는 법안을 각국에서 제정하도록 촉구한 바 있다. 한국 교회도 이런 가르침에 근거하여 1997년 인간복제 실험금지법 제정을 청원한 바 있다.
교회는 이같이 인간이 하느님의 고유영역인 생명의 창조를 침해해서는 안되며, 인위적인 종(種)의 변형은 창조질서의 거역이라고 강조해왔다.
과학기술은 하느님의 계획과 인간의 발전을 위해 선용되어야 한다. 인간은 양심을 가진 존재로서 선과 악을 분별하고 행동함으로써 인간다운 윤리성을 드러낸다. 따라서 인간의 유전자 정보가 오용되지 않도록 법적,윤리적,도덕적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매 시기 쉬운 길만을 찾는 인간이 하느님과 멀어지는 길을 걷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와 체계를 갖추어 나가는 과정에 교회를 비롯 신자 과학자 등 한사람 한사람의 신자들이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