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외신종합】나자렛의 이슬람 사원 건축 문제를 둘러싸고 교황청과 이스라엘간의 대립이 격화됨에 따라 내년 3월로 예정된 교황 방문도 어렵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요아킨 나바로발스 교황청 대변인은 11월 23일 이슬람교도들이 예수의 성장지인 나자렛의 성모영보성당 옆에서 기공식을 강행한데 따라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이스라엘 정부가 종교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나바로발스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 정부의 이슬람 사원 신축 허용 결정은 『기독교와 이슬람교간의 갈등과 긴장의 씨앗을 뿌린 것으로 보인다』며 『이스라엘 정부 당국은 일치를 촉진하기보다는 분열을 조장함으로써 이번 사태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에 대해 24일 다비드 레비 외무장관이 직접 기자회견을 하고 『나바로발스 대변인의 발언은 매우 중대한 것으로 우리는 이를 거부한다』고 반박하면서 『우리는 종교간의 긴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나바로발스 대변인은 성명에서 특히 『21일 예루살렘의 이슬람협회가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기공식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시한 바 있다』고 지적하고 교황청 역시 예루살렘 내에 이슬람 사원을 건립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교황청이 우려하고 반대하는 것은 예루살렘에 이슬람 사원을 건립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이번 사안처럼 일부 근본주의자들이 갈등을 조장하고 성지를 방문하는 순례자들을 자극하기 위한 목적에서 나온 행위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슬람 사원 건립 기공식이 열린 23일 성모영보성당 바로 옆에서는 코란 구절과 함께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카펫이 벗겨지고 사원 주춧돌로 쓰일 하얀 대리석이 모습을 드러냈으며 이슬람 교도들은 불꽃놀이로 이를 축하했다.
성모영보성당은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 마리아에게 예수의 잉태를 알려준 곳으로 그리스도교에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성지이다. 현지의 그리스도교인들은 이곳에 이슬람 사원을 건립하도록 한데 대한 항의의 표시로 예수가 태어나고 자라고 십자가에 못박힌 베들레헴, 나자렛과 예루살렘의 모든 성지의 문을 잠궜다. 현재 이 문제의 땅은 약 6백여평에 불과한 작은 지역이지만 그리스도교는 물론 이슬람교도들에게도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 땅은 800년전 십자군을 물리친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의 조카이자 성자인 시하브 알 딘을 모신 곳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당국은 최근 타협안을 내놔 3분의 1은 이슬람, 나머지는 그리스도교에 떼어주자는 안을 제시했으나 양쪽으로부터 거부됐다. 또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나자렛 사원 건축을 당분간 중지하도록 이슬람쪽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와 관련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내년 3월 성지 방문에 대한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교황은 당초 3월 하순 순방에 나서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분쟁 장소인 나자렛 성보영보성당도 방문할 계획이지만 현재의 갈등이 지속된다면 이것도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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