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베이징=외신종합】중국이 교황의 고유 권한인 주교 임명권을 무시하고 또다시 독자적으로 5명의 주교를 새로 임명함에 따라 바티칸과 중국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지난해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 주석의 이탈리아 방문에 이어 최근 교황 청과 중국의 공식 외교관계 회복이 임박했다는 언론 보도들이 나오는 등 희망적인 조짐이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발생해 그 배경을 둘러싸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교황청 선교 통신인 피데스를 비롯해 이탈리아의 ANSA 통신 등은 주님공현대축일인 1월 6일 북경 성당에서 중국 정부가 공인한 지상교회(애국회) 류위 안런 주교가 북경남부 난당성당에서 난징교구 보좌주교 등 5명의 주교를 새로 임명하고 서품식을 거행했다고 전했다.
한편 몇 시간 후 바티칸에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전세계 7개국의 주교 12명에 대한 서품식을 거행했다.
교황청은 이 문제와 관련해 이미 며칠 전부터 중국에 경고를 보내 『이런 조치는 중국과 바티칸의 관계가 회복되리라는 기대를 무산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피데스 통신은 하루 뒤인 7일 한 중국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교황청의 반대를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주교를 임명하고 서품식을 강행한 조치는 실패로 끝났다〃며 이날 서품식에는 단지 200명만이 참석했고 베이징 신학대학 학생 100여명에 의해 저지당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피데스는 또 신임 주교 5명은 강력한 정부의 압력으로 주교직을 수락했다고 덧붙이고 애 당초 12명의 후보 중 대부분이 이번 조치의 정당성에 반대해 5명만이 서품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애국회측은 12명을 임명하려 했다는 보도를 부인하고 1월 6일은 주님공현대 축일이기 때문에 서품일로 정해졌으며 이들에 대한 서품은 이미 지난해초부터 계획돼 있었 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방짜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종교적인 문제는 중국 내부 문제』라며 바티칸을 포함한 어떤 국가도 중국 내부 문제에 간섭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 주교 단독 임명 배경
중국이 교황청과 외교관계 단절까지 이른 것도 바로 주교 임명에 대한 교황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황청과 중국의 외교관계 회복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 역시 교황의 주교 임명권 문제이다. 흔히 말하듯 중국과의 관계 회복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 대만과의 외교 단절이 아니라 교황이 중국내 가톨릭교회의 주교 임명에 간섭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중국측 입장이 가장 큰 장애이다.
결국 양국간의 본격적인 해빙기레도 불구하고 중국이 이같은 극단적 조치를 취한 것은 주교 임명권에 관해 자국의 입장을 명백하게 표명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배경에 깔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지속적으로 관계 단절을 강조해왔다. 중국 본토와 수교하기 위해서 대만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주교 임명에 대한 방법론적인 면에서 베트남식 방법을 따르는 것이 마땅치 않다는 것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다수 추천된 후보자 중에서 교황이 최종적으로 주교를 선정하는 베트남식 절충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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