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에 감염되지 않도록 어서 도망가세요』학교 강당에서 여학생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즐거운 호흡을 내쉰다. 이 수업은 이름하여 「환경게임」. 환경호르몬으로 정해진 학생들에게 잡히면 영락없이 환경 호르몬에 감염되고 감염된 학생들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피할 도리가 없어진다. 쫓고 쫓기는 긴박감 속에 환경 호르몬의 위험성을 체험하는 것.
같은 시각, 다른 반에서는 「환경모의재판」이 한창이다. 학생들은 각각 인간, 동물, 식물, 물, 공기, 흙의 역할을 맡아 지구의 환경위기로 자신들의 얼마나 많은 고통받고 있는지를 토로한다.
이후 이들은 환경위기가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인다. 고발과 토론 후 배심원들이 정한 환경위기의 책임자는 인간. 인간역을 맡은 학생은 『너희들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이기적으로 살아서 미안하다』고 말한 뒤 『전세계적으로 효력을 갖는 환경법을 만들어 다시는 환경을 파괴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이같은 환경교육은 인천 박문여자고등학교(교장=김종례 수녀) 3학년 전학생들을 대상으로 29~30일 이틀간 총 7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일반학교의 정규수업 시간에 전문적인 환경교육을 실시한 것은 처음 있는 일. 「박문녹색학교」라 이름 붙여진 이 환경교육은 더군다나 수능시험을 마치고 자칫 시간을 허송 하기 쉬운 고3학생들에게 펼쳐진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박문여고 교장 수녀의 요청에 따라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가 기획하고 실시한 이 교육은 수질오염의 심각성, 환경운동가의 삶, 사상체질에 대한 이해, 환경과 소비의 관계, 생태적 자아의 회복, 만화로 보는 환경, 유전자 조작식품의 위해성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꾸며졌다.
윤지선(3학년 경반)학생은 이번 환경교육을 통해 『교육방식이 주입식을 벗어나 매우 재미있었고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환경 위기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며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반환경적 습관들에 대해 좀더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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