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릴 말씀은 사도 베드로와 예수님과의 '사이'에 대한 것입니다. 베드로는 신앙인의 상징이자 표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수님의 으뜸 제자로 알려져 있는 베드로와 주님과의 사이를 볼 때 그 과정은 주님이 우리들을 신앙인으로 변모시키는 것과 흡사하고 또한 대단히 드라마틱 합니다. 성서상으로 볼 때 베드로를 변화시키는 주님의 능력은 매우 놀라울 따름입니다.
저는 2000년전 오신 예수님이 아직도 살아계시고 지구가 존재하는 한 분명 살아계시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 살아계신 예수님이 베드로를 어떻게 변화시키셨는지 살펴보는 것이 오늘 말씀드릴 내용의 주제입니다. 성서에서 볼 때 예수님과 베드로의 만남은 10여 차례에 걸쳐 등장합니다. 첫 만남, 호숫가에서 제자로 부르셨던 것, 영광스러운 변모, 세 번에 걸친 예수님에 대한 부인, "정말 나를 사랑하느냐"는 예수님의 물음 등등…. 베드로는 세가지 단계를 거쳐 예수님을 인지합니다. 첫번째는 십자가 없는 예수님, 두번째는 십자가상의 예수님, 그리고 세 번째는 그 예수님 십자가의 의미가 자기 자신이 함께 짊어졌을 때 살아날 수 있다고 느낀 때입니다. 예수님은 이 세단계를 거쳐 베드로를 '반석'으로 만드십니다.
베드로와 예수님의 첫 만남은 요한 1장 35절에서 나타납니다. 여기서 그리스도는 시몬을 눈여겨 보시면서 좬요한의 아들 시몬이 아니냐좭고 질문하셨습니다. 어부 시몬이 아니라 베드로 시몬으로 꿰뚫어 보십니다. 예수님은 이때 이미 베드로를 눈여겨 보았으나, 베드로는 예수님과 동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날들을 함께 지내면서도 그 분의 실체를 제대로 본적이 없습니다. 예수님과 가까이 있으며 그렇게 수없이 인정을 받고 싶어 했으면서도 눈을 보지 않았습니다. 다만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는 그때서야 예수님의 실체를 처음으로 깨닫고 "나를 사랑하느냐"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주님은 부활 후에도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저사람들이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네가 나를 정말 사랑하느냐"하고 질문하십니다. 여기서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는 질문의 뜻을 깨닫는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나를 사랑한다면 십자가를 대신 지겠느냐'라는 물음과도 같은 것이라고 봅니다.
베드로는 그 의미를 알아들었고 자기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을 때에 십자가의 의미가 완성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는 결국 예수님과는 다른 모습으로써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린 채 순교합니다. 세상에 오신지 2000년이 되었음에도 예수님은 아직도 십자가에 못박히고 계십니다. 200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지금도 십자가에 못박히시고 신음하고 계십니다.
우리들의 신앙은 십자가에 매달려 계신 예수님께 다가가는데 계속 십자가 옆에서 울고만 있는 형상입니다. 그런 모습으로 예수님은 부활하실래야 부활하실 수가 없습니다. 정말 우리가 예수님을 사랑한다면 십자가의 못을 빼고 주님 시체를 우리가슴에 끌어안고 장례를 지내야 합니다. 그래야 부활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최인호 (작가)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