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 24).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 13).
예수는 가르치실 뿐만 아니라 몸소 실천하신다. 목숨을 바치라고 가르치시고 몸소 실천하신 예수의 죽음만큼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은 없다. 아무리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사람이라 해도, 예수의 죽음을 똑바로 보고는 감격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완고하고 고집 센 사람이라 해도, 예수의 죽음을 바라볼 때는 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예수의 죽음은 하느님이 어떻게 해서라도 우리의 잔인한 마음을 부수고, 완고한 마음을 녹이고, 고집 센 마음을 부드럽게 하려고 하신 그 분의 간절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수의 죽음은 하느님이 어떻게 해서라도 우리의 마음을 감동시켜 당신의 사랑으로 끌어당기시려는, 하느님의 '눈물겨운'노력을 볼 수 있다. 이 하느님의 간절한 마음과 눈물겨운 노력을 헤아릴 때 사람은 마음의 가장 깊은 밑바닥에서 감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감동, 감격은 우리로 하여금 예수의 죽음 앞에서 진정으로 부끄럽고 죄송스럽게 느끼게 한다. 왜냐하면 예수는 우리에게 당신의 목숨까지 몽땅 내어놓으셨는데 우리는 예수께 아무 것도 내어놓지 못했음을 뼈저리게 느끼기 때문이다. 이 감동, 감격은 사람으로 회개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로 몰아넣는다. 왜냐하면 예수의 죽음의 원인은 우리의 죄였으며 죄로 인하여 예수께 끊임없이 죽음의 고통을 일으켜드리고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바로 이 감동, 감격으로 사람은 진정으로 죄를 뉘우치고 마음의 밑바닥에서 변화되고 온전한 새삶을 시작하게 된다. 예수의 죽음에 대한 감동, 감격이야말로 사람으로 하여금 모든 것을 바치고 모든 일에 사랑을 행하는 완덕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감동, 감격은 참 소중하다. 막상 피려는 꽃 한송이를 보고 감동하고, 아기의 웃는 얼굴을 보고 감격하고, 대가를 바라지 않고 헌신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감동하는 것… 감동, 감격함으로써 생명의 아름다움과 인생의 신선함을 만끽하고 삶의 의욕과 희망을 유지할 수 있다. 요즈음 사람은 감동, 감격하는 것을 잊어버린 것 같다. 감동, 감격하지 않으면 마음이 차가워지고 바싹 말라버린다. 자기 만족을 채우는데에 급급해지고 행동을 타산과 요령과 체면을 하게 된다.
세상의 진선미(眞善美), 진실하고 선하고 아름다운 것에 감동, 감격하는 마음을 기르고 심화시키면서 마침내 예수의 모습에 감동, 감격하기에 이르러야 한다.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진선미는 결국 예수 안에 농축되어 있으며, 모든 진선미에 대한 감동, 감격은 예수께 대한 감동, 감격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참으로 예수의 모습에 감동, 감격해서야 비로소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난 참 보람과 살아가는 참 행복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이 감동, 감격과 비교하면 다른 모든 감동, 감격은 어느새 지나가 사라지는 안개에 불과하다. 예수께 대한 감동, 감격없이 다른 모든 감동, 감격은 허무하기 짝이 없다. 결국 사람은 예수의 모습에 감동, 감격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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