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2001년 신유박해 200주년을 앞두고 서울대교구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위원장=배갑진 신부)가 마련하는 「신유박해 200주년 특강」을 요약 보도한다. 특강은 4월부터 12월까지 매월 첫째주(5월은 둘째주) 수요일 오전 11시 절두산 순교성지 성당에서 열린다. 국내 성지 담당이나 교회사 관련 신부들이 강사로 나서며 신유박해에 관심있는 사람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2001년은 조선정부가 한국천주교회 공동체를 향해 공식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면서 천주교 신도들을 탄압했던 1801년신유(辛酉) 박해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런데 이 때 순교했던 수많은 순교자들은 103위 순교 성인이나 복자로 인정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이들을 위한 시복 시성의 노력도 없이 지내왔다.
그러나 신유박해 200주년을 앞두고 각 교구별로 신유박해 순교자들에 대한 조사 연구 작업이 진행되면서 시복시성을 추진하기 위한 움직임이 비교적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신유박해와 순교자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1984년 한국 천주교회 창설 200주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하실 때 103위 순교 복자에 대한 시성식을 거행하시면서 한국 천주교회를 다음과 같이 평가 하셨다: 『그리스도 신앙에 더 깊이 들어가기를 갈망하던 여러분의 선조들은 1784년에 자기들 중 한 사람을 북경으로 보냈고, 그는 거기서 영세하였습니다. 이 좋은 씨앗으로부터 한국에 첫 그리스도 공동체가 태어난 것입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신도들 자신에 의해서만 세워졌단 점에서 교회 역사상 유일한 공동체였습니다. 이 신생 교회는 아직 어리면서도 믿음에는 그토록 굳세어 몹시 사나운 군난을 거듭 거듭 견디어냈습니다. 그리하여 한 세기도 채 못되어 1만 명을 헤아리는 순교자를 자랑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세계교회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는 것처럼 교회 역사상 최초로 평신도들이 자발적인 연구와 노력에 의해 이룩된 교회, 주교나 사제가 한 명도 없는 상태에서 유일하게 교구로 먼저 설정되고 주교와 선교사들이 파견된 한국 천주교회가 그 칭찬의 주역인 신유박해 순교자들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있었다는 것과 칭찬은 신유박해 순교자들에게 행하고 오히려 그들의 유산을 이어받은 자녀들과 후손들에 대해서 시성 작업이 이루어진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바로 이 점에 한국 천주교회가 풀어야 하는 문제점이고 올바른 순교자 현양을 위해서도 바로 잡아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신유박해 200周와 한국교회
한국 천주교회는 너무나도 은혜롭게 교황님의 특별한 배려에 의해 103위 성인을 모시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특별한 배려 덕분에 미처 준비되지 않은채 맞이한 성인들에 대한 공경과 현양 작업도 흥분과 환호 속에서 결론을 위한 행사만을 되풀이하게 되면서 신자들의 생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였다.
지금 한국 천주교회에서 신유박해 200주년을 되뇌이며 각 교구별로 새롭게 시복시성 작업을 시도하는 것은 한국 천주교회가 결코 성인 욕심이 많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 천주교회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위해서, 그리고 한국 천주교회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순교 신심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올바로 밝히기 위해서 신유박해 순교자들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꼭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한국 천주교회의 과제
교황님께서 전세계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당부하시는 것처럼 2천년 대희년은 단순히 그리스도 탄생 2000주년만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나 축복이 아니라, 3천년기를 향한 대장정을 시작하면서 대립과 반목, 파괴와 폭력, 오해와 편견 등 그동안 인류가 안고 있었던 반그리스도적인 정신을 타파하고 창조주께서 『보시니 좋았다』고 선포하신 세상과 피조물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하고 새로운 신념과 각오를 다져야 하는 때이다.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 이러한 삶을 보여 주시고 따르신 이들이 있는데 바로 한국의 순교자들이 그들이다. 남녀의 차별과 반상(班常)의 차별이 가득하던 시대에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이러한 벽을 허물고 모두가 하나되어 나눔과 섬김의 사회를 이루었던 순교자들의 모습은 분명 그 시대에 혁명이요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아직도 동서와 남북의 대립으로 얼룩져있고, 조선시대보다 더 물질적이고 이기적인 이 사회를 인간답고 살만한 사회로 만들기 위한 스승이요 모범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 천주교회와 한국 사회가 새로운 천년기에 맞이할 『신유박해 200주년』은 분명 2천년 대희년에 한국 천주교회를 위한 귀중한 이정표이자 순교자들을 통해 다시 한번 한국에 내려주시는 은총의 선물인 것이다. 이제 시복시성 작업을 통해 「신유박해 200주년」을 준비하면서 순교자들의 삶을 새롭게 배우고, 그분들과 함께 2천년 대희년의 의미를 되새기며 3천년기를 지향하는 교회와 신앙인의 모습을 간직하도록 하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