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하고 서두를 꺼내면 으레 뒤를 잇는 말은 부정적이거나 비판어린 단어가 대부분이다. 정말 요즘 아이들은 놀랍게도 영특하며 그리고 당당하다.
다만 일부 아이들의 그 깜짝케 하는 생각과 행동 때문에 다수의 수굿한 아이들이 함께 당해야 하는 억울한 저울질을 인정해 주기만 한다면. 또한 어른들의 틀에 끼운 잣대로 아이들을 재려고 하지 않는다면.
우리 집에는 몰티즈 종류의 애완견이 있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강아지인지라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어 잠깐씩 바람을 쐬게 해 준다.
방울소리와 함께 강아지는 촐랑거리고 나는 벚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강아지를 보고 나를 보면서 내 곁으로 다가왔다.
'아줌마, 저 몰티즈 이름이 뮈예요?'
'으응, 스완이란다'
'스완? 저어 아줌마, 내 개도 몰티즈거든요. 암놈이요. 아줌마네 스완이랑 결혼시키면 안돼요? 새끼 낳으면 한 마리 드릴께요'
나는 그 아이 말에 멍하니 대답을 못하고 있었다. 아이는 보태어서 말한다.
질이 좋은 애완견끼리 결혼시켜 새끼를 낳으면 제 값 받고 팔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한 마리에 못 받아도 10만원은 받을 테니까 괜찮은 수입이 될 거라고, 자기는 강아지를 좋아하기 때문에 강아지에 대해서는 박사라고 우쭐거리며 말했다.
'엄마도 니가 강아지 팔려는 계획을 알고 계시니?'
나는 고작 그런 말 밖에 못했다.
'아줌마 몇 동 사세요? 전화번호는요?'하며 따라오며 묻는 아이에게 '그래, 생각해 볼께' 내 말에 가시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자주 가는 책방 앞에서 브릿지 머리(머리카락 부분 염색)를 한 여학생 둘이 어정대고 있다. 하고 있는 행동거지가 눈에 튀는 아이들이라 책방에 들어가서도 자꾸 아이들 쪽으로 눈길이 간다.
'그 애들 아직 문 밖에 있어요? 참 큰일이야'
주인 아저씨는 내가 보는 곳을 향해 혀를 차며 말한다.
'저 녀석들이요, 나보고 문화상품권 살래요? 도서상품권 살래요? 하더니 이젠 문 밖에서 책 사러 오는 친구들 윽박질러서 돈으로 바꾸는 모양이예요'
저 아이들은 좋은 책 사보라고 받은 도서상품권을 돈으로 바꾸어 어디에다 쓸 것인가? 아무래도 좋은 곳에 사용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초등학교 6학년 동시감상 시간이다. 그들이 내게 던진 질문.
'선생님, 시에 '첫 눈이 오면 만나자했던 친구'라는 구절이 있는데요. 그 친구 지금도 만나세요?'
'너희들은 첫 눈 오면 만나고 싶은 친구 없니?' 이건 나의 질문.
'아 그거요. TV 드라마에서 봤어요. 첫 눈 오면 만나자고 하고 길이 엇갈려서 못 만나고 그랬어요'
그랬구나. 첫 눈이 내리면 보고 싶은 사람이 떠오르는 그런 마음은 이젠 흘러간 시간의 감정이로구나.
나는 민망하고 쓸쓸한 기분이 되어 얼굴이 붉어졌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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