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성생활이란
그리스도교 영성생활은 단적으로 말해서 성령의 인도를 받는 삶으로써 하느님 중심적이며 역사 안에서 강생을 통하여 하느님의 모습을 인간에게 제시하신 그리스도의 삶을 본다는 생활이다.
그러므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분의 신비 안에 참여함으로써 성삼의 삶으로 인도되어 꽃피우고 열매맺는 삶으로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마태 5, 48)라고 말씀하신 주 예수님의 산상성훈의 가르침을 따라 완덕(完德)은 여러 가지로 드러난다.
사도 성 바울로도 그리스도의 신비체 안에 있는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강조하며(참조. 로마 12, 3∼8) 성령께서 베푸시는 다양한 선물들을 초대 교회의 활발한 체험을 근거로 인정하고 있다.(참조. 1고린 12장) 이와 같이 은총의 작용은 개개인 안에서 다양하게 드러나므로 그런 삶은 역사를 통하여 교회안에서 다양하게 성장 발전되어 왔다.
민족과 언어에 따라서 그리고 시대의 변천 과정에서 교회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각각 독특하고도 고유하게 발전되어 온 것이다. 그들은 교회의 가르침에 충실하면서도 독특한 영성을 꽃피워 풍성한 열매를 맺었으니 이는 오로지 성령이 베푸신 은총의 풍성한 결과이다.
복음 삼덕을 바탕으로 교회로부터 공인된 수도 공동체들도 그 생활양식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관상(觀想)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회들이 있는가 하면 활동을 중시하여 각종 사도직에 종사하는 수도회들도 많다. 활동 중에서도 주로 교육사업에 종사하는 수도회들이 있는가 하면 병원이나 양로원, 고아원과 같은 복지시설 등지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삶을 수도 소명으로 하는 수도회들도 있다.
그리고 현장에서 일하는 평복 수도자들과 가정과 직장을 가지고도 깊이 있는 영성생활을 하는 평신도들도 있다. 그러므로 교회 안의 다양한 생활 신분에 따라 각각 독특하고 고유한 영성이 있으며 각 영성은 하느님 안에서 우열의 차이가 없이 그 자체로 고귀하다.
개개인의 삶이 하느님 안에서 고귀한 것처럼 다양한 영성 또한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볼 수 있어 이 또한 아름다운 것이다. 여기에 꽃동산이 하나 있다고 하자. 여러 가지 색색의 꽃들로 덮혀 있는 동산은 오색찬란하여 아름답게 보일 것이나 단 하나의 꽃으로만 덮혀있는 동산은 단조로와 보기에도 아름답지 못할 것이다. 교회 안에서 발전되어 온 다양한 영성도 이와 비슷하다. 다양성 안의 일치(unitas in diversitate)는 성령 안에서 체험하는 개개인의 영성적 특성을 인정하면서도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몸을 이룬다는 영성으로서 보편 교회의 특성이 아닐 수 없다.
다양한 영성은 우열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 하느님은 각자의 존재 양식(modus essendi)에 따라 다양한 선물을 주신다. 그러므로 교회의 구성원들은 서로 격려하고 지도함으로써 그리스도 안에 한 몸을 건설하도록 힘쓰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지 자기와 다른 영성생활이나 생활양식을 비판하거나 무시하는 일은 올바른 태도라고 할 수 없다. 교회 안에 큰 영성 학파 내지 영성을 주도하는 단체들은 대부분 수도회들이다. 수도회들은 두 개의 큰 방향을 띠고 있다. 관상 수도회와 활동 수도회가 그것이다. 서양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온 베네딕도 수도회는 원래 봉쇄 수도회였으나 시대의 요구에 따라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그외 갈멜회, 프란치스꼬회, 도미니꼬회, 예수회 등 큰 수도회들이 각각 고유한 수도회 영성을 확립시켜 왔다.
근대 이후 교회의 쇄신과 선교의 목적으로 설립된 수많은 남녀 활동 수도회는 시대의 징표와 요구를 깨달은 열성적인 사람들의 영성에 근거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 성 프란치스꼬 살레시오, 성 돈 보스꼬의 영성은 참으로 훌륭하다.
그리고 두 차례의 세계 전쟁이 끝난 후 일어난 신심운동들, 특히 우리 나라에 전파되어 열성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보다 나은 세계를 위한 운동(M.B.W), 포꼴라레(Focolare), 레지오 마리애(Legio Mariae), 꾸르실료(Cursillo), 부부 주말 피정(Marriage Encounter) 등 훌륭한 영성에 바탕을 둔 신심 운동들이다. 작은 형제회의 영성은 부유한 그리스도인들에게 자극을 주며 관상 수도회는 활동을 중시하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느님 중심의 삶을 일깨워 준다.
수도회 외에도 시대의 요구에 따라 또는 그리스도교 전통이 깊은 나라들 안에서는 다소 특이한 영성이 있어 왔다. 중세기 교회의 영성, 근대의 영성, 현대의 영성이 있어 왔으며 불란서 교회의 영성 라인강을 중심으로 하는 독일 신비가들의 영성 그리고 동방 교회의 영성이란 용어들이 등장할 정도로 독특한 영성이 발생하여 교회의 삶을 풍부하게 해 온 것이다.
그런가 하며 사막의 영성이란 말처럼 각 시대와 민족, 지역 그리고 개인에 따라 성령께서 개개인에게 베푸시는 은총의 선물이 실로 다양함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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